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사고 7년, 한국인 불안도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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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과 함께 후쿠시마 원전 사고 7년째 방사능 실태와 한반도 방사능 오염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원전 사고 폭발음)

동일본 대지진으로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지 7년을 맞아 국제적 환경단체인 그린피스가 최근 후쿠시마현에 위치한 나미에마치와 이타테 촌 지역의 방사능 오염 실태를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백명수 부소장은 후쿠시마 내에서 일부 지역은 지난해 3월 피난지역에서 해제돼 주민이 돌아왔지만, 주민 건강이 우려된다고 말합니다.

(백명수) 방사능 오염이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조사는 지난해 9월과 10월에 진행됐는데요, 나미에마치 촌과 이타테 촌에서 방사선 오염 수준이 일반인 연간 피폭치 한계치보다 100배 가량 높게 조사됐습니다. 이타테 촌 지역은 방사선 오염을 제거하는, 이른바 ‘제염작업’이 완료된 지역임에도 6가구 중 4가구에서 일본 정부의 장기 목표보다 훨씬 더 많은 방사성 수치가 측정됐습니다. 특히 일부 지점에서는 2015년보다 더 높은 방사선이 측정돼 다시 오염된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피난 지시가 해제된 나미에마치 지역의 한 학교 주변 숲의 방사선 양도 매우 큰 것으로 조사돼 제염 작업 효과가 매우 미비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일본 정부가 제염작업을 거쳐 피난 지시를 해제한 곳임에도, 이 지역에 일반인이 들어간다면 매주 한번씩 가슴 x-ray를 찍는 것처럼 방사능에 노출되는 셈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장기 목표치로 정한 방사선 수치는 시간당 0.23 마이크로 시버트(μSv)인데요, 피난 지시 해제 구역에서 측정된 방사선 수치는 이를 훨씬 초과했습니다. 시간당 0.23μSv는 연간 피폭량 한도인 1밀리시버트를 넘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한 수치입니다. 성인이 매일 8시간 동안 외부 활동을 통해 방사선에 노출이 된다는 가정하에 설정했습니다. 대체 일본 정부가 정한 목표치에 도달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까요? 백 부소장은 21세기 중반이나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봅니다.

(백명수) 그린피스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면, 일본 정부가 설정한 장기목표인 연간 1밀리시버트를 달성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제염지역에서도 방사성 물질의 수치가 예전보다 더 높게 측정되기도 했는데요, 주변지역에 있던 방사성 물질이 바람 등을 타고 이동해서 마을을 다시 오염시키고 있다고 그린피스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일본 전문가들도 사고 직후부터 ‘제염’은 오염을 옮기는 ‘이염’일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중화제로 화학물질의 독성을 제거하듯이 방사성 물질의 무엇인가를 처리해서 없애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그린피스의 조사결과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데요, 방사성 물질 중 세슘은 그 양의 절반이 줄어드는데, 30년이 걸립니다. 완전히 없어지기까지는 150년 이상이 걸립니다. 이미 퍼져버린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데 자연적인 시간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그린피스 조사결과에도, 제염작업이 진행된 지역임에도 방사성 수치가 높게 조사되고 있고, 이런 결과는 제염이 진행됐다 해도 방사성 물질이 없어지는 데는 21세기 중반이나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당장 이웃한 한국에서는 일본 후쿠시마 지역의 수산물이 다시 자신들의 식탁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자 시민들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세계무역기구가 중재한 수입금지 분쟁에서 한국이 일본에 패소했기 때문입니다. 백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2012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발생 직후, 한국은 인근 농수산물의 수입금지조치를 시행했습니다. 이어 2년 후에 후쿠시마 인근 8개 현 수산물 수입금지 특별조치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이 2015년 한국의 임시특별조치가 일본의 수산물을 차별하고 기타 핵종 검사 추가요구가 부당하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습니다. 그 결과가 지난 2월에 나왔는데요, WTO는 지속적으로 수입금지를 유지하는 것은 협정에 위배된다고 한국 정부에 패소판정을 내렸습니다. 패소 판정이 있다 해도 당장 해당지역의 수산물이 유입되는 것은 아닙니다. 60일 내에 한국 정부가 최종심에 해당하는 상소기구에 상소할 수 있고, 이후 양국 협상절차도 남아있습니다. 최종 판정은 올해 하반기나 내년에 나올 것이라고 정부는 말합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2015년 수입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진행했어야 할 원전사고 관련조사를 체계적으로 진행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산 해산물 수입금지를 막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설상가상으로 북한발 방사능 오염도 커다란 문제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풍계리 핵실험장 주변지역이 연이은 지진으로 붕괴되면 핵실험으로 발생한 방사능이 지상으로 방출돼 대기가 오염되거나, 지하수층이 오염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해오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는 지난 12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출신 탈북자 30명에 대한 방사능 피폭 검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1명은 피폭량 수치가 394밀리㏜(시버트)가 나왔습니다. 일본 히로시마대 호시 마사하루 명예교수는 이에 대해 "누적 피폭량 394밀리㏜라는 수치는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폭심지에서 약 1.6㎞ 떨어진 곳의 초기 방사선량에 해당한다"며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가스나 분진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백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북한 1차 핵실험이 진행된 2006년 10월 이후 탈북한 북한 길주군 출신 100여명에서 희망자를 대상으로 30명을 선정한 것인데요, 검사는 4가지 항목으로 진행됐습니다. 내부 오염검사를 실시하는 전신계수기 조사, 소변시료검사, 누적방사성피폭검사가 되는 안정형 염색체 이상분석, 그리고 최근의 방사성 피폭여부를 검사하는 불안정형 염색체 이상분석 등을 진행했습니다. 통일부는 검사 결과, 전신계수기검사나 소변시료 분석감사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보인 피검자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체내 방사능 오염은 방사능 물질의 유효 반감기에 의해 감소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북핵 실험에서 기인한 체내 방사능 오염이 있더라도 방사능 오염 검사에서 유의미한 검사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조사는 검사 대상자가 모두 4차 핵실험 발생 이전의 입국자로 최근 진행된 세 차례 핵실험의 영향을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하는 검사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만에 하나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면, 북한의 핵 공격으로 한반도 전체가 방사능 낙진에 덮여 10년, 20년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할 저주의 땅이 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일각에서 나오는데요, 다행히 4월말 남북정상회담이 열립니다. 이번 회담 의제에 한반도 방사능 오염 문제가 포함될 수 있냐는 질문에 백 부소장은 아직은 아니라고 답합니다.

(백명수) 가장 핵심적 사안은 한반도 비핵화에 집중될 것 같습니다. 당분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중심으로 포괄적 의제를 논의하는데 무게를 두면서 경제적 문제 등은 순차적으로 풀어갈 것으로 예측됩니다. 많은 한계가 있지만 통일부 조사결과도 유해하지 않게 나왔고, 또 정치적 쟁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어서 비핵화의 큰 그림에 있어서 방사성 오염문제가 수면위로 부상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조금 더 큰 틀에서 한반도 협력방안을 논의하면서 세부적인 이행과제를 선정할 때 방사능 오염문제가 과제로 검토될 수 있다고 보입니다.

‘이제는 환경이다'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