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동남아시아로 향하는 세계 각국의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와 북한의 움직임을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국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가 필리핀에서 발견된 남한발 플라스틱 쓰레기 6,500톤의 모습을 최근 공개했습니다. 이 쓰레기 더미는 남한의 한 재활용 업체에 의해 수출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6,500톤 쓰레기는 지난 7월과 10월 필리핀으로 반입됐는데요, 이 중 5100톤은 민다나오섬에 위치한 필리핀 폐기물 처리 업체 소유 부지에 방치돼 있습니다. 백명수 부소장은 이처럼 플라스틱 쓰레기가 필리핀으로 수출된 게 처음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백명수) 아닙니다. 지난해 2월에도 알갱이 형태의 목재조각과 합성수지로 허위 신고된 한국 발 불법폐기물 5,100여톤이 (필리핀) 세부 항만에 도착해 반송된 적이 있습니다. 한국 관세청 신고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중국에 가장 많이 수출되던 물량이 올해는 필리핀,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으로 분산돼 증가했습니다. 특히, 필리핀이 가장 많이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4,400여톤에서 올해 1,1000여톤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신고된 자료만 파악해도 두 배 이상의 증가량입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최근 들어 부쩍 필리핀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향하고 있는데요, 그 배경에는 중국의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 금지가 자리잡고 있다고 백 부소장은 지적합니다.
(백명수) 세계 각 국가들이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로 골치를 썩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이 그 동안 세계 재활용 쓰레기의 절반 정도를 수입해 처리해오다가, 올해부터 재활용 쓰레기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한해 700만톤에 육박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입해왔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수입 금지로 올해 초 영국, 아일랜드, 독일 등의 쓰레기 처리장에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잔뜩 쌓이게 됐습니다. 또한 상당수 국가에서 쓰레기 처리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의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중국이 쓰레기 수입 제한 조치를 발표한 작년부터 상대적으로 동남아시아 국가의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 용량도 곧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동남아시아 국가 자체적으로도 소비하는 플라스틱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런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가 비와 바람에 쓸려가 대기와 하천을 오염시키고,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것입니다. 백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우선 쓰레기들이 그대로 방치돼 있기 때문에 외관상 시각적으로 혐오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쓰레기 더미의 표면이 열대의 뜨거운 복사열에 달궈져 말라있다가 바람이 불면 잘게 깨진 플라스틱이 대기 중에 날리고 있습니다. 수시로 내리는 열대성 소나기로 일부 플라스틱 쓰레기가 인근 하천으로 흘러들 우려도 큽니다. 또한 쓰레기 더미에서 악취가 심하게 발생하고 있고, 인근 주민들은 쓰레기가 반입된 첫 주부터 악취로 고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쓰레기 더미 인근의 주민들이 경작하는 텃밭도 있는데요, 주민들은 쓰레기 적취 이후, 농작물의 생육에 이상이 생겼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소나기가 쏟아지면서 쓰레기 더미 사이로 물 웅덩이가 생기고, 여기에 파리와 모기 등 해충이 발생하고, 병원균이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인근 마을 주민들의 건강도 위협받는 실정입니다.
이런 위험에도 개발도상국은 경제를 위해 환경을 희생하는 편인데요, 쓰레기를 재가공해 판매하면 상당한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전언입니다.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이 지난해 “수입 쓰레기는 지난 30년 동안 중국 제조업 발전에 크게 도움을 줬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중국이 중단한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을 돈이 궁한 북한이 이어받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과거 개성 공단에서 나오는 각종 산업 쓰레기가 북한 주민들의 돈줄이 된 적도 있어 전혀 근거 없다고 보기도 힘듭니다. 한국의 채널A방송에 따르면, 강은주 전 북한조선직업총동맹 해설 강사는 지난 2015년 '월간북한' 기고 글에서 "페트병·박스·비닐·생고무 등 남한에서는 처리가 골치인 산업쓰레기가 모두 돈이 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백 부소장은 북한이 일본과 독일에서 쓰레기를 수입한 적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백명수) 북한의 공식발표 자료가 없어서 정확히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북한이 일본에서 재활용이 불가능한 알루미늄 산업폐기물을 수입한 사실이 알려진 바 있습니다. 산업시설에서 배출된 알루미늄 잔해를 수입했는데요, 당시 북한의 수입량이 전체 일본 알루미늄 잔해 중 십 분의 일이 넘는 엄청난 규모 때문에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습니다. 알루미늄 잔해는 처리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대표적인 산업폐기물입니다. 매립 전에 물을 처리해서 암모니아 성분을 제거하는 무해화 과정을 거친 후 매립해야 하고, 매립하는 곳도 사전에 방수공사를 해야 하는 물질입니다. 또한 90년대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 수천에서 수만 톤에 이르는 각종 산업 및 생활 폐기물을 수입해서 매립한 사실도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북한이 세계 도처에서 산업 폐기물을 수입해 매립한 것은 외화난과 원자재난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런 사정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2015년 당시 개성공단 운영시 공단에서 배출된 각종 페트병, 박스, 비닐, 생고무 등의 쓰레기가 북한에서 모두 돈이 되기 때문에 1kg당 1,000원-1,500원 선까지 거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한이 골치 아픈 플라스틱 쓰레기와 관련해 상생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공동 사업은 없을까요? 백 부소장은 폐 플라스틱 자원화를 위한 방안은 많다며 일단 남북이 만나서 관련 공동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백명수) 한국은 플라스틱을 매우 많이 사용하는 나라입니다. 한 해 사용하는 양만 약 700만톤에 이르는데요, 이런 플라스틱은 종류가 많고 널리 사용되는 플라스틱만도 예닐곱일 가지가 넘습니다. 이 플라스틱 종류 간에서는 서로 혼합할 수 있는 상용성이 거의 없거나 매우 적은 상황입니다. 또 플라스틱 포장재들은 용도의 특성상 온갖 음식물이 묻어 있거나 남아있기 때문에 처리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이렇게 처치 곤란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활용해서 철도 침목을 만들자는 제안도 있습니다. 현재 한국 철도 총 연장은 대략 4천km에 달하고, 북한은 더 길어서 5천km가 넘습니다. 며칠 전 끝난 남북철도 공동조사처럼 남북협력에 있어 철도연결이 조만간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데요, 이런 철도 연결을 위한 협력사업에 폐 플라스틱을 이용한 침목을 깔자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수면 지역의 갑판이나 등산로 계단, 목장의 울타리, 공원 의자 등 폐 플라스틱 재활용 분야를 확대해서 적용할 수 있다는 제안인데요, 남북한이 무엇보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협력을 중심으로 현재 배출되는 폐 플라스틱을 자원화할 수 있는 연구를 함께 진행하면 더 효과적인 결과를 기대하리라고 봅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