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소장과 함께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계획과 동북아시아 방사성 오염 위협을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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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에서 발생한 방사성 오염수 100만톤 이상을 태평양에 방류할 계획을 추진한다며, 그린피스가 강력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그린피스는 핵실험을 반대하고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1971년 결성된 세계적 환경보호단체로, 40여개국에 지부를 두고 있습니다.
그린피스의 수석 원자력 전문가인 숀 버니 박사는 국제적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에서 후쿠시마 원자로 노심이 녹아 내리면서 고준위 방사성 물질, 즉 용융 핵연료 880~1140톤이 생겼다면서, 지하수가 원자로에 들어가 용융 핵연료에 노출되면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로 탈바꿈하는데 이 탓에 100만톤 이상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가 생겼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일본이 정말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 보내면 주변 해역이나 국가가 방사능 위기에 처할 수 있느냐는 것인데요, 백명수 소장은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합니다.
(백명수) 최악의 방사능 해양오염이 초래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방사능 오염수 100만톤을 바다에 흘려 보내면 17년에 걸쳐 물 7억7천만톤을 쏟아 부어 희석해야 하는데요, 이 양이 얼마나 많은 양이냐면 참고로, 2012년 전 세계에서 생산된 쌀의 양보다 더 많은 양입니다. 한 국가가 관장할 수 있는 수량이 아닙니다. 이는 사실상 방류되는 오염수로 인한 바다오염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후쿠시마의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가 제염처리 없이 후쿠시마 해안으로 흘러나오면 인근 어업은 포기해야 할 것입니다. 인근 연안뿐만 아니라 방류된 오염수가 해류를 타고 바다를 순환하기 때문에 태평양 연안 국가들도 방사성 물질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린피스 핵발전소 관련 전문가들은 일본과 가까운 한국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위험한 일본의 오염수 방출 계획을 막을 방법은 없는 걸까요? 앞서, 한국은 1993년에 있었던 러시아 군함의 동해로의 핵폐기물 투기로 초래된 해양환경의 악화를 방지 개선하기 위해 그 다음해에 ‘폐기물 기타 물질의 투기에 의한 해양오염 방지 협약’, 일명 국제해양투기방지협약에 가입했는데요, 이 협약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물었습니다. 백 소장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듭니다.
(백명수) 매우 유감스럽게도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할 계획을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으로 없습니다. 국제해양투기방지협약이 있지만, 해양투기 행위금지는 육상에서 발생한 쓰레기, 즉 폐기물을 바다에 던져 버리지 말라는 것에 한정돼 있다기 보다는, 쓰레기를 육상에서 바다로 이전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폐기물을 바다로 투기하면 안되지만, 배출은 가능한 상황입니다. 현재,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는 날마다 170톤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2021년 이후로 오염수 저장탱크를 증설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그린피스의 지적처럼 강철탱크에 오염수를 보관하고 처리기술을 발전시키는 것뿐입니다. 일본 정부는 방사능 오염에 대한 제염을 통해 해양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바다를 방사능으로 오염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만 한반도 주변의 해양을 위협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북한의 6차례에 걸친 핵실험도 위협요인으로 남아있습니다. 방사능이라는 건 시간이 지나면 점점 줄어들긴 하지만, 최소 반감기가 10년, 20년, 30년 이상으로 길기 때문이라고 백 소장은 지적합니다.
(백명수) 북한 6차 핵실험 당시 지하수가 방사능 물질에 오염됐다면, 동해로 흘러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되기도 했었습니다. 핵실험이 이뤄진 풍계리 만탑산에서 북한 동해안까지는 가장 짧은 거리로 약 56km 떨어져 있습니다. 때문에 방사성 물질이 동해에 유입되더라도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지하 암반 등의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긴 하지만, 지하수는 일년에 몇 미터 정도 이동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세슘, 스트론튬, 플루토늄과 같은 방사성 물질은 각각 반감기가 20-30년, 29-50년, 24,000년으로 매우 길기 때문에, 대기, 토양, 해양, 그리고 지하수 환경을 장기간 오염시킵니다. 과거 1940년대 이후부터 60년대까지 이뤄진 여러 나라의 지상 핵실험의 여파로 현재까지 세계 곳곳에서 방사성 물질인 세슘이 검출되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9월 북한의 핵실험 뒤 중국 지진국에서는 큰 규모의 추가 진동이 관측됐는데요, 실험용 갱도가 내려앉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면서, 방사능 물질 유출과 지하수 오염 우려가 높았습니다. 갱도가 무너지면 방사성 물질 유출 위험이 커지는데요, 당시 북한 당국은 일단 부정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반대의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갱도가 무너져 외부 차단막이 사라졌다면 지하수까지 오염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의 서균렬 교수가 당시 한국의 KBS 방송에 나와 전한 말입니다.
(서균렬) 문제는 그 주변 지역에 오염이 대단히 심각하다는 것이죠. 여태까지는 그럴 거라고 했는데 이제는 지하수 문제만 아니고 토양까지도. 위가 함몰했으니까 밑에는 완전히 금 갔겠죠.
이런 가운데, 러시아 북부 군사기지에서 지난 8일 미사일 추진체 폭발 사고가 발생해 5명이 숨졌는데요, 이 지역은 핵미사일 발사 시험장으로 알려진 곳입니다. 러시아 정부는 방사능 유출은 없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사고 지역에선 방사능 유출 피해 정황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린피스는 현지 언론을 인용해 “사고 발생지역으로부터 30km 떨어진 세베로드빈스크시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한 시각부터 40분간 관측된 방사능 수치가 정상 수준의 20배 이상으로 치솟았다”고 폭로했습니다.
마침, 국제사회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핵 비확산체제 외에도 원자력 안전이나 방사능 오염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출 계획,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한 방사능 오염, 러시아의 미사일 추진체 폭발 사고 등 방사능과 관련한 환경적 위협을 감시할 동북아시아 지역 간의 협력은 없는지 물었습니다. 백 소장의 말입니다.
(백명수) 원자력 안전은 개별국가들이 담당할 몫으로 남아있습니다. 왜냐면, 국제원자력기구와 같은 국제기구는 각 국가들이 자국의 원자력 안전을 강화하는 것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는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어섭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그 피해가 주변국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원자력 안전을 개별국 단위로 지침을 제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고, 광역 단위의 협력을 담보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원전의 안정성 확보와 상생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체계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고, 국제기구의 위상강화도 요구되고 있습니다. 특히 원전이 밀집한 한국, 중국, 일본 3개국에 사고 시 비상통보와 대응책 구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협력체계가 마련되지 못한 실정입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계획과 동북아시아 방사성 오염 위협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