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내 지뢰 지금 속도로 제거하려면 500년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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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이달 초부터 시작해 오는 20일까지 진행되는 남북공동 지뢰 제거 작업을 자세히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지뢰 폭발음)

한 사람이 길을 가다 지뢰가 폭발해 다리를 절단하는 중상을 입는 동영상의 일부 들으셨는데요, 한반도는 6.25 전쟁을 겪으면서 국토 곳곳에 지뢰가 매장되어 있는데, 아직 밝혀지지 않은 그 지뢰들로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남북한이 이달 초부터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과 강원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공동으로 지뢰를 제거하는 작업을 하면서, 비무장지대 인근에 묻혀 있는 지뢰가 점차 사라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DMZ, 즉 비무장 지대는 휴전선에서 남북으로 각각 2㎞씩의 구간에 설정된 지대를 말하는데요, 백명수 부소장은 200만발 정도가 DMZ 인근의 남북 지역에 묻혀 있다며 우려했습니다.

(백명수) 현재 한반도 전체에 지뢰가 매설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은 약 6억6천만 ㎡입니다. 지난 2016년 합동참모본부의 자료에 의하면, DMZ 전역에 52만발, 민통선 북쪽에 74만발, 남쪽에 1만발로, 남한 측에만 약 127만발이 묻혀있습니다. 북한 측은 약 80만발로 모두 200만 발이 한반도에 매설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좁은 지역에 제일 높은 밀도로 지뢰가 매설돼있는 끔직한 상황입니다.

남북한이 정전협정을 맺은 지 65년이 지났지만 휴전선 일대의 지뢰 위험은 현재 진행형인데요, 백 부소장은 특히 생태계와 인체에 오랫동안 악영향을 미쳐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백명수) DMZ 인근 지뢰 매설로 인한 생태환경 영향은 산사태나 산불 등의 생태계 교란 발생이 지뢰로 인해 인간 접근이 원천적으로 차단되기 때문에 관리상의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DMZ에 매설된 지뢰로 인한 생태환경의 피해보다 인명피해가 매우 심각합니다. 무차별적으로 살포된 미확인 지뢰는 어느 정도로, 어디에 묻혀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군 장병뿐만 아니라 민간인의 피해도 해마다 발생하고 있습니다. ‘평화나눔회’가 지난 2011년 진행한 강원도 민간인 지뢰피해자 전수조사 결과를 보면, 6.25 전쟁부터 60여년간 강원도 지역에서 발생한 지뢰피해자는 228명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양구군이 89명으로 가장 많았는데요, 해안면의 경우는 200명당 5명 꼴로 민간인 지뢰 피해자가 발생했습니다.

이는 전 세계 국가 가운데 최고의 지뢰피해지역으로 꼽히는 아프리카 앙골라의 200명당 1명의 민간인 지뢰피해자 보다 훨씬 높은 수치입니다. 지난 1950년대, 1960년대 집계가 부정확하고 매년 지뢰피해도 계속 발생하는 만큼 실질적인 피해자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실제로, 국제민간기구인 ‘지뢰금지국제운동’ 한국지부는 분단 이후 지뢰 사고 피해자를 약 1천여 명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현재 DMZ에 매설된 한국군 지뢰는 대인지뢰 M2·M3·M14·M16, 대전차 지뢰 M6·M7·M15·M19가 있습니다. 북한군 지뢰는 대인지뢰로 목함지뢰, 수지재지뢰, 강구지뢰가, 대전차 지뢰로 철재 반땅크지뢰, 목함 반땅크지뢰 등이 매설됐습니다.

이 가운데 100㎏ 이상의 압력을 받으면 터지는 대전차지뢰보다 밟기만 해도 폭발하는 대인지뢰가 사람의 목숨을 위협한다고 백 부소장은 지적합니다. 대인지뢰는 DMZ 인근에 90만발이 매몰돼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부분이 6·25전쟁부터 1980년대까지 묻은 냉전의 산물입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대표 지뢰인 ‘목함지뢰’가 홍수가 나면 물에 떠서 유실되기에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백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목함지뢰는 2015년 비무장지대 목함지뢰 도발로 세상에 잘 알려져 있습니다. 목함지뢰는 2차 세계대전 때 구 소련군이 처음 개발한 것으로, 뚜껑이 있는 나무상자에 폭약과 기폭장치를 넣어 제작되었습니다. 나무로 만들어져서 일반 지뢰탐지기로 포착하기 쉽지 않고 물에 잘 뜨기 때문에 폭우나 홍수, 산사태 등으로 떠내려가기가 매우 쉬운 상황입니다. 북한의 목함지뢰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사실 남한 측에서 매설한 지뢰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대인지뢰 중 M14는 크기가 종이컵 절반 정도이고 무게도 100g에 불과해서 장마철 이후 떠내려가 폭발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반도에 묻힌 이 무시무시한 지뢰를 다 없애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백 부소장은 한 보고서를 인용해 지금 속도로라면 거의 500년이 걸린다고 답했습니다.

(백명수) 최근 10년간 한국군은 국방부 추산 모두 56억원을 투입해 약 6,2000여발의 지뢰를 제거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속도와 비용의 비효율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습니다. 왜냐면, 연간 실적으로 따져보면, 일년에 10-12만 ㎡에 이르는 면적에서 지뢰 약 500발 정도가 제거된 셈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송영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지뢰제거 입법안’에 대한 국방위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제거 속도로는 한반도 내 모든 지뢰를 제거하는데 약 469년이 걸립니다. 이에 소요되는 예산만도 1조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지뢰가 매설된 DMZ 일대는 협곡지대가 많아서 지뢰탐지가 제한되고 이런 지뢰제거의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현행 지뢰작업에는 군단 공병 5개 대대 약 80-100명이 투입돼 5만㎡에서 지뢰를 제거하고 있지만 지뢰가 매설된 총면적을 고려하면 역부족입니다. 매설된 지뢰로 발생하는 무고한 인명피해를 고려하면 관련 예산의 증액과 더불어 지뢰 제거 속도를 더 높여야 합니다.

앞으로, 비무장지대 내 지뢰가 제거되면 이 지역의 지리적 가치와 자원을 활용한 평화관광과 한반도 생태공원 조성 등 다양한 남북협력이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백 부소장의 말, 들어보시죠

(백명수) 이를 위해 유네스코 접경 생물권 보전지역 지정을 통해서 범세계적인 차원의 비무장지대의 생태 우수성을 인정받는 방안이 있습니다. 이는 남북한의 협력을 통한 평화적 이용이 우선시돼야 가능한 일입니다. 두 번째로 DMZ 녹색평화 생태공원 조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비무장지대 내의 주요 생태자원에 대해 남북한 합동조사를 통해 발굴한 희귀 우수생태 자원을 중심으로 생태공원을 조성해서 남북한 공동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특히 비무장지대는 정전협정에 의해 설치된 특수지역이기에 생태계를 조사할 경우, 국제법에 따라 조사가 진행돼야 합니다. 정전협정 당사국이 참여하는 다국적 협력을 통해 남북한 비무장지대를 아우르는 생태공원 조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비무장지대를 통과하는 중요한 남북한 공유하천이 있어서 관리를 남북한이 공동으로 협력할 수 있습니다. 본류가 북한에서 시작해서 비무장지대를 통과해서 서해로 흘러 드는 임진강과 북한강을 DMZ 평화의 강으로 공동 관리하는 사업입니다. 이밖에, 단절된 남북한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는 교통망의 연결사업이나 비무장지대 내에 남북 공동 친환경 농업협력지대 구축 등을 위해 남북한이 협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남측 강원도는 최근 비무장지대를 제외한 접경지역을 ‘강원생태평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 받기 위해 유네스코에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강원생태평화 생물권보전지역은 유네스코의 ‘세계 생물권보전지역 네트워크 규약’에 따라 생태계를 보전하고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다양한 관리방식이 적용됩니다. 정식 등재는 내년 6월 유네스코 국제조정이사회의 심의절차를 거쳐 확정될 예정입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