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소장과 함께 남북한 산림 협력 현황을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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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목일 캠페인 송) 나무를 심자, 나무를 심자….
한국 산림청이 2014년 제작한 '식목일 캠페인 송' 일부 들으셨는데요, 한국에서는 5일이 나무를 사랑하는 의식을 높이고, 국토를 아름답게 가꾸고, 산지를 자원화하기 위해 범국민적으로 나무를 심는 날인 ‘식목일’입니다. 청취자 여러분들은 지난달 2일 ‘식수절’을 맞아 나무 많이 심으셨죠?
나무는 인간에게 너무나 소중한 존재인데요, 나무가 만드는 산소 없이 인간은 한 순간도 생존할 수 없죠. 대기 오염을 정화하는 것은 물론 홍수와 산사태를 예방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 또한 나무입니다. 이런 나무가 집단을 이루고 생육되는 일단의 구역을 ‘산림’이라고 하는데요, 마침 남한에서 산림과 관련한 대규모 국제행사가 개최됩니다.
6월 중순 북한에서 가까운 인천에서 열리는 ‘2019 아태지역 산림주간 및 아태지역 산림위원회’가 그것인데요, 산림청과 인천시, 유엔식량농업기구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행사에는 46개국 산림 전문가 1500여명이 참가합니다. 백명수 소장은 이번 국제행사의 의미를 이렇게 평가합니다.
(백명수) 산림청은 이번 행사에서 국제산림 현안을 폭넓게 논의하고, 한국의 조림기술 등을 수출하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은 과거 전쟁 등으로 황폐화된 산을 성공적으로 복구한 국가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이제, 헐벗은 산을 가졌던 나라에서 조림기술의 수출국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자리가 될 것입니다. 또한, 이 행사는 2년 후에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산림총회를 준비하는 성격도 있습니다.
과거 남한의 산림은 민둥산이 50%에 가까울 정도로 심각하게 훼손됐습니다. 조금만 비가 오지 않아도 하천과 계곡이 마르고, 적은 비에도 산사태와 홍수가 일어나는 등 악순환이 계속됐습니다. 유엔도 1969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산림 황폐화는 고질적이라서 치유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내릴 정도였습니다.
이에 남한 정부는 1960년대부터 산림법을 제정하는 등 본격적으로 산림녹화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초기에는 성과가 미미했지만, 1970년대 들어 온 국민이 녹화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여기에 발맞춰 산림 보호 기술과 관리방법 등도 체계가 갖춰지자 남한은 약 30여년 만에 국토의 65% 이상이 산림으로 바뀌었습니다. 민둥산만 있던 나라가 이제는 조림기술까지 수출하고 있는 겁니다. 백 소장의 말입니다.
(백명수) 한국의 조림기술은 세계적 수준입니다. 한국이 해외조림 사업을 시작한 것은 1993년부터인데요,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뿐만 아니라, 호주와 뉴질랜드 등 전 세계 12개국에서 25만 4천 헥타르의 조림지를 만들었습니다. 황량했던 미얀마의 세게 3대 불교성지를 2년만에 울창한 산림으로 바꿔내는 성과를 보였습니다. 특히, 아시아 지역의 산림 황폐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산림협력을 확대하고 있는데요, 2014년부터 5년째 캄보디아에서 열대수종의 임목육종과 관련된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music) 여러분께서는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를 듣고 계십니다.
이번에 열리는 산림위원회 행사 주요 프로그램에는 남북 접경지역 산림 시설 현장 견학이 잡혀있습니다. 강원도 철원 통일양묘장, 비무장지대 (DMZ) 자생식물원 방문 등입니다. 또 미세먼지와 산림, 산림 분야 무역 활성화 등을 주제로 토론회도 열립니다. 산림청은 이번 행사에 북한의 산림 분야 관계자 초청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백 소장의 설명, 들어보시죠.
(백명수) 하지만, 북한 측 관계자의 참여가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평양 공동선언에서 남북의 자연생태계의 보호와 복원을 위해 협력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남측 정부와 협력을 맡아온 북한 측은 국토환경보호성 산림총국 관계자들입니다. 지난해 10월에 개최된 제 2차 남북산림협력분과회담에서는 김성중 국토환경보호성 산림총국 부총국장, 최봉암 부국장, 손지명 민족경제협력위원회 참사가 참여했습니다. 산림청이 주최하는 산림위원회에는 아마도 남북협력을 맡아온 북측 인사들이 참여하지 않을까 추측됩니다.
현재, 북한은 지속 가능한 산림 관리를 위해 산림조성과 황폐 산림복원을 그 어느 때보다도 강조하면서, '산림복구전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산림복구전투’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산림 황폐화가 심각하다며 2015년에 시작한 산림조성사업인데요, 북한은 2017년 산림복구전투 1단계 사업 종료 이후 2018년부터 2024년까지 2단계 사업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북한 지역의 산림이 개선되었다는 자료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백 소장은 지적합니다.
(백명수) 북한 산림 현황에 대한 공인된 통계가 없지만, 보고되는 각종 공적 자료를 보면 북한 산림의 실태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유엔환경계획이 2012년 북한 국토환경보호성에서 자료를 받아 펴낸 ‘북한 환경 기후변화 전망보고서’는 2005년 북한의 산림면적이 약 892만 헥타르였는데, 이 가운데 14%가 황폐해졌다고 밝혔습니다. 또, 2008년 산림청 산하 산림과학원이 인공위성 사진자료를 분석한 결과, 북한 산림 면적의 32%, 즉 서울 면적의 47배에 달하는 산림 면적이 황폐해졌습니다. 북한이 지속적으로 산림 녹화를 위해 국가적인 역량을 투입하지만, 산림 황폐화의 문제가 북한이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 식량문제, 에너지 문제 등과 연계돼 있어 눈에 띄는 개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이유로, 남북 산림협력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된 상태입니다. 지난 2월 베트남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이 비핵화 문제에 대한 합의를 보지 못하고 끝나서 한반도의 정세는 불확실성이 높아지지만, 다행히 남북의 산림협력은 지속되고 있다고 백 소장은 말합니다.
(백명수) 지난해 시작된 남북 산림병해충 공동방제사업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남한 정부는 3월까지 소나무 재선충병 공동방제에 나섰고, 시급성이나 협력 수요 등을 고려해 기타 산림 병해충 공동방제를 추진할 예정입니다. 올해 남한 정부의 남북 산림협력 계획을 보면, 향후 사업을 전망해 볼 수 있는데요, 올 초 남한 정부는 산림청에 남북산림협력단을 설치했습니다. 남북 산림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한시적인 조직이긴 하지만, 남북간에 협의사항을 체계적으로 이행하고 협력을 위한 인프라를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양묘장 10개 현대화 사업도 올해 추진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