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산림협력, 대북제재 해제·국제사회 협력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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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과 함께 최근 서울에서 열린 ‘숲 속의 한반도 만들기’ 토론회를 자세히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이낙연) 남북 산림협력은 남북 모두에게, 그것도 지금을 넘어 후대에게 도움을 줄 것입니다.

방금 들으신 것은 한국의 이낙연 국무총리가 최근 서울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한 개회사의 일부입니다. 산림청은 이 토론회에서 ‘남북 산림협력 숲 속의 한반도 만들기’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습니다. 백명수 부소장은 이 새로운 사업은 남북 산림협력의 종합세트라고 평가합니다.

(백명수) 북한의 황폐한 산림복구, 양묘장 현대화, 임농 복합경영, 산림재해 공동대응, 원시림 등 자연생태계 공동보호, 한반도 핵심 생태축 복원 등의 내용을 담았습니다. 먼저, 북한의 황폐화된 산림을 복구하기 위해서 평양, 개성, 고성을 삼각축으로 한 경제림, 유실수림, 연료림 등의 산림복구를 추진합니다. 양묘장 현대화 사업으로는 노후 양묘장을 온실 중심의 시설 양묘장으로 사업을 북한이 자력으로 복구하는 역량을 향상시킨다는 계획입니다. 또, 임농복합경영은 인구밀집과 산림훼손이 심한 서해지역에 밤나무와 밭벼, 낙엽송과 옥수수, 잣나무와 고구마 등으로 구분해 임농복합경영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리고 남북 접경지역인 비무장지대를 중심으로 산림재해에 공동대응하고 백두산 등 자연보호구 4곳에 생육환경을 공동개선하고 산림유전자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등의 자연생태계 공동보호계획을 담았습니다.

이런 남북 산림협력으로 주민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무엇일까요? 백 부소장은 남북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지만, 북한이 실질적으로 더 큰 혜택을 받는다고 답했습니다.

(백명수) 남북 산림협력을 통해서 주민들이 직접 받을 수 있는 혜택은 북한이 보다 더 분명합니다. 당장은 아니지만 산림협력의 성과가 나타나면 산림황폐화로 인한 자연재해, 즉 홍수와 가뭄의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북한은 해마다 여름철 집중호우로 지속적인 홍수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또 봄철 가뭄으로 작물 생산량이 심각하게 감소하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임농복합경영을 통해서도 일부 식량난과 연료난 등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남측 주민들에게는 북한과의 산림협력을 통해서 생물다양성을 확대해 나갈 수 있고, 더불어 온실가스 감축에도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북한 발 미세먼지 저감에도 일정 수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립산림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총면적의 73% 수준인 899만ha가 산림지역인데요, 이 가운데 황폐화된 산림은 284만ha로 전체 산림의 32%에 이릅니다. 설상가상으로, 유엔개발계획이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산림황폐화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이 문제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데요, 그래선지 남북 간 협력의 첫 단계를 산림으로 시작하는 것에 적극적입니다. 백 부소장은 당국간 협력은 여러 불확실성에도 현재진행형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습니다.

(백명수) 지난해 12월 남북 산림협력 남측 현장방문단이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이는 10월 산림협력 분과회담에서 합의된 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추진됐습니다. 북한 현장방문단은 앞서 북측에 전달한 산림 병충해 방제약제의 분배 상황을 확인하고 평양 현지 양묘장과 산림기자재 공장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산림 병충해 방제나 양묘장 조성 등 향후 남북 산림협력 추진방향에 대해 북한과 실무협의를 진행했습니다. 또 산림청은 올해 남북산림협력단을 설치했는데요, 이는 내년 1월 21일까지 운영되는 한시적인 조직으로 남북간에 합의사항의 체계적 이행과 협력을 담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산림청은 오는 3월까지 소나무재선충병 공동방제에 나서고, 시기의 시급성을 고려해 기타 산림 병해충 공동방제를 확대해 나갈 계획도 밝혔습니다. 또한 남북 정상회담 합의사항 중 하나인 북한 양묘장 10개소에 대한 현대화 사업도 우선 추진될 전망입니다.

물론, 남북 산림협력 관련사업이 넘어야 할 산은 많습니다. 가장 큰 산은 대북제재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백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로 인해 필요한 각종 장비와 자재가 북한으로 반입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산림협력 분과회담에서 합의했던 10개의 양묘장 현대화 사업도 연내 착수가 목표였지만, 실제 장비가 지원된 바는 없습니다. 북한은 양묘장의 현대화, 과학화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관련 장비들이 북한에 들어가야 가시적인 성과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장비를 직접 지원할 수 없고, 대신 인적 역량 강화나 종자지원 등이 우선시되는 상황입니다. 산림복구에 대한 북한 측의 의지와 관심은 매우 큰데요, 2017년 김일성 종합대학에 산림과학대학이 신설된 것과 김정은 위원장의 양묘장 현장 방문, 그리고 올 신년사에서 산림언급 등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산림복구에 대한 북한의 의지만큼, 앞으로 북미대화의 진전을 통해 평화이행을 위한 북한의 적극적인 조치와 국제사회의 이해 확대를 통해 대북제재가 해제된다면 남북 협력사업은 탄력을 받을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최근 인도주의단체 4곳의 대북 물품 반입에 대한 제재 면제 요청을 받아들여 주목됩니다. 유엔이 올 들어 대북제재 면제 승인을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유엔의 이번 조치는 북미고위급회담, 그리고 실무협상 시기와 맞물려 북한의 비핵화 결단을 이끌어내려는 유화적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러면서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는 산림 관련 장비와 자재 등에 대해서도 유엔이 면제를 승인할 지 여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대북제재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와의 협력 필요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북한 산림 황폐화는 남북한만의 문제가 아닌 국제적 문제로, 앞으로 국제사회와 더불어 협조 전략이 긴요하다는 게 백 부소장의 판단입니다.

(백명수) 북한이 황폐화된 산림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남북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와의 협력이 매우 필요합니다. 그만큼 산림 황폐화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한데요, 다만 북한이 단독으로 국제사회와 협력하기보다는 다자간 국제기구에 참여함으로써 협력사업과 파트너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우선, 지난해 공식 출범한 ‘아시아산림협력기구’에 북한이 참여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아시아산림협력기구는 한국이 설립을 주도한 국제기구로 현재 13개국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회원국간에 산림 생태계 복원사업이 추진되고 있고, 국제기구와의 협력도 긴밀히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협력을 도모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2년후인 2021년에 산림 분야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산림총회’가 한국에서 열립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 주관으로 6년마다 열리는 세계산림총회는 산림 관련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보존과 관리, 사회경제적 문제를 논의하는 세계 최대의 산림 관련 국제회의입니다. 산림관련 지식과 경험이 총망라되는 국제회의니 만큼 북한도 여기에 참석해 북한의 산림복구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좋을 기회라고 판단됩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제작과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