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소장과 함께 일본의 상업포경 재개와 한반도 고래에 미치는 위협을 자세히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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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게토 하세) 상업적 고래잡이의 재개는 구시로 어민뿐 아니라 일본 포경 산업계의 오랜 숙원이었습니다.
시게토 하세 일본 수산청 국장이 홋카이도의 구시로시와 야마구치현에서 열린 포경선의 출항식에서 한 말 들으셨는데요, 일본은 이달부터 31년 만에 상업 고래잡이, 즉 포경을 재개했습니다. 구시로항에선 포경선 5척이 한 조를 이뤄 출항해 첫날부터 밍크고래 두 마리를 잡아 돌아왔습니다. 선원들은 고래에 전통주를 붓는 의식을 치르는 등 1988년 이후 첫 상업 포경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일본은 그 동안 국제사회와 고래잡이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어오다가 지난해 말 IWC, 즉 국제포경위원회에서 공식 탈퇴를 선언했고, 지난달 말부터 탈퇴가 발효됐습니다. 일본 수산청은 "상업포경은 일본 영해와 배타적경제수역에 한정해 재개된다"면서 "올해 말까지 포획량을 227마리로 확정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일본이 이처럼 고래사냥에 목을 매는 이유가 뭘까요? 백명수 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일본에는 아직도 고래고기를 먹는 문화가 존재하고 이에 따른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어민들의 요구가 끊이지 않고, 이를 방조하는 일본 정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1951년 국제포경위원회에 가입한 이후에도 고래잡이를 고집해왔습니다. 1982년 IWC가 고래보호를 위해 상업포경 중지를 결정했는데요, 일본은 1987년부터 남극해에서 고래생태에 관한 연구를 명분으로 과학포경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과학을 가장한 상업적 포경이라는 비난을 받아왔습니다. 국제적 비난에 밀려 일본이 결국 1988년 상업포경의 공식 중단을 발표했지만, 과학포경의 중단 없이 그 의미가 크지 않았습니다. 현재, 일본 내에서는 연간 3,000-5,000톤 수준의 고래고기가 유통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본에서 고래고기가 대중적으로 떠오른 건 2차 세계대전 이후 식량난에 처하면서입니다. 당시 학교 급식 차림표에도 고래고기가 나올 만큼 흔했고, 고래고기는 단백질 공급원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이 때문에 일본 노년층에겐 추억의 음식으로 자리잡고 있기도 한데요, 백 소장은 이런 고래고기 식용은 지구의 해양 환경을 훼손하기 때문에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백명수) 고래는 해양생태계의 균형을 잡는 핵심종입니다.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보호해야 할 멸종위기종입니다. 고래는 번식률이 낮고 수명이 길어 한번 멸종위기에 놓이면 다시 회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과거 상업포경으로 많은 고래 개체수가 급감했고, 다수의 개체군이 멸종위기에 처했습니다. 남극의 흰긴수염고래는 40년동안 노력에도 거의 관찰되지 않고 있고, 서태평양 귀신고래는 개체수가 160여 마리에 불과할 정도로 극심한 멸종위기에 처했습니다. 특히, 일본이 자국의 영해와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잡으려는 밍크고래는 크게 J개체군과 O개체군으로 분류됩니다. 특히, J개체군인 밍크고래는 한반도 해역을 회유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포경은 한반도 해양 생태계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아닌 게 아니라, 한국 정부는 일본의 상업포경에 신속한 반응을 내놓았습니다. 해양수산부는 공개한 성명에서 "일본의 상업포경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우리 수역의 고래자원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한반도 연근해에는 일본의 상업포경 대상 종에 포함된 밍크고래를 비롯해 모두 31종의 고래류가 분포하는데요, 특히 J개체군은 한반도 수역과 일본 서쪽 연안, 동남쪽 연안에 주로 서식하고, 한국 수역에도 천 500여 마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우리 수역의 고래자원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분석할 것"이라며 "고래의 보존과 이용은 국제포경위원회에서 논의되어야 한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사실, 일본 상업 포경 이전에도 동해안 밍크고래가 급감하고 있다는 우려는 국내외에서 계속 제기돼 왔습니다. 일각에서는 한국 어민들 일부가 고래가 다니는 길목에 일부러 그물을 설치한다는 의혹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동해안의 밍크고래는 개체 수를 유지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백 소장의 말입니다.
(백명수) 고래연구센터의 발표에 의하면, 동해에는 밍크고래 600마리, 참돌고래 15,650마리, 낫돌고래 4천마리 등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밍크고래의 경우, 북태평양 영역에 서식하는 종 전체로서는 멸종위기가 아니지만, 황해, 동중국해, 동해에 서식하는 J개체군은 어구 등에 의해 상당량의 혼획, 즉, 우연히 그물에 잡히는 게 발생하기 때문에 종 보존에 대한 우려가 IWC에서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혼획이나 그물에 걸려 죽은 고래가 떠밀려오는 좌초된 고래류의 조사결과, 밍크고래가 83마리로 한국에서도 고래에 치명적인 어구사용에 혼획된 고래류의 유통제한 등의 보호조치 도입이 매우 필요한 실정입니다.
남한과 달리 북한은 국제포경위원회에 가입하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북한 매체는 일본이 국제포경위원회에 탈퇴하고 고래를 사냥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뒤늦게 15일 맹비난을 가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백 소장은 이런 북한의 반응을 볼 때 북한은 상업용 고래잡이를 하지 않고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백명수) 북한의 고래잡이 현황에 대해서 알려진 바 없습니다. 다만, 일본의 상업적 포경 재개에 대해 북한이 강도 높은 비판을 했는데요, 노동신문은 ‘일본 고래잡이의 광분’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본의 무분별한 처사는 국제사회의 항의와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본색을 드러낸 파렴치한 고래 사냥꾼’이라는 제목의 정세론 해설에서는 국제적으로 과학연구용으로 허용된 사냥 개체 수는 불과 몇 마리이지만, 해마다 평균 850마리를 사냥하는 일본의 고래잡이가 과학연구용이라는 것은 거짓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노동신문의 이러한 기사 뉘앙스를 보면 북한에서 고래잡이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 것으로 추측합니다.
일본의 상업 포경 재개를 놓고, 북한이 국제사회와 한 마음, 한 뜻인 진풍경이 벌어지는 셈인데요, 일본이 앞으로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에 입장을 번복할 지 주목됩니다. 참고할 만한 선례가 있긴 있습니다. 앞서, 러시아는 그 동안 불법 포획한 고래들을 방류하라는 국제 환경단체들의 거센 압력에 따라 100마리의 고래들을 오호츠크해에 성공적으로 방류한 바 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일본의 상업포경 재개와 한반도 고래에 미치는 위협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