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중순이지만 여전히 추운 날씨로 사람들은 많이 움츠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겨우내 말라타진 듯 갈라터졌던 나무도 봄 내음을 먹으면서 푸른 잎들이 돋아나고 길거리에는 벚꽃을 비롯해 각색의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습니다.
부활절 방학이 되면 영국인들은 추운 섬나라에 머물러 있지 않고 따뜻한 곳을 찾아 떠납니다. 주로 유럽의 나라들을 많이 찾는데 아직까지도 악성바이러스로 인해 여행을 제한하는 나라가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어딜 가려면 여행 증명서가 필요하고 증명서 발급까지 오래 걸리기에 여행이 불편하지만 영국에서는 여권만 있으면 누구나 원하는 다른 나라로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여권은 금방 태어난 신생아부터 발급받을 수 있는 보편적 권리 중 하나입니다. 여권은 국제적 신분증 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한나라의 여권은 나의 국적이 어디이고, 내가 누군지를 밝히는 하나의 증명서 입니다.
헨리 여권 지수라는 것이 있는데요. 매년 특정 국가의 여권 소지자가 비자 없이 방문하거나 사실상 무비자로 갈 수 있는 국가가 얼마나 되는지를 합산해 순위를 발표하는 것인데 영국은 199개 나라 중 미국과 함께 공동 6위 입니다. 그리고 한국은 독일과 함께 공동 2위, 북한은 105번째 입니다.
탈북민은 여권을 발급받으면 해외여행을 떠나기도 하는데요. 처음 여권을 받았을 때 심정은 어떨까요? 한국에서 영국으로 와 변호사 공부를 하고 있는 김명성(가명)씨는 처음엔 여권의 힘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합니다.
김명성 : 처음에는 여권을 들고 무비자로 그 어느 나라도 갈수 있고 그 어느 나라던, 그 나라의 문화와 음식과 그 나라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나고 사상을 떠나서 그 사람들과 교류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너무 낯설고, 어렵고 무섭고 두려웠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명성 씨만 아니라 탈북자들 모두가 한번씩 겪는 일이기도 합니다. 몇 년 전 저는 독일 뭰헨에 출장을 갔는데 영국으로 넘어오기 위해 출입국 심사대에서 여권 검사를 마치고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출입국 직원 두 명이 저에게 다가와 여권을 다시 한번 보여달라고 하는 겁니다. 저는 무슨 문제가 있나 싶어 손이 벌벌 떨리기도 하고 옆에 사람들도 저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출입국 직원들은 제 생각과 달라 제가 태어난 곳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던 것 입니다. 그러면서 북한에서 태어난 사람은 처음 이라고 하면서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주더라고요. 이렇게 여권은 내가 누구이고 어디에서 태어나고 현재 어디에 거주하는지 또 범죄가 있는지 없는지도 확인 할 수 있는 서류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명성 씨는 미국과 체코도 다녀왔다고 이야기하며 북한에서 미국을 적대국으로 배웠지만 실지로 미국인들은 너무 따뜻했으며 유럽나라 체코를 방문 할 때는 여권 검사도 안 받고 갈수 있었던 경험들을 이야기 합니다.
김명성 : 자유롭게 제가 여행을 할 수 있고 그 사람들과 어울려서 다닐수 있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 참 놀라웠습니다. 유럽에서는 지금 현재 여권을 보지도 않고 그냥 유럽끼리 여행을 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저도 공항을 갔는데 이름만 물어보고 티켓을 내어주는데 이런 것들이 너무 당연해지고 …
여권이 없는 사람을 우리는 무국적자 라고 부릅니다. 북한도 여권이 발급되는 나라이긴 하지만 자기가 원한다고 해서 여권을 발급 받을 수 있는 나라는 아닙니다. 그리고 해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자신의 여권을 직접 가지고 다닐 수 없습니다.
북한주민들도 해외에 살고 있는 탈북민처럼 여권을 가지고 세계 여러 나라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진행 박지현,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