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과 함께 최근 공개된 미세먼지와 폐 기능의 연관성 연구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날씨 예보) 미세먼지 농도는 대부분 지방에서 보통에서 좋음 단계로 공기가 깨끗하겠습니다. (중략) 당분간 무더위가 지속되기는 하겠지만 말복이 지나서는 폭염의 기세가 조금은 완화될 전망입니다.
방금 들으신 것은 한국 MBC 방송의 기상캐스터가 8월 14일 날씨를 전하는 부분입니다. 기상캐스터는 뉴스가 끝날 때쯤 날씨를 알려주는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미세먼지는 지름 10㎛ 이하 먼지를 말하는데요, 지름이 2.5㎛ 이하 먼지, 즉 PM 2.5는 '초미세먼지'로 불립니다.
최근 남한에서는 미세먼지 문제가 국민 관심 1위를 차지할 정도인데요, 마침 미세먼지가 심한 지역에 사는 사람은 폐 기능이 크게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부산 동아의대 직업환경의학과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 논문의 핵심 내용, 백명수 부소장에게 들어봤습니다.
(백명수) 미세먼지가 심한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이 제주 사람보다 평균 폐활량이 3.48% 낮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서울과 제주, 두 지역에 15년간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서울이64.87㎍/㎥로 제주의 40.8보다 약 1.6배 높았습니다. 연구팀은 두 지역 거주자들의 폐 기능 차이를 ‘노력성 폐활량’과 ‘1초간 노력성 호기량’으로 나눠 비교했습니다. 코를 막고 입으로 힘껏 숨을 들이마신 다음 한번에 날숨을 토해내는 가스의 최대량이 ‘노력성 폐활량’인데요, 이 때 첫 1초 동안 내쉰 날숨의 양이 ‘1초간 노력성 호기량’입니다. 노력성 폐활량 수치에서 서울 사람이 제주 사람보다 평균 3.48%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서울 사람이 폐 기능이 제주 사람보다 떨어지는 것은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되면서 폐 손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폐 기능 자체가 나이가 들면서 천천히 약해지는 특징이 있고, 여기에 미세먼지가 더 악화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청정지역 제주도도 더는 미세먼지의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지난 5월 1∼25일 하루 평균 미세먼지 수치는 서울과 제주에서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전체 25일 중에서 제주의 미세먼지 수치가 서울보다 높았던 날은 10일이나 됩니다. 초미세먼지를 봐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25일 가운데 제주의 초미세먼지 수치가 서울보다 높았던 날은 12일에 달합니다. 백 부소장은 그 이유로 인위적 오염원을 꼽았습니다.
(백명수) 제주 지역의 미세먼지 수치가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더 높은 것은 중국과 한국의 본토 등 외부요인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제주보건환경연구원이 얼마 전 제주지역 미세먼지 발생특성과 오염원을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제주 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약 80%가 발생원에서 가스 상태로 나온 물질이 공기 중에 다른 물질과 화학반응으로 만들어진 2차 미세먼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상실험을 통해 추정한 오염원은 2차 황산염과 오일연소, 2차 질산염 등 자동차 배출과 해염입자, 먼지 등 산업 관련 등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제주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타 기관의 분석자료를 인용해 “중국을 비롯한 국외의 미세먼지 오염원이 60%정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며 "제주에도 중국에 의한 미세먼지가 크게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중국발 미세먼지는 평양의 공기에 더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엔환경계획이 2010년부터 2012년 8월까지 조사를 벌여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평양의 연평균 아황산가스 농도는 0.009ppm으로 같은 해 서울보다 높았습니다. 하지만, 백 부소장은 중국발 미세먼지 탓도 있지만 내부요인 탓도 크다고 지적합니다.
(백명수) 인구 250만명이 거주하는 북한 평양의 공기가 천만 인구의 서울보다 탁한데요, 대기 중의 아황산가스 농도가 평양이 1.5배 높았고, 먼지도 평양이 더 많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평양의 공기가 탁한 이유, 즉 아황산 가스의 농도가 높은 이유는 화력발전소, 공장, 가정 등에서 석탄 연료로 사용하는 황 성분이 다량 배출됐기 때문으로 분석됐습니다. 석탄 사용으로 먼지도 많이 발생해, 2008년 당시 제곱 미터당 일년간 가라앉은 먼지의 양이 200g으로 분석됐습니다. 석탄연료의 사용은 대기 중 미세먼지의 농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주요 발생원으로도 지목됐습니다. 실제로 지난 3월 위성관측 결과, 남한 수도권의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날 평양의 미세먼지 농도는 서울의 1.5배 수준으로 분석됐습니다.
문제는 미세먼지로 인해 조기사망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조기사망이란 오염도 없이 살 수 있는 수명에서 오염도가 증가함에 따라 단축되는 수명기간을 수치로 나타낸 것인데요, 국제의학전문지 ‘란셋’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서 초미세먼지로 인해 조기사망하는 사람의 수는 2015년 기준으로 인구 100만 명당 750명 수준이었습니다. 이는 중국 700명은 물론 남한 380명보다도 높은 것입니다. 설상가상으로 미세먼지가 호흡기질환보다 뇌졸중과 같은 혈관성 질환에 더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백 부소장의 말입니다.
(백명수) 세계보건기구는 2014년 조사 결과, 미세먼지로 인한 질환별 사망자수는 뇌졸중과 허혈성 심질환 원인이 각각 40%로, 전체 사망자의 80%를 차지했다고 밝혔습니다. 폐암과 호흡기 질환 사망률이 20% 인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입니다. 서울대학교 연구팀의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하는데요, 2015년 한해 남한 내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자 중 뇌졸중 환자가 50%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심장질환 환자가 20%였습니다. 미세먼지, 특히 PM 2.5는 기관지 섬모에 의해 걸러지지 않고, 세포의 모세혈관을 통해 체내에 흡수돼 혈액 내를 돌아다니면서 신체 곳곳에 염증반응을 증가시키거나 동맥경화증을 악화시키고, 또는 혈관 세포기능을 저하시키거나 자율신경계 기능이상 등을 매개로 부정맥을 유발해 뇌졸증을 발병시킨다는 것입니다.
이런 북한의 미세먼지는 남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지난 2016년 ‘한미 공동 대기 질 공동조사’에서 측정한 초미세먼지의 북한 기여율은 9%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까닭에 미세먼지에 대한 남북 공동대응이 하루속히 추진돼야 한다고 백 부소장은 강조했습니다.
(백명수) 4.27 판문점 선언 이후에 지난 10여년간 중단됐던 남북한 협력과제들이 속속 재개될 것으로 기대가 큽니다. 미세먼지 관련해서도 이미 10여년전에 채택된 환경분야 합의서에 따르면, 평양에 대기오염 측정시설을 설치하고 관련자료를 남북한이 서로 교환하기로 명시한 바 있습니다. 또한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단에 미세먼지 측정장비와 자동 기상관측 장비를 설치하기로 했다가, 바로 중단된 사례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미세먼지와 관련해 남북한의 공동 협력사업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언론 등은 정기적인 남북 협력과제로 미세먼지 대응이 추진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해마다 미세먼지 발생이 심각해지고, 그때마다 사회적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고, 북한 또한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것으로 보여져 남북한 화해와 협력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언제라도 미세먼지에 대한 공동대응이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