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말이 있죠. 매일같이 다니던 기차가 이날은 철도 파업으로 운행을 하지 않아서 저는 맨체스터부터 런던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을 했습니다.
오늘 저는 영국 버킹엄 궁전으로 가 찰스 3세 왕과 커밀라 왕비를 뵙고 온 이야기를 해드리려고 합니다. 왕을 만나게 된 것은 크리스마스 전에 영국 외교부에서 한국과 몽골을 담당하는 담당자로부터 한통의 이메일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메일의 내용은 2월 1일 찰스 왕과 커밀라 왕비가 영국에 있는 동아시아 그리고 남동아시아의 사람들을 초대하여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했는데 저를 후보자로 이름을 올린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집주소와 휴대폰 번호를 꼭 첨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 이유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있었습니다.
그 후 한달간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해 저는 매일 이메일을 몇번씩 확인하고 우편통을 열어보면서 혹시나 하는 생각을 버릴수 없더라구요. 그러다가 1월14일 토요일 우체부 직원으로 부터 편지를 받았는데 바로 영국 왕실을 상징한 문양이 찍혀 있는 편지였고 편지봉투 안에는 왕의 명령을 받들어 저를 왕궁에 초대한다는 초대장과 왕궁으로 들어갈수 있는 카드가 들어있는 것 입니다.
이날 초대받은 사람들이 300 여명이 된다고 했습니다. 온 사람들의 국적을 보면 필리핀, 몽골, 남 베트남, 중국, 캄보디아, 말레시아 등 입니다.
사실 총리실이나 국회로 들어갈 때는 공항에서 하는 금속탐지가 설치된 문을 지나가는 것과 같은 까다로운 검사는 있었는데 왕궁은 간단히 왕실 경찰이 눈으로 소지품을 확인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연회 장소는 1,700년도에 세워진 버킹엄 궁전이었는데 이곳은 왕실 거주지이자 영국 군주의 행정 본부 이며 영국왕실의 모든 행사가 여기서 진행이 됩니다.
일단 실내로 들어가기전 주의 사항은 휴대폰을 비롯한 쵤영을 할 수 있는 모든 기기는 맡겨두고 들어가야 합니다. 왕궁 하면 보통 화려한 것이 연상이 되는데 직접 본 느낌은 너무 소박한 것에 놀랐습니다.
그리고 연회장 하면 둥근 상들이 놓여있고 자리에 앉아서 국왕이 등장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모습과 달라 또 한번 놀랐습니다.
일단 영접실에 들어가면 왕궁에서 일하는 분들이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음료인 샴페인, 와인, 쥬스를 가지고 다니는데 자기 취향에 맞게 골라 마시면 됩니다. 국왕이 오시는데 격식이 없다고 하면 아마 상상도 못하실 겁니다.
그렇게 서로 인사들을 주고 받고 있다가 보니 엘리자베스 여왕의 따님과 막내 아드님이 나와 행사에 온 분들과 이야기 나누시는 것을 보게 되었고 그 후 커밀라 왕비도 나와 서슴없이 사람들과 어울려 이야기를 나누는 겁니다. 저도 찾아가서 인사드리고 북한에서 왔다고 하니 너무 놀라시는데 그분들 보다 제가 더 놀랬던 것 같습니다.
너무 수수한 차림과 격식이 없이 사람들과 웃고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저에겐 너무 어색했고, 그 보다 더 놀랜건 찰스 국왕도 사람들에게 다가가 그들과 이야기 나누고 악수하고 손잡아 주는 겁니다.
저도 찰스 국왕과 직접 악수를 하고 북한에서 왔다는 이야기와 함께 현재 북한주민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말씀드리니 북한주민들이 어려움에 대해 알고 있다고 말씀을 주셔서 저는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끝나고 가실 때 다시한번 저를 불러 처음 북한 사람을 만난다고 하시면서 기념 사진 까지 찍어주셨습니다.
이번 왕실 행사에 초대 받으면서 보통 사람으로 왕을 만나는 것이 특권이 아니란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진정한 인간미가 무엇인지를 왕실 가족들을 보면서 또 배워온 것 같습니다.
진행 박지현,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