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통신] 남한의 어려운 이웃 돕는 탈북자들

안녕하세요? 희망통신 이예진입니다. 지난 14일, 탈북자 나눔봉사단과 남북사랑회봉사단 등 6개 단체에 소속된 탈북자 백여 명이 북한이탈주민 자원봉사결의대회를 열었습니다. 빈손으로 남한 땅에 와서 정착하기도 쉽지 않은데, 이처럼 탈북자들이 남한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자원봉사활동이 점점 더 늘고 있는 이유, 과연 무엇일까요?

이예진: 안녕하세요?

탈북자들: 안녕하세요?

이예진: 너무 맛있게 드시는 것 같은데 벌써 다 드셨네요. 오늘 온반 맛이 어땠어요?

김영우(가명): 끝내줍니다. 너무 맛있어요.

이희성(가명): 너무 맛있어서 죽을 것 같습니다. 하하하

[지난 주말, 강서구 송정초등학교에서 열린 탈북자를 위한 녹색희망축제에서는 취업박람회와 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함께 열렸습니다. 그 중에 북한의 각종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는 북한음식체험전 현장이 가장 눈에 띄었는데요. 새문화복지연합회에서 마련한 평양 온반, 저도 이 날 처음 맛봤습니다.]

이예진: 저도 맛을 한 번 보겠습니다. 저 처음 먹어봐요.

이희성: 맛있게 드세요.

이예진: 음, 맛있네요. 국밥이랑 비슷해요.

이희성: 여기선 닭국밥이라고 하나.

이예진: 네. 맛있습니다.

[평양 온반은 남한의 닭을 고아 먹는 삼계탕이나 사골과 쇠고기를 푹 우려낸 설렁탕, 국물과 밥을 함께 내는 국밥과도 많이 비슷합니다. 온반은 닭이 들어가니까 남한식으로 하자면 닭국밥이 되겠네요. 저는 밥을 먹고 왔는데도 한 그릇을 싹 비웠습니다.]

박옥희(가명): 아저씨 식사하세요.

이철희: 나는 미인 옆에는 숫기가 없어 못 앉는데.

박옥희: 제가 존경하는 아저씨예요.

이철희: 여기 5천 원짜리 하나.

박옥희: 우리 방화동 아저씨예요. 얼마나 좋은 일 많이 하시는데요.

[많은 사람이 찾은 송정초등학교의 교통을 정리하던 이철희씨는 남한의 자원봉사자입니다.]

이철희: 우리가 새터민들을 위해서 50명이 자원봉사하려고 옷을 맞췄어요. 앞으로 자원 봉사할 때 입고하려고요. 저는 대한민국에서 자원봉사를 30년 한 아저씨예요. 30살부터 지금 63살 됐는데 33년째 봉사한 아저씨예요.

이예진: 어떤 봉사하셨어요? 환경봉사, 교통봉사, 어린이들 안전둥지회 봉사, 밤에 범죄예방 봉사, 하루 7~8시간 봉사하고 있어요.

[서울시 교통질서 위원회, 택시운행질서 계도위원, 시민자원 경찰, 강서구민 안전봉사자 등 33년 동안 시민의 안전을 위해 봉사활동을 해온 이철희씨는 그동안 여러 번 TV 프로그램에도 소개됐습니다. 그래서 이미 방화동에서도 특별한 수신호로 안전운전을 이끄는 '춤추는 신호등'으로도 유명하답니다.]

박옥희: 제가 방화동 사람인데요. 방화동에서 안전 운전하라고 봉사해주시니까요. 저희는 고맙죠. 유명하죠.

이철희: 아 맛있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 처음 먹어봐요. 이야, 끝내주네.

[이렇게 끝내주는 맛의 온반을 준비한 새문화복지연합회의 새문화나눔봉사단 이수홍 대표를 만나봤는데요.]

이수홍 대표: 후배가 벌써 2만 명인데 탈북자들이 여기에 와서 정착이 힘들고, 특히 50대 이상 분들이 너무 힘들어 하시고, 직장도 취직이 잘 안 되고, 생활도 잘 안 되는 부분이 가슴 아프더라고요. 그런 분들을 모체로 해서 사단법인 새문화복지연합회로 통일부 법인을 받았고, 9월 10일에는 사회적 기업, 행복플러스라고 임가공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로 인정을 받았어요. 강서구에 사무실이 있는데 매일 우리 회원들이 나오셔서 취업상담도 하고, 일자리 제공도 하고, 결혼상담도 하고 일거리를 제공해서 회사 취업이 안 되시는 분들이 모여서 사무실이나 사업장, 집에서 할 수 있는 하도록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이예진: 취업에 성공해서 안정된 직업을 가진 분들이 얼마나 계신가요?

매달 상담인원은 50명이고요. 취업한 분들은 약 30명 정도. 결혼상담은 12쌍. 결혼했고요.

이예진: 12쌍 중에는 남한분이나 같은 탈북자들끼리 결혼도 하고 했나요?

기본이 남남북녀라고, 저희 회원들이 여성분들이 많아서 남한 남성들과 초혼도 있고 재혼도 있고 그래요.

이예진: 잘 살고 계신가요?

이수홍: 잘 살고 계십니다.

[새문화복지연합회는 설립된 지 1년이 채 안됐지만, 280여명의 회원에게 취업과 결혼 정보를 주고, 손 전화 조립과 종이봉투 접기, 양말 봉제 등의 일감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날처럼 봉사하는 일도 이미 생활화됐습니다.] 이수홍: 저희 회원들은 만족하게 연합회 생활도 하고 있고, 저희가 꿈이 많습니다. 저희가 받은 것을 되돌려준다는 입장으로 새문화 나눔봉사단을 하고 있어요. 여기가 굉장히 시끌시끌한데 오늘 봉사하러 오신 현장이잖아요.

이예진: 어떤 봉사하러 오셨나요?

오늘은 평양고려예술단이라고 저희가 예술단도 가지고 있어요. 지금 음악이 잘 들리겠지만, 공연을 저희가 담당했고요. 일부 봉사자들은 평양 온반이라고 해서, 닭고기와 육수, 따끈한 밥을 드리는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공공임대주택이 많은 강서구에는 서울에 사는 탈북자의 17%가량이 살고 있을 정도로 많은 탈북자가 밀집해 있습니다. 탈북자 3백여 명을 포함해 지역주민 천여 명이 찾은 이 날 녹색희망축제에는 남북 구별 없이 기분 좋게 음식도 나누고 사랑도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이예진: 오늘 어떤 일로 나오셨어요?

한상권 탈북인단체총연합 회장: 자유총연맹에서 취업박람회와 바자회를 한다고 해서 탈북인총연합에서 탈북자 지원 자금을 마련하려고 나왔어요. 예원떡집이라고 떡을 팔려고 나왔습니다.

[이 날, 북한음식체험전에는 탈북인단체총연합 한상권 회장도 직접 운영하는 떡집의 떡을 선보였습니다.]

한상권: 생각 외로 떡이 맛있어서 잘 팔립니다. 어제도 떡 주문 받은 양을 다 맞추지 못해 밤새서 했습니다. 탈북자 어린이를 돕고, 팔다 남은 떡을 탈북자들을 위해 기부하고 기분 좋게 가려고 합니다. 이예진: 탈북자분들이 이렇게 자원봉사를 많이 하세요. 왜 이렇게 서로 나누는 훈훈한 분위기가 잘 형성돼 있을까요?

이수홍: 제 생각엔 저 쪽에서 오신 분들이 정이 많아요. 정을 나누지 못하면서 살다 보니까 여기에 와서 서로 정을 나누고, 눈물이 많으니까 고향생각이 나고, 고향에서 함께 오지 못한 부모님 생각도 많다 보니 욕심이 없습니다. 마음을 안정시키고, 좋은 일을 하려고 고마움에 감사하려는 마음이 많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 날 만난 탈북자 분들의 얼굴에는 주름마다 웃음이 깊이 패여 있었습니다.]

이희성: 우리가 대한민국에 처음 왔을 때 받은 게 많잖아요. 이제는 받지만 말고 나보다 좀 남을 위해 사는 걸 배우고 싶고 이렇게 나와서 하는 게 즐겁고 좋아요. 앞으로는 저는 돈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봉사하면서 내 마음을 비우고 내가 봉사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부자가 되는 것 같고 앞으로도 쭉 봉사할 거예요.

[나눌수록 커지는 사랑을 배운 현장에서 희망통신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