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과 함께 동중국해에서 최근 침몰한 유조선으로 인한 최악의 해양오염 우려를 들여다봅니다.
이란에서 석유를 싣고 한국으로 가던 상치호가 동중국해에서 침몰했습니다. 상치호는 지난달 초 제주도에서 남서쪽으로 300여㎞ 떨어진 지점에서 홍콩 선적 화물선과 충돌했습니다. 이후 화염에 휩싸인 채 남동쪽으로 280㎞가량 표류한 후 1월 중순 침몰했습니다. 상치호에 탔던 선원 32명은 "전원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이란 정부는 최근 밝혔습니다.
문제는 상치호가 가공유의 한 종류인 콘덴세이트, 즉 응축유를 포함한 13만6000톤과 선박 연료 1000톤 등 많은 양의 기름을 싣고 있었다는 점이라고 백명수 부소장은 지적합니다.
(백명수) 두 가지 점에서 우려가 큽니다. 첫째는 유례없던 많은 양의 원유가 침몰한 배와 함께 유출된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는 유출된 원유가 경질유의 한 종류인 '콘덴세이트'라는 점에서 우려가 증폭되고 있습니다. 콘덴세이트는 다른 원유와 달리 기화가 잘 되고 물과 혼합이 잘 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당초 중국은 빨리 기화되기 때문에 큰 피해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국제연구기관과 환경전문가들은 침몰유조선에서 흘러나온 콘덴세이트는 독성이 매우 강하고 극히 가벼운 성질로 물과 분리가 어려워 방제에도 어려움이 있고, 따라서 해양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콘덴세이트는 물에 녹아 다른 물질과 혼합돼 오염을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최악의 해상 오염 기록은 1989년 엑손 발데즈 호의 원유 유출 사고였습니다. 당시 유출량은 35,000톤이었습니다. 침몰한 상치호에 실렸던 원유와 연료까지 모두 유출된다고 가정하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오염된 해양수가 일본은 물론 제주도 해안까지 위협할 것이라는 예측 결과가 최근 나와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영국 국립해양학센터와 사우스햄튼대학은 동아시아 해류의 3개월간 흐름을 모의 예측한 결과, 오염 해양수가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한달 내에 일본 동해안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사우스햄튼대학교의 스테판 켈리 연구원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스테판 켈리) 보시다시피 유출된 기름이 한 달 내로 일본 해안의 절반에 닿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상치호 침몰 지점은 일본 동해안을 끼고 북태평양으로 올라간 다음 북미 서해안으로 흘러가는 쿠로시오 해류가 위치한 곳인데요, 오염된 해양수는 25일만에 붉은바다 거북의 산란지로 유명한 야쿠시마에 도달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염수는 이어 일본 동쪽 바다에 흘러 들어가며 두 달 만에 도쿄만 인근까지 확산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그 다음에 쿠로시오 해류의 오염수는 북태평양의 심해층으로 스며들게 됩니다.
더 큰 문제는 이 오염수가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인데 기름에 오염된 해양수는 쓰시마 해류를 타고 40일만에 제주도 남쪽에 도착하고 3월 중순 무렵에는 제주 바다에 광범위하게 퍼질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100일이면 남해 전역과 일부 동해까지 도달하게 됩니다. 이에 대해, 백 부소장은 현재 전문가마다 기름 유출 경로와 파급 효과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고 말합니다.
(백명수) 상치호에서 나온 콘덴세이트와 연료로 한반도 연안의 오염 예측에 대한 시각은 국내외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국내에 대한 영향이 희박할 것으로 보지만, 며칠 전 영국 국립해양센터와 사우스햄프턴대학이 발표한 모의 예측 결과를 보면, 유출된 기름이 침몰 40일 후인 2월 하순경에 쿠로시호 해류를 타고 제주도 남쪽 해역까지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기름 유출 잔여물이 해안가에까지 오지 않더라도 남해 어자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게 과학자들의 지배적인 분석입니다.
전문가들은 중국 동부 해상에서 침몰한 상치호의 기름 유출로 해산물이 오염됐을 수 있는 만큼 한국, 중국, 일본 소비자들은 해산물 소비에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습니다. 백 부소장은 특히 각 정부가 기름 유출에 따른 영향의 자세한 내용을 내놓기 전까지는 이 수역을 거쳤을지 모르는 해산물을 먹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백명수) 주요외신들은 이번 사고가 한국과 일본 바다에서 잡히는 해산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지 포춘은 기름에서 나온 바람물질이 수백만 마리의 생선을 오염시킬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유출된 기름의 상당량이 증발되거나 연소된다 해도 침몰 잔해와 가까운 곳에 있는 고등어, 민어, 갑오징어, 청어, 새우, 게 등은 오염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서호주대학교 생물과학대학 제시카 교수는 미국 CNN방송을 통해 이번 사고로 바다 속에 탄화수소가 흩어지면 다양한 생물들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반면, 한국 정부 해양수산부는 상치호에 실린 콘덴세이트와 연료 등으로 인한 국내오염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렇게 국내외 시각 차가 존재하지만, 해산물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정밀한 안전성 평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해산물 섭취를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말 기자회견을 통해 "19일 반경 5km 크기의 연료유로 추정되는 무지갯빛 엷은 유막을 서귀포 남쪽에서 관측했다"며 "현지 해산물에 대해 수산물 유해성 검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국립수산과학원은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검사에 나설 예정입니다.
한편,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는 '북서태평양보전실천계획'(NOWPAP)의 오염사고 통보체제에 따라 사고 직후부터 사고 상황을 보고받고 있고, 중국 측의 요청에 따라 한국 해경도 지원에 나섰습니다. 북서태평양보전실천계획은 동북아 해양의 지속 가능한 보전과 관리, 개발을 위한 지역 협력사업인데요, 1991년 유엔환경계획 회의 중 한국, 북한, 일본, 중국, 러시아 5개국 대표가 모여 이를 추진키로 합의해, 1994년 정식 출범했습니다. 2005년에는 유사시 오염 방제작업을 상호 지원하기로 국가 간 방제 긴급 계획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백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상치호 사고에서 중국 해사국 측에서 방제활동과 상황 통제를 담당하고 있고, 오염사고 통보시스템에 따라 사고 상황에 대해 각국에 보고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북한이 참여하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긴급한 사고 현황에 대해서는 북한과의 자료 정보 공유가 매우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앞으로 파트너로서 북한의 참여가 확대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사고 사례를 보면, 국가간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첫 번째, 사고 발생에 대한 초기대응에 국가협력 시스템이 더 긴밀해져야 할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사고 이후에 기름확산 가능성에 대한 정밀 모니터링, 이에 따른 국가간 해양생태계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수산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국가간 수산물 안전성 평가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공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관련 국가간에 소통확보와 정보공개가 더 긴밀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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