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소장과 함께 심상치 않은 백두산 주변 땅 속 움직임과 남북 협력 가능성을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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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의 JTBC 방송의 한 시사 프로그램에서 백두산의 이상 징후들을 직접 취재해 6월 초 공개하고, 지난 4월 국회에서 백두산 관련 토론회가 열리는 등, 남한에서 백두산 대분화가 뜨거운 사안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왜 이처럼 백두산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는 것일까요? 백명수 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백두산의 지진활동이 예측하기 어렵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백두산은 지난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약 3,000회 이상의 지진활동을 지속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갑자기 지진발생 횟수가 줄어들었습니다. 2006년부터 백두산 인근에서 지진발생 횟수가 줄었는데, 이에 대한 정확한 원인이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약 4년간 수천 건에 달하던 지진발생 빈도가 최근 급감하면서 화산분화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화산이 폭발하기 전 징조 중의 하나가 맥박이 뛰는 것처럼 지진발생이 빈번하다가 줄어드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현재 백두산은 화산분화의 폭풍전야 상태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특히 지진활동 이후 최근까지 백두산 지면이 최고 7cm까지 부풀어올랐다는 보고도 있어 분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습니다.
백두산 화산 분화 우려를 제기하는 것은 남한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영국 왕립학회는 영국 밀턴케인즈에서 국제회의를 열었는데요, 이 자리에서 영국의 지질학자들은 백두산의 이상 동향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이례적으로 김혁 북한 지진청 분과장이 직접 백두산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백 소장의 말입니다.
(백명수) 김 분과장은 발표에서 최근 2년간, 그러니까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백두산 인근에서 모두 10차례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언급하며 백두산 주변 지질동향이 심상치 않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땅 속의 민감도가 증가한 것으로, 북한 관계자는 땅 속의 밀도, 중력, 자기장 변화 등을 면밀히 기록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특히, 과거 백두산이 대규모 분출을 일으켰을 때 화산재가 일본 북부 홋카이도까지 날아가 5cm 두께로 쌓인 것을 언급하며 백두산 화산 폭발의 심각성을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백두산 화산폭발에 대해 엄중히 인식하고 국제협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2015년에 이미 북한은 영국 과학계에 백두산 관련 관측자료를 다수 제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북한의 적극적인 태도가 그만큼 위기의식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백두산이 분화할 경우 어떤 피해가 생길까요? 백두산 분화 중 규모가 가장 컸던 것은 946년의 폭발인데요, 당시 화산폭발지수가 7에 달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고대 로마도시 ‘폼페이’ 멸망을 초래한 베수비오 화산 폭발의 50배 정도 위력에 해당한다고 말합니다. 화산 폭발은 산업화가 진행된 현대에 훨씬 더 큰 피해를 낳을 수 있을 텐데요, 백 소장의 구체적인 설명 들어보시죠.
(백명수) 쏟아져 내리는 화산재, 즉 강화화산재로 북한이 직접적 피해를 입고, 주변국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4월 국회에서 개최된 백두산 화산폭발 관련 토론회에서 백두산 화산폭발에 따른 주변 지역 피해에 대한 예상 시나리오와 이에 따른 수치 모의실험 연구결과가 발표됐는데, 강화화산재가 비처럼 내리고 화산재 분화 말기에는 산불이 발생해 주변 산지를 태울 뿐만 아니라, 현재 칼데라에서 흘러 넘친 물로 대홍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홍수가 화산재로 부서진 암석과 화산재를 동반해 이동하면 ‘라하르’로 불리는 토석류, 화산이류 등이 발생해, 주변지역을 매몰시키면서 황폐화시킬 것으로 우려됩니다. 그 결과, 북한은 도로, 댐, 전기, 광산 등이 마비되고 생태계 파괴, 토양침식, 호흡기 질환, 식수오염, 냉해 등의 악순환이 초래됩니다. 남한은 북한보다 약하지만, 독성의 화학가스가 함유된 초미세먼지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고, 항공운항이나 운송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백두산 화산분화가 1년이상 계속되면 중국, 일본, 러시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전체의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백두산을 면밀히 조사해온 중국 당국은 "가까운 장래에 분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입장을 공식 표명한 상태입니다. 중국 지진국의 인차오밍 부국장은 지난 2010년 제주도에서 열린 '한·중·일 지진 협력회의'에 중국 대표로 참석해 "최근 백두산 화산은 과거보다 오히려 더 안정화돼 있는 상태"라며 백두산 화산의 분화 가능성을 강하게 부정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백두산 화산 폭발은 아주 먼 옛날의 일 내지는 아주 먼 미래의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백 소장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강조합니다.
(백명수) 백두산 화산분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화산분출이 과거 천년 전에 발생한 옛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미국 서북부 워싱턴 주에 있는 세인트헬렌스 화산은 123년간 잠들어 있다가 1980년 다시 폭발했습니다. 이 폭발로 57명이 사망하고 596 제곱 킬로미터에 이르는 면적, 즉 여의도 면적의 약 71배에 해당하는 산림이 황폐화됐습니다. 세인트헬렌스 화산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24년 후인 2004년 다시 분화했습니다. 이 때 분출 때는 화산감시망이 이미 구축돼있어서 화산분화를 예측해 다행히 큰 재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백 소장이 북한이 백두산에 대한 관측 활동을 더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하는 이유이기도 한데요, 장비, 경험, 인력이 부족한 북한의 경우 그 위험성에도 백두산의 지질 상태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남북 공동 연구를 하루속히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백명수) 한국 내 연구자들은 백두산 화산 공동연구를 위해서 그 동안 북한이나 중국 연구팀과 지속적으로 접촉해왔습니다. 특히, 기술과 장비를 제공하는 등의 공동연구를 계속 제안하고 있지만, 대외적인 여건과 상황 속에서 실질적인 협력을 위한 진전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 연구팀은 2015년 중국과 협약을 맺고 백두산 공동연구를 추진해 마그마가 있는 위치를 지질조사를 통해 가늠한 후 시추공을 뚫어 현재 화산상태를 파악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중국 내 사정으로 현장답사만 진행하고 더는 진척되지 않았습니다. 백두산 화산연구에 필요한 초음파, 충격파 분석 장치 등은 현장에 설치해야 하는데, 이는 대북제재 품목에 해당하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입니다. 중국의 경우, 관할 군부대의 허가가 나지 않아 중국 과학자들마저도 중국 접경지대에서는 필요 조사장비를 갖고 다니지 못할 정도로 제약이 많습니다. 백두산 화산 연구협력은 안타깝게도 성사된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화산피해는 사전예측 모니터링으로 그 피해를 감소시킬 수 있는 만큼 백두산 화산에 대한 남북한 공동연구는 지속적으로 모색돼야 할 과제입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심상치 않은 백두산 주변 땅 속 움직임과 남북 협력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