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남극 빙하 붕괴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 위험 있어; 북이 남보다 더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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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소장과 함께 남극빙하 붕괴에 따른 한반도 주변 해수면 상승 위기를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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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해양수산부가 남극 빙하 붕괴에 따른 해수면 상승 예측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국제 연구에 참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달 시작하는 연구는 국제적인 과학 전문지인 '네이처'가 지난해 12월 선정한 '2019년 주목해야 할 과학 분야 주제 10선' 가운데 1순위로 꼽힌 연구과제입니다.

이번 연구는 남극 연구 역사상 단일 건으로는 가장 큰 규모의 국제공동 연구라고 해양수산부가 밝혔는데요, 백명수 소장은 전 지구 차원의 위험요소로 지적되는 서남극 빙하의 붕괴 상황과 이에 따른 해수면 변동을 예측하고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한 시기 적절한 연구라고 평가했습니다.

(백명수) 남극 서쪽에 위치한 스웨이츠 빙하의 돌발 붕괴로 해수면 변동 과정을 조사함으로써 빙하가 완전히 붕괴하는데 얼마나 시간이 남았는지 예측하는 것입니다. 스웨이츠 빙하는 크기가 한국 면적의 1.5배에 이를 정도로 거대합니다. 이 빙하는 지난 4년간 남극에서 가장 빠르게 녹아 이미 붕괴가 시작됐습니다. 얼음 바닥이 해수면보다 낮기 때문에 따뜻한 바닷물의 유입이 쉬워서 잘 녹는 환경입니다. 남극 대륙 위를 흐르는 빙하는 대부분 대륙을 둘러싸고 있는 두꺼운 얼음벽에 막혀있어 상대적으로 견고하지만, 서남극의 대륙빙하는 이를 지탱하는 스웨이츠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둑이 무너지듯 상류의 빙상 붕괴가 가속화될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해마다 남극 전체에서 사라지는 1,300억톤의 얼음 중 50% 이상이 서남극에서 흘러나옵니다. 서남극의 빙상이 모두 녹으면 지구 평균 해수면이 5.2m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대와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연구진은 남극에서 빙하가 녹는 속도가 40년 전에 비해 6배 넘게 빨라졌다는 조사 결과를 지난 2월 발표했는데요, 연구진에 따르면 2009~2017년 연간 2520억톤의 빙하가 녹은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매월 소양호 총 저수량의 7배 규모에 달하는 얼음이 바닷물로 변하고 있는 셈인 거죠. 전문가들은 이런 급격한 해수면 상승이 미국 뉴욕, 영국 런던, 중국 상하이 등 해안가와 인접한 세계 주요 도시에 침수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는데요, 한국의 경우 이런 침수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아 이번 국제연구에 참여하게 된 걸까요? 백 소장의 대답은 ‘그렇다’입니다.

(백명수)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인한 빙하의 붕괴, 그리고 해수면 상승이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바다 온도가 높은 곳에서 열 팽창으로 해수면이 더 급격하게 상승하는데, 크루시오 난류 주변에 있는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해수면이 1m 상승하면 인천과 부산과 같은 해안도시에 바닷물이 100m 이상 도시 쪽으로 흘러 들어온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특히, 인천국제공항이 대부분 물에 잠기고 인천 연수구, 경기 시흥, 안산, 화성 일대까지 바닷물이 밀려 들어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부산도 김해공항 인근까지 바닷물에 잠기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천국제공항은 국제 이용객 수 세계 5위에 오른 남한 최대의 공항인데요, 정말로 해수면이 상승해 물에 잠기게 된다면 그 여파가 어마어마하겠죠? 국제공항협의회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인천국제공상은 지난해 국제 이용객 수 6,768만명으로 프랑스의 샤를드골공항, 싱가포르의 창이공항을 제치고 세계 5위를 기록했거든요. 게다가, 인천국제공항은 연간 국제 화물 물동량에서는 세계 3위를 차지했습니다. 백 소장이 왜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하는지 알 듯합니다.

남한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데, 북한은 양면만 바다에 접해 있으니, 앞으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침수 위험에서 남한보다는 덜 위험하지 않을까요? 이런 질문에, 백 소장은 그렇지 않다며, 오히려 북한이 더 큰 위기에 처해있다고 답했습니다.

(백명수)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연구보고서 중에 한반도 해수면이 1m 상승할 경우를 예측한 결과가 있습니다. 한반도는 서해안을 중심으로 범람지역이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이 결과에서 남한보다 북한 지역에서 범람 위기가 높은 저지대가 많은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북한은 특히 대동강 하구나 압록강 하구, 함흥만 일대에 피해가 예상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저지대 범람에 대한 취약성과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적 기본 인프라 구축이 열악하기 때문에 해수면 상승에 대한 위기는 더 클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북한도 장기적으로 이에 대한 사회적 대비가 필요합니다.

한반도에서 해수면이 상승하게 되면 입게 되는 구체적인 피해 사례를 설명해달라고 했는데요, 생각보다 그 피해 정도가 크네요. 직접 들어보시죠.

(백명수) 해수면 상승은 일차적으로 연안 저지대와 습지의 범람, 연안 침식의 증가, 폭풍 해일과 홍수 위험의 상승, 그리고 표층수와 지하수에 염분 침투 등의 피해가 우려됩니다. 해수면이 1m 상승하면 한반도 면적의 1.2%에 해당하는 약 2,600㎢가 범람될 것으로 전망되고 125만명 정도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해수면 상승은 해수면 온도 증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요, 이로 인해 폭풍해일과 슈퍼태풍이 발생할 확률이 높습니다. 따라서, 직접적인 인간 생명의 위협과 어류와 조개의 생육장소인 산호초 등과 같은 중요 생태계가 붕괴될 우려가 있습니다. 또, 연안 거주지의 손실, 관개수질의 저하, 연안 농작물의 수확량 저하 등이 우려되고, 매개 전염균 확산에 의한 건강과 생활수준도 떨어질 수 있습니다. 나아가, 항구 연안도로, 철도, 빌딩 등과 같은 주요 사회기반시설과 석유, 석유화학공장 등의 연안 산업시설, 그리고 관광 서비스 등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남북한은 이 같은 부정적 영향에 대응하는 전략을 어떻게 마련하고 있을까요? 백 소장은 사후 대응적인 방식이 아니라, 보다 사전 예방적인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백명수) 해수면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한반도 해안지역은 경관적 가치와 자원가용성 등으로 높은 개발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건축물과 도로 항만 등의 기반시설이 지속적으로 증가돼 왔는데요, 이렇게 대책 없이 연안개발이 지속되면 해수면 상승으로 해안침식의 피해가 커지고 범람, 침수, 홍수, 높은 파도 등으로 이미 개발된 지역에 대한 대규모 피해가 예상됩니다. 따라서, 연안 지역 내 인명, 재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전 예방적 관리가 매우 필요합니다. 우선, 자연의 해안이 가진 방제기능을 복원, 보전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해안가 토지이용과 개발에 있어서 해수면 상승을 고려한 토지이용과 공간이용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연안 습지의 보전과 복원, 해안 보전지구를 확대하는 것, 연안 빌딩의 표준화, 연안 개발 후퇴선을 지정하고 해안생태계를 활성화하고, 해안마을 단위의 방제계획 등을 마련해야 합니다.

오늘은 남극빙하 붕괴에 따른 한반도 주변 해수면 상승 위기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