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관광객으로 몸살 앓는 한라산, 백두산, 금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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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소장과 함께 넘치는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는 한민족 3대 영산의 환경문제를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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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한라산 탐방로 곳곳이 지속해서 훼손되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최근 '한라산천연보호구역 기초 학술조사 4차년도 용역 중간보고회'를 열었는데요, 용역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을 통해 오는 11월까지 수행됩니다.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한라산 어리목, 영실, 성판악, 관음사, 돈내코 등 5개 탐방로의 바닥 침식과 암반·뿌리 노출, 노폭 확대, 비탈 붕괴 등이 발생했는데요, 그 이유가 뭘까요? 백명수 소장의 설명, 들어보시죠.

(백명수) 탐방객들이 밟아서 생긴 압력인 ‘답압’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탐방로 곳곳에서 바닥이 패이고 암반과 나무뿌리가 드러난 상황입니다. 이는 노면침식이 심각하게 일어나는 증거들입니다. 수많은 탐방객들이 밝고 지나가는 탐방로는 식생이 훼손되고 바닥면의 토양이 답압으로 물이 통과하기 힘든 딱딱하게 다져진 토양층으로 변했습니다. 비가 오면 바로 흡수되지 못하고 흐르면서 토양이 유실되고 바닥면 침식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생기고 있습니다. 한라산 5개의 탐방로는 최근 3년간 약 300만명 이상의 탐방객들이 다녀갔습니다. 한라산의 탐방로가 지탱할 수 있는 수치를 넘어섰습니다. 백록담 서북벽 탐방로는 이미 심각한 훼손문제로 현재 출입이 금지됐습니다.

한반도 남쪽 끝에 있는 한라산이 이처럼 신음하고 있는데, 북쪽 끝에 있는 백두산의 상황은 어떨까요? 사실, 중국 쪽 백두산 천지는 넘치는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은 지 오래입니다. 이미 중국 지린성 백두산관리위원회는 지난 2015년 상반기에 백두산 중국 쪽 지역을 찾은 관광객 수가 80만 명에 달해 그 전해 같은 기간보다 16% 증가했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백 소장은 북한 쪽 백두산이 중국 쪽 백두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연훼손이 덜하다면서도,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는 않았습니다.

(백명수) 지난해 관광산업에 관심이 많은 북한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백두산 도보여행과 야영을 허용했습니다. 북한 쪽 백두산에는 중국 관광객의 수도 늘어나고 있는데요, 개발로 상당히 훼손된 중국 쪽 백두산에 비해 북한 백두산은 수려한 경관을 가지고 있어 인기가 많습니다. 이처럼 백두산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자연훼손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대북제제로 외국인 관광객이 대규모로 증가하지는 않겠지만, 외화수입이 절실한 북한이 백두산 등지에 관광개발산업을 더 촉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으로 무분별하게 관광객이 증가한다면 백두산도 각종 오염행위나 자연훼손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북한이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여행 상품 홍보에 주력하는 곳은 백두산뿐만이 아닙니다. 북한 매체 ‘조선의 오늘’은 오는 11월까지 2019년도 금강산관광이 진행된다고 밝혔는데요, 이 기간에 3박4일 일정으로 만물상구역, 구룡연구역, 삼일포, 해금강 일대를 개방해 등산, 낚시, 온천 등의 관광상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자연히 ‘금강산도 한라산이나 백두산처럼 자연이 훼손될까?’라는 의문이 생기는데요, 백 소장의 대답은 ‘이미 훼손됐다’입니다.

(백명수) 금강산 자연생태와 그 훼손 정도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존재하지 않지만, 북한 관광객 수 증가와 과거 금강산 관광 당시 사정을 통해 추정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북한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이 하루 2천여명 정도입니다. 관광객 증가에 따른 자연훼손이 우려되는 상황인데요, 1998년부터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개발 당시 골프장, 호텔 등 관련 기반시설 건설에 따른 환경파괴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또, 관광객의 누적수가 100만명을 넘어서면서 금강산 일대의 쓰레기 문제가 심각했다는 사실이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기 전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이밖에, 북한당국이 전국 명소의 자연바위에 김일성, 김정일 부자 찬양글귀를 새겨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훼손되고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졌는데요, 금강산 일대의 만물상 등 63개소에도 글귀가 새겨져 경관이 훼손됐습니다. 또, 금강산 소나무림의 산림병충해 문제도 심각하기 때문에 금강산 일대의 관광문제는 환경문제를 고려하면 간과할 수 없을 지경입니다.

문제는 일단 환경이 파괴된 이후에는 관광산업을 둘러싼 경제생태계가 지속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어떻게 보면, 환경보전이야말로 건강한 관광산업을 만드는 핵심인데요, 지금처럼 계속되는 한라산, 백두산, 금강산 등의 환경훼손과 난개발을 늦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습니다. 백 소장의 조언입니다.

(백명수) 지속가능한 관광으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생태관광이나 녹색관광 등의 접근이 이런 시도로 볼 수 있는데요, 지속가능한 관광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가 중심이 되고, 기반시설 구축에서 문화와 프로그램 중심의 관광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친환경적인 자원의 이용과 관리가 무엇보다 필요한데요, 관광대상 지역이 허용할 수 있는 지탱 가능한 관광객 범위를 우선 정해야 합니다. 국내 보호지역이나 생태경관이 우수한 지역에 도입된 생태관광의 사례처럼, 탐방객의 수를 제한하거나 이에 따른 예약제 방식의 운영도 적극 검토해야 합니다. 관광산업을 도입할 때도 그 지역이 관광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전과 이용의 고려가 잘 설계돼야 합니다. 예컨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의 사례처럼, 핵심지역, 완충지역, 전이지역 등으로 세분화해 관광이 가능한 지역의 범위를 정하는 일도 매우 필요합니다.

여기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은 유엔 산하 유네스코가 지정한 보호구역을 말합니다. 앞으로 통일이 되면 남북한 주민들이 한민족의 3대 영산으로 꼽히는 백두산, 한라산, 금강산의 경관을 즐겨야 할 텐데요, 현재 남북한이 환경을 보전하면서 관광이나 경제개발을 추진할 방안을 논의조차 하고 있지 못하다고 백 소장은 우려합니다.

(백명수) 남북협력의 특성상 환경까지 고려한 관광 혹은 경제협력 추진이 논의된 적은 거의 없습니다. 지난 2017년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 발표됐는데요,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가 설정됐습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3대 전략 중 ‘남북한 화해협력과 한반도 비핵화’에 따라 한반도 3대 벨트구축을 통해 한반도 신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국방, 경제와의 연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DMZ를 중심으로 한 남북 접경지역 발전계획이 그 중 하나인데요, 남북 협의를 통한 남북 접경지역 공동관리위원회 설치,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 추진여건 조성 등을 밝혔습니다. 이런 계획이 큰 틀에서 남측에서 북측과 협력할 수 있는 관광협력 방안의 근거로 볼 수 있는데요, 이 계획에서도 환경을 고려한 내용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실질적인 협력 논의가 전개되면서 반영될 수도 있겠으나, 현재는 다시 남북관계가 긴장상태가 되면서 더 이상의 논의는 진전이 없습니다.

RFA 기획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넘치는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는 한민족 3대 영산의 환경문제를 살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