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산림협력, 내년에 더 탄력 받을 것으로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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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최근 진행된 남북한의 개성 소나무림 공동방제를 자세히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한국 정부가 최근 남북 산림협력의 일환으로 소나무 재선충병 약제 50톤을 경의선 육로로 북측 개성지역에 전달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계획대로 남한 산림 병해충 방북단 15명이 군사분계선을 통과했다”고 밝혔습니다.

방북단이 인수한 약제는 소나무 재선충 예방약과 솔껍질 깍지벌레 방제약제인데요, 백명수 부소장은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로 구성된 숲이 북한 산림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백명수) 북한에 자생하는 수목, 즉 나무 종류는 모두 천여 종 정도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기후는 남한에 비해 연평균 기온이 4도 가량 낮은 온대대륙성 기후를 가집니다. 이런 기후적 특성 때문에 북한 산림을 구성하는 대표적인 수종은 소나무류, 전나무류, 낙엽송류, 가문비나무류와 같은 침엽수와 참나무류 등입니다. 북한의 산림면적은 영토의 74% 내외를 차지하고, 바늘 모양 잎을 가진 침엽수림, 넒은 잎의 활엽수림, 그리고 혼합림 등이 발달했습니다. 특히,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로 구성된 산림은 전체 산림의 30%를 차지하고, 침엽수와 활엽수가 섞여 자라는 혼합림도 19%에 이릅니다.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가 북한 산림 구성에 있어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북한뿐만 아니라 남한에서도 소나무를 포함한 침엽수는 전체 산림의 40% 이상을 차지하는데요, 남한 산림청은 인위적인 소나무류 이동에 의한 소나무 재선충병 확산을 막기 위해 가을철 소나무류 이동 특별단속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번 특별단속은 이달 14일까지 진행되는데요, 백 부소장은 소나무 재선충병이 한번 감염되면 치료가 불가능한 치명적인 병이라고 우려합니다.

(백명수) 소나무 재선충은 스스로 이동할 수 없기 때문에 죽은 소나무에 서식하는 곤충, 즉 솔수염하늘소나 북방수염하늘소 유충의 몸 속으로 들어가 새로운, 건강한 소나무로 이동하면서 확산됩니다. 소나무 재선충을 나무와 나무 간에 이동시켜주는 매개 역할을 하는 매개충이 죽어가는 소나무에 산란을 하면서 알에서 나온 유충은 고사목에서 월동을 하는데요, 이 때 소나무 재선충이 번데기에 침입하고 재선충을 가진 성충이 우화되어 다른 건강한 소나무로 이동해서 수피를 갉아 먹습니다. 이때 생기는 나무의 상처를 통해 소나무 재선충이 나무줄기로 침입하게 되는데요, 소나무 재선충이 건강한 나무에 침입하면 급속한 증식을 진행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소나무는 수분과 양분의 이동이 차단돼 솔잎이 아래로 처지며 시들게 됩니다. 특히, 기온이 높은 시기에 소나무 재선충이 침입하면 빠르게 증상이 나타나고 1개월 이내에 잎 전체가 갈색으로 변하면서 고사하기 시작하는데요, 감염된 나무는 전부 죽게 되는 치명적인 해충입니다.

이런 재선충병 확산방지를 위해서는 감염목 조기발견 후 신속방제가 최우선이기 때문에 방북단은 방제 약제를 북측에 인수 인계한 뒤 개성시 왕건왕릉 주변의 소나무림에서 북측 관계자들과 병해충 피해현장을 둘러보고 공동방제를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공동방제에 필요한 천공기를 비롯한 기자재는 북측에서 준비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방북 계기에 이뤄진 실무협의에서는 앞으로 추가적인 현장 방문을 비롯해 양묘장 현대화 등에 대한 의견도 교환됐다고 통일부는 밝혔는데요, 백 부소장은 그러나 연내 추진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양묘장은 식물의 씨앗이나 모종, 묘목 따위를 심어서 기르는 곳을 말합니다.

(백명수) 북측 양묘장 10개에 대한 현대화 사업은 연내에 추진하기로 합의됐는데요, 일정상 상당히 빠듯할 것으로 보입니다. 양묘장 온실 투명패널이나 양묘 용기 등 산림기자재 생산에 대한 협력문제 뿐만 아니라, 이를 위해 북측 양묘장과 산림기자재 공장 등에 대한 현장 방문도 필요한 시기에 진행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올해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시/군/구 양묘장을 현대화하는 상세한 일정도 아직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빠르게 진척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게다가, 2019년 북한 산림복구 지원 예산으로 편성된 1,137억원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등으로 전달되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지속적으로 다양한 협력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입니다.

앞서, 남북은 지난 10월 말에 열린 산림협력 분과회담에서 올해 안에 북측 양묘장 10개에 대한 현대화 사업을 추진키로 했습니다. 이번 방제약제 전달도 당시 회담의 합의사항 이행 차원에서 이뤄진 것입니다. 하지만, 북측 양묘장 현대화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려면 무엇보다 대북제재 예외 인정이 필요하다고 백 부소장은 지적합니다.

(백명수) 통일부는 북측에 전달된 약제가 소나무 재선충 예방과 솔껍질 깍지벌레 방제용으로 유엔의 대북제제에 해당하지 않는 물자라고 밝혔습니다. 산림병해충 방제협력은 국경 없이 퍼져가는 산림병해충의 확산을 방지함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 양묘장 현대화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대북 제재 예외를 인정받아야 합니다. 남북 산림협력은 대북 제재와 무관하다는 게 남한 정부의 입장이지만, 필요물품과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위원회에서 인도주의 물품에 대한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산림 황폐화 현황과 이에 대한 산림복구를 위해 현지의 양묘장을 현대화하는 사업이 포함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일례로 이번에 유엔 대북제재위원회가 결핵환자 치료를 주요활동으로 하는 유진벨 재단에 허가한 대북 반입품 목록을 보면, 창문과 문, 물탱크, 철제기둥과 보일러 등의 목록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환자 치료를 위한 병동 건립을 시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추정이 보도되는데요, 따라서 양묘장 현대화에 필요한 기자재도 인도적인 물품으로 신청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실제로, 유엔은 최근 들어 인도적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대북사업에 대해 잇달아 제재 예외를 승인해주는 모습입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달 초 처음으로 북한 반입을 허용한 인도주의 물품을 공개했습니다. 유엔아동기금이 요청해 승인한 대북 제재 물품 35건을 공개하면서 구체적인 물품 설명·금액·사용 목적 등을 밝혔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도 올해 제재 예외 요청 두 건을 승인 받았습니다. 식량농업기구 측은 농업 부문 유엔중앙긴급구호기금 인도지원 사업을 이행하기 위해 제재 예외 두 건을 요청해, 승인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미국과 북한 간 비핵화 협상의 정체 국면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지만, 남북의 산림협력은 내년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봅니다. 백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소나무 재선충 방제 관련 약품이 이미 전달된 만큼, 남북협력에 있어 산림 병해충 방제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재선충방제는 시기적으로 고사목에 들어가 월동하는 11월부터 2-3월까지 가장 적기이기 때문에 협력이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 양묘장 현대화 사업에 대한 논의도 대상 지역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처럼 남북협력은 9월 평양 공동선언 이후 경제협력 분과에서 가장 앞서서 진행되는 분야입니다. 남북 분과회담을 통해 산림 병해충 방제와 보건에 대한 구체적인 협력 사업 일정이 논의되면서 앞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첫 협력사업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