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몽골산 말고 북한산 도입하려면 북 쇠똥구리 서식 실태 조사 선행돼야

지난 2004년 전남 장흥군 용산면 '산내들 우리소' 농장에서 집단으로 발견된 쇠똥구리.
지난 2004년 전남 장흥군 용산면 '산내들 우리소' 농장에서 집단으로 발견된 쇠똥구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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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소장과 함께 남한이 최근 쇠똥구리 200마리를 몽골서 도입해 시작한 복원사업과 남북 협력 가능성을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동요 ‘데굴데굴 쇠똥구리’) 쇠똥구리 신나게 달려간다, 똥구슬 타고 길을 비켜라, 쇠똥구리 열심히 달려간다, 똥구슬 점점 커진다…

지난 2017년 서울에서 열린 전국병아리창작동요제에서 동상을 수상한 동요 ‘데굴데굴 쇠똥구리’ 들으셨는데요, 요즘 한반도 남쪽 유아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유아들이 야외에 나가 쇠똥구리를 직접 보면서 이 동요를 부르면 아주 신날 듯하죠?

하지만, 쇠똥구리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얼마 전 한국 환경부는 7~8월 두 차례에 걸쳐 쇠똥구리 200마리를 몽골에서 도입했다고 밝혔거든요. 왜 몽골산 쇠똥구리를 수입하는 걸까요? 백명수 소장은 쇠똥구리가 지난 1971년 이후 남한에서 공식적으로 발견된 기록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백명수) 이번 도입은 환경부가 지난해부터 향후 10년간 진행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보전 종합계획에 따른 종 복원 사업의 일환입니다. 쇠똥구리는 유전자다양성을 고려해 동 고비지역, 남 고비지역 개체군에서 각각 103마리와 97마리를 도입했습니다. 한국 내에 들어온 쇠똥구리는 현재 경상북도 영양에 있는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곤충사육동에서 적응 중입니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서식지 생태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사육장 내에서 쇠똥구리 증식기술 연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사실, 쇠똥구리는 1970년대 이전 남한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곤충이었는데요, 소와 말이 끄는 마차가 있던 시절에는 서울을 포함한 대도시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1971년 이후 공식적인 발견 기록이 없고, 1998년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됐습니다. 세계자연보존연맹의 멸종위기 동·식물 목록인 적색목록상 '지역절멸'로도 기재됐습니다. 지역절멸은 지역 내에서 잠재적인 번식 능력을 가진 마지막 개체가 죽거나 야생 상태에서 사라져버린 것을 뜻합니다.

도대체 이처럼 쇠똥구리가 사라진 이유가 뭘까요? 백 소장은 산업화로 인한 서식지 파괴, 농경과 축산 방식의 변화로 인한 방목 감소를 직접적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백명수) 쇠똥구리를 포함한 분식성 딱정벌레들에게는 야생동물의 분변이 필수적입니다. 쇠똥구리는 소똥과 말똥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주로 가축 방목에 의존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농촌 근대화로 소의 역할을 기계가 대신하고 축산업의 구조도 방목에서 집단사육 형태로 변화하고 있어 방목지 면적도 감소했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전국 목초지 면적이 1960년대에 비해 2010년 현재 40% 감소했습니다. 또, 가축의 먹이가 초본에서 사료로 바뀌고 구충제 사용도 쇠똥구리 생존과 번식에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모든 구충제가 공통적으로 쇠똥구리에 치명적인 피해를 줍니다. 결과적으로, 방목에서 농장식의 축산업 변화는 쇠똥구리가 분변을 접촉할 기회를 감소시켰고 항생제와 구충제의 사용은 그나마 쇠똥구리가 더 이상 분변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셈입니다.

(music) 여러분께서는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를 듣고 계십니다.

남쪽은 그렇다 치고, 한반도 북쪽에서도 쇠똥구리를 아예 볼 수가 없는 걸까 불길한 생각이 드는데요, 백 소장은 북한의 공식자료가 발표되지는 않았다는 전제 하에, 북한은 아직 농경중심의 사회라 남한보다 멸종된 곤충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고 대답합니다.

(백명수) 특히, 축산방식이 남한과 달라 쇠똥구리가 서식하고 있다고 기대할 수 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방향은 쇠똥구리를 중심으로 한 남북한 멸종위기종 복원협력 진행입니다. 현장조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당장 이루어지기는 어렵습니다. 이번에 환경부가 몽골에서 쇠똥구리200개체를 도입하는 데 있어서도 이미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몽골에서 야외조사를 실시했고 70곳이 넘는 조사지역 중 절반 가량에서 쇠똥구리 서식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근거해, 서식지의 식생조사, 토양조사, 이동거리 조사 등 현지 생태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에서 쇠똥구리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쇠똥구리 서식에 대한 실태조사가 선행돼야 합니다.

현재, 복원센터는 쇠똥구리의 먹이섭취와 번식행동 연구를 통해 대체 먹이원과 증식기술개발을 우선 시행하고 시범방사 후 안전한 서식지와 개체군 유지, 지속적인 감시 등의 자생기반 마련을 위한 후속연구를 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쇠똥구리의 개체 수가 안정적으로 증가하면 적합한 서식지를 찾아 복원사업을 벌일 방침인데요, 쇠똥구리가 자연 생태계에 어떤 역할을 하고 혜택을 주기에 이처럼 복원사업까지 벌이는 걸까요? 백 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쇠똥구리는 생태계 분해자로 대형가축의 분변을 빠르게 분해해 토양의 물질순환을 돕고 자원의 흐름을 지원하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유해해충인 분식성 파리 등의 유충을 섭식하기 때문에 친환경적 농업에 유익합니다. 쇠똥구리가 특정지역에 지속적으로 서식한다는 것은 그 지역이 친환경농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친환경 지역의 깃대종으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또, 소똥을 공처럼 말아서 굴리는 쇠똥구리는 한국 우화, 민속, 서화에 자주 등장하는 문화적으로 매우 중요한 곤충이기 때문에 생태계나 환경의 혜택뿐만 아니라 문화적 혜택도 상당히 클 것으로 보입니다.

‘깃대종’은 유엔환경계획(UNEP)이 만든 개념인데요, 특정 지역의 생태계를 대표할 수 있는 중요 동물, 식물을 뜻합니다. '깃대'라는 단어는 해당 지역 생태계 회복의 개척자적인 이미지를 부여한 상징적 표현인데요, 예를 들면, 호주, 북한말로 오스트랄리아는 지난 1960년대3,000만 마리의 소가 배출하는 배설물로 심각한 고민에 빠졌던 적이 있습니다. 고민 끝에 정부는 오염된 초원을 살리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쇠똥구리들을 공수하는 사업에 착수했는데요, 쇠똥구리들이 소의 배설물을 열심히 처리했고 마침내 초원의 생태계가 복원됐습니다.

이런 쇠똥구리를 포함한 멸종위기종을 중심으로 남북한이 환경협력사업을 논의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는데요, 백 소장은 대외여건과 남북간 긴장으로 아직 논의 시작도 못했다며 답답해했습니다.

(백명수) 지난해 정부는 2018년부터 2027년까지 10년을 단위로 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전종합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이 계획은 야생생물 보호와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야생생물 보호 기본계획의 하위계획입니다. 이 계획에서 환경부는 남북 멸종위기종 보전협력을 통해 한반도의 지속적인 평화협력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남북관계의 화해 분위기 속에서 멸종위기종 복원을 포함한 생태협력에 대한 기대가 높았고, 특히 비무장지대와 백두대간을 생태축으로 남북이 멸종위기종 서식지 확보, 복원대상 동물교류 등 협력에 대한 기대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협력방안에 대한 남북간의 논의는 진행되고 있지 않습니다.

(OUTRO) RFA 기획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남한이 최근 쇠똥구리 200마리를 몽골서 도입해 시작한 복원사업과 남북 협력 가능성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