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공장과 공단 폐수 등에 의한 식수원 오염 일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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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소장과 함께 베트남의 최근 상수원 오염과 남북간 공유하천 관리를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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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상수원이 최근 오염돼 당국이 주민들에게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하지 말라는 경고를 내렸습니다. 베트남 국영 온라인 매체 VN익스프레스는 하노이 남서쪽 상수도를 관리하는 송다 상수도 주식회사가 수돗물이 식수로 안전하다고 발표한 뒤 하루 만에 당국으로부터 이러한 경고가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해당 지역은 하노이 남서쪽 지역 대부분으로 한국 교민들도 많이 살고 있는 곳인데요,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백명수 소장은 상수원이 무단 투기된 폐유에 오염돼서라고 말합니다.

(백명수) 하노이 시가 조사한 결과, 하노이 북서쪽 호아빈성에서 2.5톤 트럭 한 대가 폐유를 하천에 몰래 버린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하천은 주요 상수원인 다강으로 유입되는 지천인데요, 지난 10일경부터 하노이 남서쪽 지역인 남뜨리엠군, 타인쑤언, 꺼우저이, 하동, 호앙마이 등지에서 대규모 수돗물 악취 민원이 발생했습니다. 수돗물 공급회사인 ‘송다’는 수질검사를 실시하고 상수원으로 유입되는 수로에서 폐유를 발견해, 처리했다고 밝혔습니다. 송다 측은 수돗물 검사결과에는 이상이 없다고 발표했지만, 하노이 시당국은 수돗물에서 (발암물질인) 스티렌 농도가 평소보다 많게는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세탁이나 목욕용으로 사용해도 되지만, 음용수는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송다 측은 자체 물탱크와 수도관 청소를 마칠 때까지 수돗물 공급의 무기중단을 발표했습니다.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의 이런 사고를 보면서 혹여 북한의 주요 상수원에도 이런 유사한 오염 사례가 있었을까 궁금해지는데요, 백 소장은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북한은 열악한 하수처리 실정 때문에 각종 오염원이 강과 하천으로 유입돼 오염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라고 봅니다.

(백명수) 올 6월에 발표된 세계보건기구와 유니세프의 ‘북한 가정용 식수와 위생시설, 위생의 진전'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하수처리 비율은 14% 정도입니다. 따라서, 상류에서 배출된 하수가 그대로 상수원으로 유입되고 식수로 사용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분뇨의 경우, 대부분 재래식 변소를 사용하고 특별한 처리를 하지 않아서 비가 오면 하천을 오염시킬 수 있습니다. 때문에, 상수원의 경우 병원성 세균이나 대장균에 노출되기 쉽고 주민 건강에 직접적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특히, 대도시나 공장, 광산 지역 등을 통과하는 북한 주요 강들의 오염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두만강의 경우, 무산탄광, 회령제지공장, 중국 개산툰펄프공장 등에서 탄광폐수나 표백제, 생활오수가 유입되고 있습니다. 또, 70%가 공단인 함흥지역의 성천강은 염료나 가죽공장의 폐수와 가정의 생활하수가 유입돼 오염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현재 베트남 남서쪽 지역에서는 생수 사재기가 시작돼 하노이 시내 대다수 마트에서 생수가 동나는 등 식수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현지언론이 전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송다가 지난 15일부터 수돗물 공급을 중단해 다수 지역 주민이 큰 불편을 겪고 있는데요, 별도의 정수 시설을 갖추지 않은 주택과 아파트 단지에는 급수차가 투입되기도 했습니다. 북한도 이런 오염 사고가 발생하면 주민들을 위해 신속히 대처하고 있을까요? 백 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북한은 식수원 오염과 같은 재난과 관련해 대비나 대응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어떤 구체적인 조치를 취했는지 대해 공식적인 통계나 정보를 찾을 수 없습니다. 다만, 열악한 하수시설이나 공장, 공단에서 나오는 폐수 등에 의한 오염이 일상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때문에 주요 강을 상수원으로 하는 북한은 새로운 식수원 개발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생수공장을 새로 짓거나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는데요, 평양시민들이 이용하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보여집니다. 다만, 생수는 병입수로 판매되기 때문에 매우 고가로 유통돼 일반주민이 이용하기에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식수원이 오염된다면 많은 주민들이 생수 사재기를 할 형편이 안될 것이기에 당국에 의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쉽게도 개별국가의 인도적 위기 및 재난상황에 대한 객관적이고 투명한 지표를 제공하는 INFORM의 2017년 결과에 의하면, 북한의 위기지수는 5.6점으로 전제 조사대상 국가 191개국 가운데 하위 30위에 그치고 있어 체계적 지원이 적시에 이뤄지기는 다소 어려울 것으로 추정됩니다.

‘INFORM’은 유럽연합과 인도주의 기구 간 상임위원회가 지난 3월 공동 발표한 ‘2019 위험지수 보고서’를 뜻하는데요, 위기관리 지수는 점수가 높을수록 위험성이 높은 것을 의미하는데, 실제 북한의 위기관리 지수는 ▲남한 1.8점 ▲일본 1.5점 ▲중국 3.7점과 큰 차이를 보여 위기대응력이 주변국에 비해 상당히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말 태풍 링링이 북한을 강타한 뒤 전염병이 확산해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데요, 오염된 식수가 질병 확산의 주원인인 것으로 평가됩니다. 황해남도 소식통은 얼마 전 남한의 인터넷매체인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태풍이 지나간 후 각종 세균성 이질, 장티푸스, 파라티푸스 등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이런 수인성 질병은 오염된 물이나 식품을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식수 관리와 방역이 필수적이지만,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오염된 물을 식수로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져 감염병이 확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런 북한에 비해, 남한은 수질오염으로 인한 문제를 비교적 잘 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북한은 엄연히 공유하는 하천이 있고, 하류에 위치한 남한은 북한의 물 사용 행태에 따라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데요, 이에 대한 남북간의 협력이나 논의는 있을까요? 백 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남북이 공유하는 하천이 있습니다. 북한강과 임진강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남북한의 공유하천에 대한 관리나 이용에 있어서 유기적 협력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임진강 하류 파주, 문산 지역에서 몇 차례 큰 홍수피해를 입었고, 10년전에는 황강댐의 무단방류로 임진강 야영객 6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북한강의 경우, 수도권 상수원의 상류임에도 유역면적의 23% 가량이 있는 북한 지역에서의 오염관련 실태나 현황이 공유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참고로, 통일이전 동독과 서독은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재난에 대해 협력한 바 있는데요, 동서독의 재난대응 공동협정은 공유하천의 홍수발생, 하수로 폐쇄, 혹은 폭발 등의 자연재난, 사회재난에 대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류오염 또는 경계하천이나 지하수에 유해물질이 침투하거나 토질을 오염시켜 상대방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같은 재해가 접경지대에 발생했을 때가 포함돼 있습니다. 남북한도 이와 같은 재난대응에 대해 협력규정을 무엇보다 우선해서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은 베트남의 최근 상수원 오염과 남북간 공유하천 관리를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