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쪽 백두산 케이블카 건설로 인한 환경훼손, 생태계 파괴 문제 많을 것

0:00 / 0:00

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소장과 함께 최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백지화와 북한의 케이블카 실태를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

수십 년간 논란이 이어진 설악산 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결국 백지화됐습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는 오색약수터∼끝청 아래까지 3.5km 구간에 케이블카와 정류장, 전망대, 산책로 등을 설치하는 사업인데요, 한국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최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에서 ‘부동의’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업에 마침표가 찍힌 데는 어떤 요인이 크게 작용했을까요? 백명수 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오색케이블카가 설치될 예정이었던 설악산 오색지구는 자연환경이 매우 뛰어나 국립공원, 백두대간 보호구역 보전산지, 자연환경 보전지역 등으로 지정된 곳입니다. 또, 멸종위기동물 1급이면서 천연기념물 217호인 산양 서식지이기도 합니다. 이는 보전가치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지역의 케이블카 설치 중단은 매우 큰 상징성을 갖고 있습니다. 설악산과 같이 자연환경의 가치가 뛰어난 지역에서 이를 훼손시킬 수 있는 사업은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반려되는 중요한 사례를 보여준 보여준 것입니다.

이로써 1982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가 추진된 지 37년 만에, 환경부가 2015년 오색케이블카 신설을 7가지 보완을 전제로 조건부 승인한 지 4년 만에 사업은 전면 중단되게 됐습니다.

강원도는 환경부의 '부동의'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최근 대책회의를 갖고 행정소송 제기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백 소장은 이런 반발은 환경보호 논리와 경제성장 논리가 부딪힌 결과라고 분석합니다.

(백명수) 강원도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을 장기간 침체된 설악권 경제활성화를 위해 1982년부터 추진해온 도민 숙원사업으로 보고 있습니다. 각종 규제 때문에 개발되지 못한 채 지속적으로 희생되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강원도 지역의 전체 면적 절반 가량이 군사, 산림, 환경, 농업 등의 관련법에 의해 규제가 중복적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백두대간 중심지역으로 한반도의 허파 역할, 접경지역으로 국가안보, 한강 홍수조절과 상수원 보호, 석탄 생산 등 기능으로 규제가 누적돼왔습니다. 강원지역 주민들은 이런 규제들로 지역개발이 불가능하고 지역발전이 저해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양양군이 강원연구원을 통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오색케이블카 가동 후 5년이 경과한 시점의 탑승객은 최고 83만 명, 운영에 따른 매출은 연 85억5000만원, 미화로 약 715만 달러입니다. 또 170명의 취업 유발 효과와 66억 원, 미화로 약 552만 달러의 부가가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MUSIC) 여러분께서는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를 듣고 계십니다.

북한에는 케이블카는 있지만 관련 논란은 없습니다. 일단 이해관계자 대립이 적고, 명령하달식 중앙집권 국가이기 때문에 케이블카 도입에 걸림돌이 없어섭니다. 백두산 케이블카와 관련해, 북한 매체는 지난 1991년 백두산정의 케이블카를 1년동안 11만명의 답사자들이 이용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이로 인한 환경적 영향은 어떨까요? 백 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백두산 향도봉과 천지까지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습니다. 향도봉의 백두산 정류소부터 천지 호반에 있는 천지정류소까지 약 1.3km 구간에 설치됐습니다. 이 케이블카는 북한 최대 규모인데, 1995년에 완공됐으니 약 25년이 지난 셈입니다. 백두산 정상에는 케이블카 정류소 건물과 함께 휴게실, 관측실, 변전실 등의 부대시설이 있습니다. 북한은 1987년 백두산을 외국인 관광지역으로 선포한 이후, 천지연 호텔을 포함한 숙박시설과 스키장, 온천, 등반 코스 등을 건설했습니다. 이런 케이블카 운영과 부대시설 건설로 백두산의 해당지역이 얼마나 훼손됐는지에 대해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통상 케이블카 건설로 인한 환경훼손의 문제를 안고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선, 케이블카 설치를 위해 철주를 세우고, 상하부 정류장 건설로 넓은 면적에서 산림이 훼손되고 산림, 토양이 파헤쳐졌을 것입니다. 또한, 공사장 진출입로 확보를 위해 길이 만들어지면서 추가적 산림이 훼손됐을 겁니다. 공사 후에도 각 시설물을 관리하기 위해 케이블카 선로 아래 식생이 자라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많은데, 백두산 케이블카 선로 아래도 지속적인 관리로 식생이 원래 상태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계기로 개발과 환경의 해묵은 갈등 구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홍종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장은 한국의 일간지 동아일보에 “오색케이블카 사업의 경제성 평가에는 산양 등 희귀 생물에 대한 경제성 평가가 빠져 있다”며 “한 번 훼손되면 없어지는 자연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면 결코 작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홍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개발사업 추진 때 부엉이와 곰 등 희귀 생물에 금전적 가치를 매겨 환산합니다. 홍 교수는 세계 자동차 산업의 흐름이 저공해차로 바뀌고 있는 걸 예로 들면서 “전 세계 경제의 흐름이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간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며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도 자연성을 유지하면서 새롭게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는 먹거리를 찾는 쪽으로 시각을 바꾸면 장기적으로 분명 이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으로 남북교류가 활발해지고 나아가 통일이 되면, 북한의 묘향산, 칠보산, 금강산 등 명산에 이번 설악산 케이블카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은데요, 환경을 보전하면서도 북한 지역주민들을 고려한 현실적인 접근법을 조언해달라고 하자, 백 소장은 ‘생태관광 도입’을 대안으로 내놓습니다.

(백명수) 케이블카 설치의 주 목적은 많은 관광객 유치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데 있습니다. 핵심은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는데 있는데요, 케이블카 설치는 자연환경 훼손의 문제점을 넘어 경제성이 확보되는지에 대한 문제도 대두됩니다. 특히, 환경문제 등으로 사업진행이 곤란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지속적으로 케이블카 설치만 고수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민들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지역의 뛰어난 경관과 자연환경을 보전하면서 지역경제도 살릴 수 있는 방안으로 생태관광이 주목 받는데요, 환경부는 2013년부터 생태관광 지정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8년 현재, 26곳의 생태관광 지역이 지정돼 육성되고 있습니다.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되면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민협의체 구성, 생태관광 자원조사, 프로그램 개발 등을 위해 보조금을 지원하고 홍보 등을 진행합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제주도 동백동산습지와 전남 신안군 영산도, 강원도 인제군 생태마을, 전북 고창군 고인돌 운곡습지 등 네 곳의 경우 2013년과 비교해 5년만에 지역관광 소득이 약 80%, 방문객 수는 100% 이상 증가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OUTRO) RFA 기획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최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백지화와 북한의 케이블카 실태를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