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과 함께 첫 남북 간 교류 사업으로 선정된 산림 분야 협력을 들여다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남북 정상회담 합의를 실행할 ‘판문점선언 이행 추진위원회’가 최근 구성돼 북한 산림문제를 남북 간 첫 협력 의제로 결정했습니다.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행 추진위 위원장도 맡기로 했는데요, 이행 추진위원회는 산림협력 연구 태스크포스를 가장 먼저 꾸렸습니다. ‘태스크포스’는 조직이 어떤 사업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기존 부서와는 별도로 설치하는 임시조직을 말합니다. 백명수 부소장은 정상회담 이후 남북의 첫 협력 사업 분야를 산림으로 정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백명수) 북한의 산림녹화는 당장 다가올 장마철을 대비해 큰 피해를 막고자 하는 목적이 있고, 동시에 북한이 가장 원하는 분야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뿐만 아니라 이설주 여사도 신경을 쓰는 현안이라고 정부가 밝혔습니다. 즉, 산림협력은 북쪽이 가장 필요로 하고, 남측도 경험이 축적된 분야로 즉각 시행이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산림 3분의 1가량은 황폐화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한국 통일부가 6일 배포한 참고자료에 따르면 북한 내 산림 총면적 899만㏊의 32%에 달하는 284만㏊가 황폐화됐습니다. 이 현황은 2008년에 집계된 것으로 북한 산림을 10년 단위로 분석하는 탓에 최근의 산림 현황은 올 연말께 분석결과가 나올 예정입니다. 통일부는 영국의 위기관리 전문기업의 자료를 인용해, 2011년 기준 북한의 산림 황폐화 수준이 전 세계 180여개국 중 나이지리아와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심각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까닭에, 북한은 국제적으로 고립된 상황에서도 산림 관련 국제회의는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은 지난 2017년 7월 미국 서부 지역까지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호를 발사한 데 이어 9월에는 6차 핵실험을 진행했는데요, 남북 그리고 미북간 관계가 최고로 악화됐던 이때 진행된 산림 관련 아시아태평양 회의에도 담당자를 보냈습니다. 이 정도로 심각한 산림 황폐화의 원인은 뭘까요? 백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연료조달과 외화획득을 위한 과도한 벌목 때문으로 알려졌는데요, 1990년대 들어 식량난과 에너지난을 해소하기 위해 북한에서 대규모 벌목이 이뤄졌습니다. 북한은 산림황폐화로 홍수나 산사태 등 자연재난에 대한 방어가 취약해지고 사회경제적 피해도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산림 황폐화, 홍수, 산사태 등 자연재난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남한이 북한과의 산림 협력 분야에 관심을 가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남한의 산림분야 대북지원은 지난 1999년 민간단체인 ‘평화의 숲’이 창립되면서 시작됐는데요, 이 단체는 산림청 소관의 사단법인입니다. 대북지원 활동은 주로 묘목 지원이나 공동 식수행사 등 일회성 사업 위주였습니다. 2007년에는 북한 산림복구 지원 단체의 연합체인 ‘겨레의 숲’이 창설됐습니다. 이전보다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북 산림지원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대응해 남한 정부가 대북제재 조치를 시행함으로써 대북 산림복구 지원은 중단됐습니다. 백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산림협력 연구TF는 양묘장 현대화나 병충해 방제 등 북한의 산림보건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남북교류협력이 중단되기 전까지 10여년간 대북 산림복구 지원사업으로 금강산 양묘장을 비롯해 개성, 황해북도, 함경북도 등 8개 양묘장 시설 현대화 사업이 진행된 바 있습니다. 현재, 산림청은 내년 완공을 목표로 강원 고성군에 3 헥타르 규모의 대북 지원용 양묘장을 조성 중에 있습니다. 이와 별도로, 대북지원용 종자 저장시설도 설계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울러, 산림청은 최근 북한 산림정책 모니터와 남북 산림협력 추진방안 연구를 공모했습니다. 북한이 국제단체들에 제출한 협조요청서를 검토하고 남북협력사업의 추진방향을 제시하는 내용입니다. 이는 당장 가능한 산림협력 사업뿐만 아니라 앞으로 구체적인 산림협력의 계획을 만들어가는 단계로 보입니다.
문제는 대북 산림 녹화 지원이 기존의 유엔 제제를 위반하냐는 건데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그간 10차례에 걸쳐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했습니다. 북한의 1차 핵실험에 대응한 2006년 1718호를 시작으로 2017년까지 모두 10차례에 걸친 결의로 사실상 전방위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의 2397호를 비롯해 지난해 채택된 제재 결의는 북한의 주요 수출품인 석탄·광물·수산물,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 원유를 비롯한 대북 유류 제재 등 북한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초강력 조치가 포함돼 북한이 적지 않은 고통을 받고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백 부소장은 산림협력은 대북제재 위반 사항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백명수) (남한) 정부가 북한이 필요하다고 한 여러 분야를 검토했고, 대부분의 분야에서 대북제재 위반소지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고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는 분야로 산림협력 분야가 선정된 것입니다. 앞으로 북한의 산림복구에 인도적 지원사업이 본격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판문점 선언 이행추진위원회 구성 때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아 바로 추진할 수 있는 일과 북미 정상회담 결과 등 제재와 관련된 변화를 기다려야 하는 사안은 별도 추진하라고 지시한 바에 따른 것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아직 북미회담이 남아있고 국제사회의 교감 등도 선행돼야 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경제협력 등 전면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정상회담 이후 남북의 첫 협력 사업 분야로 산림이 정해진 것을 계기로, 환경 분야의 후속 협력 사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에 우선적으로 지원할 분야로 상하수도와 하수처리시설, 폐기물 소각장 등 기초생활 인프라를 꼽고 있습니다. 인프라는 생산이나 생활의 기반을 형성하는 중요한 구조물을 말합니다. 백 부소장의 분석입니다.
(백명수) 그 중에서도 북한 주민들의 기본 생활권 보장과 관련해 상하수도 문제가 있습니다. 북한의 식수사정이 시설 노후와 전력부족 등으로 매우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간한 2014년 보고서에 의하면, 1960년대 설치된 상수도는 상당수 노후화되고 관리체계는 작동하지 않는 실정입니다. 정수과정에 필요한 원자재와 부품 부족 때문입니다. 전력부족, 누수, 수요량 증가 등으로 수도가 설치된 농촌마을이라도 물 공급이 불규칙하고 중단되는 사례가 많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농촌마을은 재래식 우물로 식수를 보충하는 게 보통인데요, 하수처리 체계가 갖추어 있지 않아 각종 오염원들이 지하수로 유입돼 수인성 질병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북한주민의 안전한 식수 공급은 남북협력 사업의 주요의제로 부상돼 왔습니다. 북한주민의 기초생활을 보장하고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기초 인프라 재건은 당장 시급한 문제로 보입니다.
이와 함께, 남한 정부는 산림 부족으로 기후변화에 취약한 북한의 사정을 감안해 남북이 공동으로 기상, 기후, 지진 분야에서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상청은 이미 ‘남북 기상협력 중장기 전략과 방안연구’ 용역 공고를 내고 연구자 선정에 착수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