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간 멸종위기 동식물 도입, 신중히 접근해야

지난 2017년 백두대간수목원에서 적응훈련중인 백두산 호랑이 '두만'이의 모습.
지난 2017년 백두대간수목원에서 적응훈련중인 백두산 호랑이 '두만'이의 모습.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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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과 함께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산 백두산 호랑이를 남한으로 도입하는 움직임을 들여다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호랑이 울음소리)

백두산 호랑이가 으르렁거리는 포효 소리를 잠시 들으셨는데요, 오는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의 통일부로부터 대북 접촉 승인을 받은 민간단체인 ‘문화재제자리찾기협회’가 백두산 호랑이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최근 청와대에 청원했습니다. 백명수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문화재제자리찾기’는 백두산 호랑이 도입을 국립백두대간수목원과 북한 측과 함께 논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단체는 북한으로부터 한국에서 백두산 호랑이를 도입하겠다고 하면, 보내줄 의사가 있다는 것을 전달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평양 조선중앙동물원에 있는 백두산 호랑이 20마리 중 암수 한 쌍을 보내줄 수 있다는 겁니다. 문화재제자리찾기는 민족의 영물인 백두산 호랑이가 휴전선 철책을 넘는다는 민족문화의 상징성을 바탕으로 도입제안을 정상회담을 계기로 검토했다고 밝혔습니다. 상세한 수송방안까지 검토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을 거치는 육로, 해주항에서 인천으로 들어오는 바닷길, 평양과 북경을 거쳐 인천으로 들어오는 하늘 길까지 검토되고 있습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한국 산림청 주관으로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에 조성된 수목원인데요, 2015년 12월에 공사를 완료했습니다. 이 아시아 최대의 수목원에는 ‘호랑이 숲’이 마련돼 있습니다. 백 부소장은 백두산 호랑이의 도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면서, 남북한은 지난 2014년에도 백두산 호랑이 도입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백명수) 문화재제자리찾기는 지난 2014년 10월 산림청과 함께 백두대간수목원에 백두산 호랑이 도입을 위해 베이징에서 북측과 접촉했습니다. 당시 북한으로부터 암수 호랑이 한 쌍을 남측에 보낼 수 있다는 수락의견을 전달받았지만, 남북관계 개선에 부정적이었던 청와대의 보류지시로 백두산 호랑이 도입이 성사돼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에서 들여온 백두산 호랑이는 없지만, 한국 내에 중국에서 반입된 호랑이는 몇 개체가 서식 중입니다. 백두대간수목원에 세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2011년 한중 우호협력의 상징으로 들어왔던 백두산 호랑이인 금송과 금강, 그 자손까지 모두 폐사했었습니다. 특히, 금강의 경우 터전을 옮긴 후 폐사해 사회적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만일 북한의 백두산 호랑이가 한국으로 반입되는 것이 성사된다면 반입 과정에서 호랑이가 받을 스트레스가 면밀히 고려돼야 합니다.

현재 백두대간수목원 안에 있는 세 마리의 백두산 호랑이는 방사를 앞두고 적응 훈련이 한창인데요, ‘두만’이는 국립수목원에서 지난해 옮겨온 수컷입니다. 나이가 17살로 평균 수명 20살에 견줘 사람으로 치면 70대의 늙은 호랑이입니다. 지난 2005년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이 방한 기념으로 기증한 두 마리 가운데 하나입니다. 함께 온 암컷 ‘압록’은 1년 만에 숨졌습니다. ‘한청’과 ‘우리’는 서울동물원 출신으로 지난해 6월 백두대간수목원으로 갔습니다.

사실, 백두산 호랑이는 과거 한반도 전역에 상당히 많이 서식했습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남쪽에서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입니다. 남한에서는 2012년 이후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습니다. 백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정확한 자료가 존재하지 않지만, 남한에서는 야생에 서식하는 호랑이는 거의 멸종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지역에서도 정확한 서식 개체수가 조사되거나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 다만, 중국-북한 접경지역에 20-30마리 정도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중국 동북지방에 50여마리가 서식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6년에 발간된 중국 연구자료에 따르면, 훈춘자연보호구에서 2013-2014 기간에 무인카메라를 통한 연구를 기초로 한 자료에서 중국-러시아의 접경지역에 30-40마리의 호랑이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에는 백두산 호랑이로 알려진 ‘아무르 호랑이’가 가장 많이 서식하는데요, 약 10년전에 ‘세계야생동물기금’이 백두산 호랑이가 백 년 만에 개체수가 가장 많이 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세계야생동물기금의 동물밀매방지계획 러시아 책임자는 러시아 당국이 실시한 개체 수 조사에서 시베리아 오지 변두리에 아무르 호랑이가 480마리에서 520마리까지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백 부소장은 특히 남한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백두산 호랑이가 최근 들어 중국에서 서식지를 넓히며 조금씩 원래 자리로 되돌아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백명수) 지난해 중국 연변 일대에서 백두산 호랑이가 자주 출몰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지린성 임업청이 약 2년간 촬영한 호랑이 영상을 공개했는데요, 지린성 연변의 왕칭보호구 내에 3개체가 촬영됐습니다. 무인카메라 촬영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출몰했다고 알려졌습니다. 호랑이의 서식 반경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좁은 지역에서 많은 개체가 발견됐다는 평가입니다. 이렇게 중국에서 백두산 호랑이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중국의 대대적인 보호활동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10년 전부터 서식지 주변에 불법사냥을 금지하고 생태복원을 진행해왔습니다. 서울시 면적의 25배에 달하는 백두산 호랑이 국가공원을 건설 진행 중에 있습니다. 현재 지린성 일대에 서식하는 백두산 호랑이의 개체 수는 약 27마리라고 합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백두산 호랑이 도입이 실제로 성사되면, 이를 계기로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남북 교류로 한반도의 생태계를 복원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예컨대, 박시룡 전 교원대학교 황새 생태연구원장은 국제적 멸종위기 1급 보호조류인 황새를 북한에 기증하자는 내용의 제안서를 청와대와 통일부장관에게 냈다고 최근 밝혔습니다. 박 전 원장에 따르면, 북한은 한국전쟁 이후 황새가 멸종돼 사육하는 개체도 전무한 실정인 반면, 남한은 러시아 등지에서 황새를 들여와 교원대학교 84마리, 예산황새공원 73마리를 사육 중이고, 24마리는 자연 방사한 상태입니다. 이에 대해, 백 부소장은 멸종위기 종을 교류하는 것도 좋지만, 남북이 공유하는 생태환경을 공동 보존하려는 노력이 앞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백명수) 멸종위기 동식물의 도입은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일입니다. 소수의 개체만으로는 번식이나 증식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보다 앞서 남북한의 생태공동체를 위한 기반 마련 노력이 더 필요합니다. 남한에서 멸종한 동식물이 북한에 있는 경우, 이를 보전하고 연구할 공동 협력 단위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남북한 공히 생태공동체 형성을 위해서 남북한의 멸종 위기종을 중심으로 연구를 지원하고 이를 공유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남북한에서 각각 멸종 위기에 처한 종 현황을 파악하고 종 특성이나 서식지 연구에 대해 공동 접근하고 그 연구결과를 공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아가 한반도의 멸종위기 종 관리를 위한 공동보호지역 설정과 관리할 수 있는 협력방안이 구체적으로 마련돼야 합니다.

이런 가운데, 강원도 비무장지대가 지닌 생태자원의 가치가 다시금 주목 받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강원도 비무장지대를 ‘생태계의 보고’라고 부르는데요, 비무장지대와 민통선(민간인 출입 통제선) 일원에서 동식물 116종이 관찰됐고, 특산종과 고유종은 79종으로 조사됐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