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사는 탈북자들 중에는 새로운 인생을 값지게 살자면서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이나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가 봉사를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중에는 북한에서부터 해온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오늘은 탈북민 이은진 씨를 소개하겠습니다.
은진 씨는 영국의 수도인 런던에서 떨어진 외곽에 거주하고 있지만 한국 노인회협회는 물론 현재 새롭게 구성된 한국 문예원에서도 공연을 하면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은진 " 사물놀이도 있고 부채춤도 있고 노인회 합창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거든요. 그런데 기본은 공연해서 공연 티켓을 팔면 그 돈이 나오는 것이 있잖아요. 킹스톤 병원에 어린이 암 병동, 애들한테 다 후원한대요"
이번 후원행사는 킹스턴 병원, 한인 노인회와 런던 합창단이 함께 하는 후원행사인데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을 암에 걸린 아이들을 위해 기부한다고 합니다.
봉사활동은 여러 부분에서 할 수 있는데요. 현재 은진 씨는 자신이 제일 잘할 수 있는 노래로 재능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은진 씨는 북한에서 1990년대 고난의 행군시기 장마당에 나가 장사를 하다가 누군가가 준 소책자 하나를 받았습니다. 그 안에 내용이 무엇인지 들여다 볼 여유조차 없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야 하는 빡빡한 현실에 그 책자가 집에 있는 것 조차 까맣게 잊고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밤중에 들이닥친 보위부 직원들에 의해 끌려가 감금 되고 교회 책자를 누구에게서 받았냐면서 고문을 당하게 됐습니다. 처음 듣는 이름의 책자여서 모른다고 하니 주먹으로 내리치는 그들에 의해 코뼈가 부러져 나가기도 했습니다.
은진 씨는 보위부 감옥에 잡혔다가 코뼈가 부러지고 정신을 잃게 되자 임시 석방이 됐는데 집에 돌아와 무서움과 공포, 다시 보위부로 끌려가야 할 생각, 아이들 앞날이 걱정이 되어 밤잠을 설치다가 아이들 손잡고 북한을 떠났습니다.
2012년 교회의 도움으로 영국에 도착한 은진 씨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봉사라는 말은 북한을 떠나온 사람들에게는 좀 낯선 언어이기도 한데요. 자기 시간을 써가면서 보수를 받지 않고 남을 돕는 일을 말합니다.
은진 씨는 올해 노인의 날을 맞아 진행하는 후원행사에도 참여 합니다. “국제 노인의 날” 은 1991년 유엔이 제정했으며 매년 10월1일을 하고 있지만 한국은 이날이 국군의 날 이기에 다음날인 10월2일을 노인의 날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영국에서 한국전쟁인 낙동강 전투 참전 용사들 7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도 초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2017년에 영국에서는 탈북민들을 위한 아리랑 음악 협회가 만들어졌는데요. 그때도 은진 씨는 탈북민들의 설 명절, 체육대회 등 다양한 행사에 초대되어 노래를 불렀습니다.
현장음(나의 살던 고향은)
나의 살던 고향 노래를 부르며 탈북민들이 함께 떠나온 고향에 대한 추억에 젖어 들기도 했는데요. 은진 씨처럼 자기가 제일 잘 하는 것으로 여러 사람 앞에서는 재능 기부는 영국에 사는 많은 탈북자가 동참하고 있습니다.
작년 코로나로 어려웠을때 탈북민들은 마스크는 물론 적은 금액이지만 십시일반 모아 킹스톤 병원에 기부를 했습니다. 이 병원에 기부금을 전달한 것은 한국인들과 탈북민이 모여 사는 지역에 있고 많은 한인이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킹스톤 지역에 사는 한인들은 킹스톤 인구의 10 퍼센트도 안되지만 킹스톤 병원에서 아이를 출산하고 한국인들이 치료를 받다 보니 이 병원은 영국 속 한국 병원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모두에게 아주 친숙한 곳입니다.
봉사는 남을 위해서 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의 마음가짐을 바꾸기도 합니다. 조지 버나드 쇼는 “변화하지 않고 발전할 수 없듯이 자신의 마음을 바꿀 수 없는 사람은 어떤 것도 바꿀 수 없다 “라고 이야기 합니다.
영국 맨체스터 박지현 입니다.
진행 박지현, 에디터 이진서,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