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붉은 수돗물 사태’ 발생시, 문제해결 가능? 전력난 및 시설노후로 ‘쉽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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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소장과 함께 남한의 붉은 수돗물 사태와 북한의 심각한 식수 실태를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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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시민) 아이들 데리고 시댁으로 갔어요. 물 때문에 애들을 씻기지 못하니까. 그리고 지금 애들 피부병 난 게 전부 다 사진으로 올라오고 있거든요. 장난 아니에요 지금.

한국의 YTN 방송에 나온 한 인천 시민의 말 들으셨는데요, 인천 서구와 영종도·강화도 등지에서는 지난달 말부터 수도꼭지에서 ‘붉은 수돗물’이 나오는 수돗물 오염 사고가 이어졌습니다. 붉은 수돗물 사태의 원인은 뭘까요? 백명수 소장은 무리한 수계전환, 즉 정수장의 급수구역 변경이라고 지적합니다.

(백명수) 인천시의 공촌정수장이 해당 취수장과 가압장에 전기점검으로 물을 공급받지 못하게 되면서 인근의 수산정수장에서 물을 끌어오는 과정에 기존 수돗물 공급흐름과 정반대 방향으로 물이 흐르게 된 것입니다. 이때, 관로에 쌓여있던 이물질들이 떨어지면서 그대로 정수장으로 유입되고, 여과 없이 각 세대에 공급됐습니다. 통상 수돗물 공급에 있어 기존 흐름의 방향과 반대로 물을 공급할 때는 매우 신중히 여건을 살펴야 하고, 수압과 유속 등은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천천히 흐름을 조절해야 합니다. 그런데, 인천 수산정수장에서 공촌정수장으로 물을 공급하면서 10시간 정도 들여 물의 흐름을 바꿀 일을 단 10분만에 처리했습니다. 때문에, 내부의 관 주변에 쌓여있던 녹이나 이물질들이 대거 떨어져 나왔고, 이 물이 공촌정수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정수장의 탁도계도 고장 난 상태여서 수질이상을 인지하지 못한 채 각 세대로 공급된 총체적인 재난이었습니다.

탁도계는 탁도를 측정하는 계기인데요, ‘탁도’는 물이 흐린 정도를 말합니다. 문제는 이런 수돗물을 아이들한테 먹이고 설거지를 하고 쌀을 씻고 할 수 있느냐는 건데요, 환경부는 25일 사태가 발생한 인천의 수질검사 대상 31개 지역 중 2개 지역의 탁도가 먹는 물 수질 기준을 일시적으로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백 소장의 설명 들어보시죠.

(백명수) 탁도가 기준치를 초과했기 때문에 정부도 바로 마시라고 안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생물 오염 여부에 대한 추가검사도 현재 진행 중입니다. 향후 지속적인 수질 검사 결과를 보고, 음용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문제의 수돗물에 심각한 유해물질이 나오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빨래나 설거지 등의 생활용수 사용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이번 붉은 수돗물 사태는 예외적입니다. 일반적으로 남한의 수돗물은 상위권에 속하는 수질로, 공동주택의 경우 정기적으로 잔류 오염물 검사를 진행하며 수돗물을 마시거나 화상 등 상처 부위에 갖다 대도 별 탈이 없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북한 주민 3명 중 한 명은 안전한 식수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유엔 기구의 조사 결과가 최근 발간됐는데요, 세계보건기구와 유니세프의 최신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17년 기준으로 북한에서 안전하게 관리된 식수를 사용하는 인구의 비율은 67%였습니다. 농촌 지역은 50%에 그쳤습니다. 백 소장은 북한의 정수장 시설 현황 역시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지적합니다.

(백명수) 북한의 심각한 에너지문제와 정수시설에 필요한 자재나 부품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수장 가동은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일제강점기에 건설된 정수장을 지금도 사용하고 있어 시설노후도 매우 심각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정수처리과정도 대부분 침전과 소독의 두 단계로만 돼있습니다. 수돗물이 공급되는 과정이라도 그 수질이 보장돼있지 않기 때문에 수돗물을 반드시 끓여먹어야 하는 수준이지만, 가구의 약 84% 정도가 그냥 마시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주요하천과 연안의 수질오염도 심각한 상황으로 전해집니다. 수돗물 원수의 수질도 대장균 오염이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현재, 남한 환경부가 이끄는 수돗물 정상화지원반은 이달 18일부터 배수지, 송수관 등 수돗물 급수계통에 대한 청소와 이물질 제거작업에 착수해 대부분 지역의 수돗물은 먹는 물 수질 기준을 통과했습니다. 북한에서 유사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정상화가 가능할까요? 백 소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백명수) 북한의 상수도 시설은 매우 낡아서 관 내부의 문제도 심각할 것으로 보입니다. 공급과정에서 빈번히 녹물이나 이물질 등이 떨어져 나오고 있을 텐데요, 이에 대한 대처는 매우 체계적인 조사와 정보를 필요로 합니다. 수돗물이 공급되는 관망에 대한 지도나 공급 현황에 대한 파악과 더불어 수질의 변동을 실시간으로 확인해야 하기에 많은 수질 측정장비도 필요합니다. 낡은 관에서 이물질이 떨어져 나와 수돗물을 마시기에 어려운 상황이라면, 이에 대한 해결은 당장 혼탁해진 수돗물을 관에서 빼내는 작업이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관에 대한 세척 등과 같은 안정적 관망관리가 필요합니다. 또, 문제가 되는 노후관이 있다면 교체가 이뤄져야 합니다. 북한이 상수도시설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확보하고 관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으나 시설노후나 불안정한 전력문제 등은 시설운영에 있어 열악한 상황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북한 주민들의 정상적인 식수생활을 위해 남북한이 중점을 두고 진행해야 할 협력 사업은 뭘까요? 백 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북한의 주요 식수원이 되는 하천의 수질오염을 가능한 줄이는 게 가장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하수관거나 해수처리장과 같은 시설 설치와 운영이 필요한데요, 북한의 하수처리 수준은 남한의 60년대-70년대와 비슷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하수관거로 배출되는 하수처리율도 13.6%에 그치고 있습니다. 대부분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하기 때문에 생 분뇨 형태로 배출돼 비가 오면 그대로 하천에 유입되고 있습니다. 또, 정수장 관망 개선작업도 필요한데, 이를 위해 전력문제가 해결돼야 합니다. 상하수도 분야의 협력사업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는 사업이니만큼 단계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물은 생명활동에 필수적인 요소이므로 협력의 우선수위에서도 가장 시급히 진행돼야 할 사안입니다. 이를 위해, 남북이 협력해 전반적인 상하수도 현황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고, 인도적인 차원에서 지원이 절실한 곳은 상하수도 시설 설치 등을 직접 협력해 진행해야 합니다.

참고로, 하수관거는 여러 하수구에서 하수를 모아 하수 처리장으로 내려보내는 큰 하수도관을 뜻합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4월 '서울·평양 대동강 협력 사업 자문단'을 출범시켰는데요, 우선 평양의 상하수도 현대화 작업에 착수할 방침입니다. 이를 위해 시는 남북교류협력기금 중 10억원, 미화로 약 86만 달러를 배정했습니다. 올해는 기초 조사와 자문이 예정됐는데요, 기초 조사를 위해 휴대용 수질 측정 장비 50세트와 노후 상수도관 누수 탐사 장비 2대를 구입하는 비용이 배정됐습니다.

RFA 기획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남한의 ‘붉은 수돗물 사태’와 북한의 심각한 식수 실태를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