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소장과 함께 최근 남한에서 처음 측정된 신종 유해물질과 북한 내 배출 가능성을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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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울산 산업단지 중심으로 신종 유해물질이 발생하는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최근 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부의 연구팀은 울산 지역의 ‘대기 중 신종 유해물질 분포’를 조사해 오염지도를 작성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에 측정한 신종 유해물질은 읽기조차 어려운 ‘할로겐화 다환방향족탄화수소’인데요, 울산은 미세먼지 농도가 낮은 편인데, 왜 이런 신종 유해물질이 대거 배출된 걸까요? 백명수 소장은 울산이 남한 내 최대 산업도시라는 데 그 답이 있다고 말합니다.
(백명수) 다환방향족탄화수소, 줄여서 ‘PAH’라고 부르는데, 이 물질에 염소나 브롬 등이 결합해 독성이 증가한 물질입니다. 대기 중 할로겐화 다환방향족탄화수소는 주로 연료사용이나 산업활동 중에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산업단지에서 높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울산 지역은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산업도시입니다. 석유화학단지와 테크노산업단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석유화학, 비철금속을 다루는 울주군에 온산국가산업단지가 있고, 현대자동차로 대표되는 자동차단지와 항만이 매우 발달해 있습니다. 연구 결과도 울산 지역에서 염소화 다환방향족탄화수소는 석유화학, 조선, 비철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농도가 높았고, 브롬화 다환방향족탄화수소는 석유화학, 자동차 단지 부근에서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신종 유해물질에 대한 대기 측정은 이번이 남한 내 처음인데요, 그러다 보니 아직 남한에서는 이 물질에 관한 대기 기준이 없습니다. 가장 우려되는 사안은 이런 신종 유해물질이 주변환경이나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인데요, 백 소장은 1급 발암물질 보다 독성이 강하다고 우려합니다. 잘 알려진 1급 발암물질로는 자동차 배기가스에 포함된 벤조피렌이나, 슬레이트 지붕에 있는 석면 등이 있습니다.
(백명수) 다환방향족탄화수소는 여러 개의 벤젠고리를 지닌 방향족탄화수소로 미량으로도 암을 유발하거나 주로 공기를 마실 때 폐를 통해 몸 속으로 들어갑니다. 체내에서는 지방분을 포함하는 모든 신체조직에 유입돼 신장이나 간 등에 축적되지만, 대부분 수일 내에 분비물을 통해 체외로 배출됩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할로겐화 다환방향족탄화수소는 1급 발암물질보다 독성이 더 강합니다. 하지만, 신종 유해물질로서 이에 대한 대기기준이 없기 때문에 명확한 인체 유해성에 대한 조사가 더 필요합니다.
남한은 그렇다 치고, 북한에도 산업단지를 가진 도시들이 꽤 많죠. 얼마 전,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의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평양발로 북한 내 굴지의 화학 섬유기지인 신의주화학섬유공장이 북한 내 원료로 종이생산에서 돌파구를 열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는데요, 이런 지역에서도 울산처럼 신종 유해물질이 배출됐을 가능성이 있을까요? 백 소장의 대답, 들어보시죠.
(백명수) 정확한 조사를 해야 알겠지만, 북한의 주요 산업단지에서도 신종 유해물질이 배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에도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나 자동차단지, 조선업 단지 등이 조성돼 운영되고 있습니다. 대표적 화학단지인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는 1970년대 중반부터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는데요, 2000년대에 들어서 본격적인 증설과 확장으로 대규모 남흥석유화학단지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무연탄, 가스 등의 공장과 이를 기반으로 한 화학비료시설 확장을 통해 약 22만 제곱 미터 이상의 규모로 운영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 북한과 중국 공동으로 평양에 자동차조립생산단지 조성도 알려졌는데, 총면적 36만 제곱 미터로 이는 축구장 50개 이상의 규모입니다. 아울러, 동해안 최대 선박 건조지였던 청진조선소도 군수산업기지로 변해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할로겐화 다환방향족탄화수소가 석유와 같은 유기물질을 연소할 때 생성되는 오염물질인만큼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높게 배출되기에 북한 산업단지 지역의 대기환경에 대한 우려도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music) 여러분께서는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를 듣고 계십니다.
남한 울산의 산업단지 지역에 신종 유해물질 배출이 확인되고, 북한의 산업단지 지역에서도 신종 유해물질이 배출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상황인데요, 세계 최악의 대기 질로 악명 높은 중국 베이징을 포함해 한반도 주변국 도시들과 비교해 얼마나 높은지, 아니면 낮을지 궁금합니다. 안타깝게도, 백 소장은 이번 울산 지역의 조사 결과가 동북아시아 도시들의 측정 결과와 비교해 더 높다며 크게 우려합니다.
(백명수). 염소화 다환방향족탄화수소의 경우 일본 도쿄의 농도보다 31배 가량 더 높았습니다. 중국의 베이징보다는 9배나 높았습니다. 브롬화 다환방향족탄화수소는 일본 신주쿠보다 4배 높았고, 중국 베이징보다 121배나 높은 농도였습니다. 다만, 일본의 조사 결과는 2009년에 발표된 자료이고, 중국 조사 결과는 2017년 발표된 자료여서 직접 비교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신종 유해물질에 대해 일본과 중국은 이미 조사를 진행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일본의 경우, 조사는 주요 대도시에서 먼지에 결합된 염소화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를 측정해 비교 조사한 결과인데요, 일본 대도시에서 염소화 다환방향족탄화수소의 농도와 발생원은 계절적 변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중국의 조사도 안개 상태에서 구름이나 염소의 농도 측정이 첫 번째 조사된 사례로 안개 낀 상태에서 미세먼지 흡입이 이 신종 유해물질의 주요 노출 경로임을 제시합니다. 이처럼 신종 유해물질에 대한 국가적 관심은 이미 시작된 단계로 주변국들에 비해 한국은 이제 시작하는 상황입니다.
앞서, 남한의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한반도신경제지도 구상’을 발표했는데요, 이 가운데 산업단지인 청진, 나선지역의 남북 공동개발을 통한 동해안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계획이 포함돼 있습니다. 백 소장은 이처럼 남북이 협력해 북한의 여러 지역에 산업단지를 조성할 때가 되면, 신종 유해물질에 관한 대기기준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백명수) 한국 내 산업단지에서 신종 유해물질 배출에 대한 현황조사가 선행돼야 합니다.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신종 유해물질에 대한 모니터링, 즉 계절적, 환경적 변동에 대한 조사연구를 강화할 필요가 있고, 그 범위도 전국적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산업단지 지역에서 높고 도심지에서 농도가 낮다고 하지만, PAH 특성상 유기물질 연소 과정에서 배출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해외 기준설정 사례를 참고해 국내 실정에 맞는 기준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렇게 국내기준이 설정되면, 앞으로 산업단지 조성이나 운영에 있어 신종 유해물질의 국내기준을 적용하고 배출농도를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특히, 산업단지 개발과 같은 남북한의 공동사업은 사업장 환경 영향을 살피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데요, 그 단계에서 산업단기 대기환경 기준을 적용하고 영향 예측과 대책을 마련하는 등의 검토가 우선돼야 합니다.
오늘은 최근 남한에서 처음 측정된 신종 유해물질과 북한 내 배출 가능성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