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바닷속 침적 해양쓰레기 문제, 남북한 해양협력의 시작점으로 접근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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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소장과 함께 늘어나는 남북한 바닷속 침적 해양쓰레기와 해결방안을 살펴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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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경자년을 기념하며 새해맞이 대청소를 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구석구석 먼지와 묵은 때를 청소하면서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을 낼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1년 내내 이런 청소를 한 결과,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치웠다고 밝힌 곳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의 해양환경공단인데요, 지난해 전국 23개소에서 해양폐기물 정화사업을 실시한 결과, 바닷속에 침적된 해양쓰레기 2880톤을 수거했다고 최근 밝혔습니다. 백명수 소장은 바닷속 침적 해양쓰레기가 늘어나는 이유로 폐어구를 꼽습니다. 어구는 수산물의 포획 채취에 사용되는 모든 도구를 이르는 말인데요, 폐어구는 못 쓰게 돼 버려진 어구를 뜻합니다.

(백명수) 매년 국내 연안에서 걷어내는 해양쓰레기가 7만톤에 이릅니다. 이는 전체 발생량의 40% 수준에 머무는 것입니다. 통상 국내에서 발생하는 해양쓰레기 가운데 4분의 1 정도가 폐어구입니다. 침적쓰레기의 경우, 금속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거나 금속기구와 연결된 어망과 어구 등이 대부분입니다. 나일론으로 만들어진 어구가 썩는데 걸리는 시간은 600년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암암리에 버려지는 폐어구 등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면서 침적쓰레기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어구 사용량 신고제, 폐어구의 투기금지와 수거처리 등을 담은 어구관리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지만 국회에서 여전히 계류 중입니다.

이 같은 폐어구를 포함한 바닷속 침적 해양쓰레기로 인한 피해는 구체적으로 무엇일까요? 백 소장은 생태계 파괴, 어업인 생계 위협, 선박사고가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합니다.

(백명수) 수산, 생물자원의 손실, 생태계와 서식기반 훼손, 해양안전 저해, 해양 환경오염 및 경관훼손 등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수산자원과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피해는 어류나 유용 생물자원이 부유하거나 침적돼있는 어망이나 밧줄에 걸려 죽는 유령어업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유령어업의 피해는 국내 연간 수확물 어획량의 약 10%에 달하며, 피해액은 연간 약 3,700억원에 이릅니다. 해양쓰레기가 저층에 침적할 경우, 퇴적층과 수층 사이에 산소교환을 방해해 저서생물의 서식환경을 훼손하거나 연안습지의 해양생물 산란서식기능에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특히, 폐어망과 폐로프와 같은 버려진 어구는 선박의 안전운항을 방해하는 원인 물질로 선박엔진의 프로펠러에 얽혀 해양사고를 유발하기도 해 어민과 여객의 안전에 위협이 됩니다.

참고로, 저서생물은 바다, 늪, 하천, 호수 따위의 밑바닥에서 사는 생물을 통틀어 이른 말이고, ‘로프’는 굵은 밧줄을 뜻하는 영어단어입니다.

북한도 마냥 늘어나는 바닷속 해양쓰레기를 우려하고 있는 걸까요? 북한 당국은 지난 10일 내각지 민주조선을 통해 항구와 부두, 포구 등에 오물처리시설과 오염방지설비들을 갖추고 배에서 나오는 폐수와 오물을 제때 처리하라고 강력히 주문했거든요. 백 소장은 북한 관련 정보가 제한적이지만, 하구, 항만 구역의 오염이 심각한 수준으로 보인다고 말합니다.

(백명수) 지난 2016년 북한이 제출한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보고서에 따르면, 산업과 주택으로부터 유입된 수질오염으로 하천과 호수, 저수지의 부영양화 문제가 심각하고, 하천과 해안의 생물다양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특히, 바다 쓰레기 문제도 심각해 보입니다. 2015년 2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 산타바바라대학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북한에서 해양에 유입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2010년 기준 5만-12만 톤으로 전 세계, 즉 바다와 접해있는 해안국가 192곳 가운데 19번째로 많은 쓰레기를 해양에 버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이 투기하는 양은 세계 전체의 1%로 저소득 국가 중 방글라데시, 미얀마에 이어 3위에 해당합니다. 게다가, 북한에서 플라스틱 쓰레기의 90%가 부적절하게 처리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 역시 엄청난 플라스틱 쓰레기를 바다에 버린다는 점입니다. 백 소장이 언급한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국가별 순위에서 중국이 2010년에 132만톤에서 353만톤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바다로 버려 1위로 꼽혔거든요. 그래서 백 조상에게 한반도 서쪽 바닷속 침적 해양쓰레기 증가에 북한이나 중국 요인도 있는지 물었습니다. 백 소장의 대답, 들어보시죠.

(백명수) 해양수산부가 동서남해 연안40 곳을 선정해 2개월에 한번씩 정기조사를 합니다. 아쉽게 이 조사에는 침적쓰레기 기원에 대한 조사까지 진행되지는 못합니다. 다만, 2008년부터 2015년까지 해양쓰레기 수거량 누계치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외국에서 유입된 쓰레기는 5% 정도 수준입니다. 이 중 중국이 가장 많고, 일본, 그리고 필리핀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지역도 포함됐습니다. 외국에서 기인한 쓰레기 성분도 음료수 병이나 병 뚜껑과 같은 생활쓰레기가 절반 정도를 차지합니다. 침적쓰레기에 해당할 수 있는 그물이나 밧줄은 약 6% 정도를 차지하는데요, 상세국가의 파악을 알 수 없습니다. 외국 기인 해양쓰레기는 태풍과 계절풍의 영향이 큰 7월-9월, 그리고 11월-1월 사이에 남해안과 서해안 일대에 유입됩니다. 주로 서해를 통해 중국의 양식장 쓰레기가 많이 들어오고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일본과 동남아 지역 쓰레기가 들어오기도 합니다. 외국 기인 쓰레기 10개 가운데 8개가 중국발이고 북한도 가장 인접해 있기 때문에 해양 침적쓰레기 증가에도 일정 정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점점 심각해지는 바닷속 침적 해양쓰레기를 해결하기 위해 하루속히 해결 방안을 내놓아야 할 터. 이런 상황에서 남북한, 중국 등이 서해의 환경개선을 위해 협력을 진행하고 있을까요? 백 소장은 이 문제 개선을 위해 데이터, 즉 자료를 마련하는 일을 포함해 더 많은 국제적 관심과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합니다.

(백명수) 신안군 일대, 남해안 등지에서 실시된 해양쓰레기 시범 수거조사에서 중국, 일본, 북한, 대만,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서 쓰레기가 유입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 정부는 2006년 북서태평양보존실천계획에 가입해 중국, 일본, 러시아 등과 해양쓰레기 관련 정책을 공유하고 상호협력 방안을 협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외에서 유입된 해양쓰레기와 관련된 구체적 연구나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에 협력방안 협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정부는 국외에서 유입되는 해양쓰레기 양을 연간 약 8% 정도로 보고 이 가운데 90%가 중국에서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하지만, 아직 과학적인 데이터로 입증하지 못해 중국이 협력을 외면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해양쓰레기를 중심으로 한 북한과의 협력도 거의 없는 상황인데요, 하지만 북한은 남한, 중국 등과 함께 동아시아해역 환경관리협력기구의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현안으로 부각되는 해양쓰레기 문제를 남북한 해양협력의 시작점으로 접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늘어나는 남북한 바닷속 침적 해양쓰레기와 해결방안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