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과 함께 중국의 인공강우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중국이 티베트고원에 한반도 7배 이상 크기의 인공강우 시설을 구축합니다. 홍콩의 유력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의 우주탐사 계획을 담당하는 중국항천과학기술그룹과 칭화대학교, 칭하이성이 최근 티베트고원에 인공강우 시설을 구축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인공강우는 염화칼슘이나 요오드화은을 수분이 많은 구름에 빗방울 씨앗으로 뿌려서 인위적으로 비를 내리게 하는 기술인데요, 왜 티베트 고원일까요? 백명수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세계적으로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하면서 티베트 고원에서 발원하는 물줄기가 말라붙는 것이 사업의 주요 추진 배경입니다. 티베트 고원 산봉우리 일대에 응결핵이 될 인공강우 물질들을 태울 연소실과 굴뚝을 설치할 예정입니다. 전체 기후조절 시설단지 면적은 한반도보다 약 7배 더 넓으며, 미국 알래스카와도 유사한 넓이로 매우 방대한 규모입니다. 그러니까, 해마다 약 100제곱미터에 달하는 대지에 비를 내리게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렇게 내리는 비의 양은 한국이 매년 사용하는 양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입니다. 중국 정부는 이와 함께 서부지역에도 2천억 이상의 예산을 들여 주기적으로 인공강우를 내리게 해 사막화를 막을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의 인공강우 기술을 갖추었다고 평가하는데요, 1970년대부터 인공강우 기술 개발을 추진한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베이징 주변 구름을 비로 바꾸는 인공강우 시연에 성공해 주목 받기도 했습니다.
중국이 인공강우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분야는 가뭄 퇴치, 사막화 방지 분야입니다. 특정 지역에 가뭄이 심해 농사에 지장이 생길 정도가 되면 엄청난 인공강우가 실시됩니다. 최근에는 백두산에서 진행됐습니다. 백 부소장의 말입니다.
(백명수) 중국은 북한과 반분하는 백두산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거나 화재 발생 위험이 심각한 수준으로 높아진 경우에 한해, 자주는 아니지만 인공강우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중국 기상국에 의하면,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산불방지를 위해 백두산 일대에 인공강우 작업을 실시했습니다. 요오드화은을 담은 포탄을 구름 속에 쏘아 올려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인데요, 발사한 지 3시간 정도 뒤에 눈비가 내리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은 5년 전에도 백두산에서 산불 위험으로 인공강우를 실시한 적이 있는데요, 중국이 설정한 백두산 내 강우 구역에 8-13mm의 비가 내렸고, 인근 지역도 3-6mm의 강우량을 기록했습니다.
앞서, 지난 2014년 10월 중순에는 백두산 인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했는데요, 한국의 중앙일보는 당시 정보당국을 인용해 이 산불은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가가 있는 양강도 소백수 특별구 주변에까지 번졌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백두산에 산불이 나자 여객기와 수송기를 이용해 평양에서 삼지연 공항까지 소방인력과 장비를 수송했는데요, 산불은 진화됐지만, 인공강우는 활용되지 못했습니다. 북한이 중국처럼 마음대로 비를 내리게 하는 신의 영역에 아직 도달하지 못해섭니다.
한국 역시 이 분야에서 걸음마 단계라는 평가입니다. 국립기상과학원이 2015년부터 3년간 15차례 인공강우 시험을 했지만 절반인 7회 성공에 그쳤습니다. 성공한 경우도 대부분 1㎜의 적은 강수량을 1시간 동안 뿌린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인공강우 작업이 오히려 미세먼지로 인한 스모그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는 있습니다. 스모그는 연기를 뜻하는 영어 단어 smoke와 안개를 뜻하는 fog가 합쳐져서 생긴 말로, 오염된 공기가 안개와 함께 한곳에 머물러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백 부소장의 말, 들어보시죠.
(백명수) 미세먼지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인공강우가 제안되는 가운데, 봄, 가을 미세먼지 발생이 빈번한 경우, 인공강우를 위한 응결핵을 너무 자주 뿌리게 되면 대기 중의 물방울 숫자가 늘어나 구름은 잘 생기지만, 반대로 물방울의 크기가 작아져서 좀처럼 비로 변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스모그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일반적으로, 인공강우의 대책에 대해서는 그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미세먼지가 나타나는 날은 맑은 날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공강우는 비를 만드는 (빗방울) 씨앗이 부족해 비가 내리지 않거나 비가 적게 내릴 경우 씨앗을 뿌려주어 강우량을 늘리는 방식입니다. 미세먼지가 지속할 때의 기상 상황과 비구름이 많아 인공강우에 적합할 때의 기상 상황이 동시에 일어나기는 매우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주변국들은 중국의 인공강우 작업 확대를 걱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백 부소장은 특히 지구 자전력에 따른 편서풍의 영향으로 여름을 제외하면 대부분 기단, 즉 거대한 공기덩어리가 서쪽에서 이동해오는 한반도의 경우 상당량의 비구름을 중국 쪽에 빼앗겨 강우량이 급감할 수도 있다고 우려합니다.
(백명수) 현재까지 국지적, 소규모로 벌어지는 인공강우의 경우에는 큰 부작용이 없었지만 중국처럼 대규모 시설단지를 만들어 주기적으로 큰 규모의 인공강우 작업을 할 경우에는 어떤 일이 발생할 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티베트 고원처럼 대규모로 시행되면 기상이변이 초래될 위험 가능성이 적지 않은데요, 티베트 고원 상공을 지나는 공기에서 인공강우 방법으로 강제로 습기를 빼앗게 되면 다른 지역에서 그만큼 강수량이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티베트 고원의 강수량이 늘어날수록 인근 지역은 가뭄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이 곳에 인공강우 작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경우,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합니다. 뿐만 아니라, 대만이나 일본, 동남아시아 국가들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농번기에 서로 논두렁을 막아 자기 논에 물을 가두려는 ‘자기 논에 물 대기’가 비가 내리기 이전의 하늘에서 국가 간에 발생하는 셈입니다. 겨울철 시베리아 고기압의 이상현상이나 여름철 강수대의 급격한 변화 등 동북아시아 일대에 다양한 기상왜곡이 나타날 수 있다고 기상 전문가들이 경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09년 11월 중국 베이징의 때이른 첫눈이 폭설로 바뀐 기상이변이 발생했는데요, 인공강우 실험으로 베이징 대기에 수분이 늘어나 강설량이 증가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중국 환경부가 다음달 인공강우를 비롯한 양국 간 환경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첫 국장급 회의를 엽니다. 백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환경부는 주요 환경정책 현안을 공유하고 지난 6월 중국 베이징에 개소한 한중환경협력센터 운영 세부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계절적으로 미세먼지가 높아지는 시기에 개최되기 때문에 미세먼지와 관련해서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세먼지에 관계된 주제는 크게 6가지가 논의될 예정인데요, 인공강우 협력 연구가 포함돼 있습니다.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중국의 인공강우 연구와 사업논의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양국은 이미 지난해 5월부터 베이징 등 중국 북부지역 6개 도시의 대기 질을 공동으로 조사, 연구하는 ‘청천’, 즉 파란 하늘 사업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