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희망통신 이예진입니다. 2010년을 보내고 2011년, 새로운 해를 맞는 이맘때. 아쉬움과 기대감이 교차하는 마음은 북쪽에 살건 남쪽에 살건 비슷하겠죠?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과 새로운 한 해에 대한 기대감이 큰 건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희망통신에서는 새해를 맞는 탈북자들의 솔직하고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최혜영: 너무너무 좋았어요.
이예진: 안 넘어졌어요?
최혜영: 한 네 번 넘어졌어요.
이예진: 오늘 타보니까 어떠셨어요?
김문수(가명): 처음 탔어요. 처음엔 괜찮았는데 갈수록 힘들고 지쳐요. 좋죠. 최고죠. 다음엔 기술을 배우고 싶어요. 배워 주실래요?
최윤철 실장: 처음으로 스키 타러 왔는데 생각보다 어렵네요. 처음엔 내려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두 번째보다는 잘 탔고, 계속 놀러와야겠다고 생각했고, 잘 타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고 재미있게 탔어요. 탈북자들이 북한에서 대부분 스키를 못타봤어요. 스키가 장비도 그렇고 돈이 많이 필요하니까 북한 사람치고 스키를 타 본 사람은 극소수일거예요. 남한에 와서도 역시 스키는 탈북자들에겐 사치스런 운동이기도 하고, 이런 기회에 와서 탈 수 있어서 색다르고 좋았어요.
[북한전략센터에서는 2010년을 마무리하며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탈북자 30여명이 강원도의 한 스키장에서 송년 모임을 가졌습니다. 처음 스키를 탔다는 혜영씨는 찬바람에 얼굴이 붉어질 정도였지만, 지친 기색이 없어 보였고요. 영선(가명)씨와 그 일행은 눈 위에서 속도감을 즐기느라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김광인 소장: 위하여!
일동: 위하여!
[오후 내내 눈밭에서 뒹굴며 스키를 탄 뒤 스키장 안에 세워진 숙소에 다 같이 모여 술 한 잔과 함께 구워먹는 삼겹살은 꿀맛이었습니다.]
이웅길: 안녕하십니까? 이웅길이라고 합니다. 2007년 2월에 한국에 왔고요. 지금 한화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자 소개가 이어졌습니다.]
박영순: 안녕하세요? 저는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과 4학년 박영순이고요. 전략센터와는 인연을 맺은 지 3년째인데요. 해마다 스키장도 오고 센터 모임도 참석하고 있는데요. 참석할 때마다 새로운 얼굴도 보이고, 좋은 일도 많이 생기고, 북한에 대해서도 더 알게 돼서 좋았던 것 같아요. 메리 크리스마스!
[보성에서 얼굴을 익힌 영순씨는 이번에도 남한출신 남자친구와 함께 와서 주방살림을 도맡아 하느라 바빴습니다. 모두의 소개가 끝나고 지글지글 익는 고기와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이, 강철환 대표를 만나 특별한 송년 모임을 하게 된 계기를 들어봤습니다.]
강철환 대표: 북한에서 온 친구들이 한국에 와서 상당히 위축돼서 살잖아요.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측면이 있고 친구를 사귀기 힘들기도 하고요. 아무리 어렵게 살아도 남한에 온 이상 남한친구들 못지않게 잘 살아보자. 스키를 타자는 것 보다는 시골에 오면 기분도 좋아지고, 젊은 친구들은 스키를 타면서 추억도 만들 수 있고 그래서 좋아 하죠. 북한에서 경험할 수 없는 추억이 되고 이런 충전을 한 번 하면 자신감도 생기고, 앞으로도 위축되고 뒤로 숨는 것 보다 열심히 놀고, 활발한 모습을 찾아주기 위해서 이렇게 오고 있어요.
[탈북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바로 자신감이겠죠. 강철환 대표는 탈북청년들이 이 자신감을 가지고 미래를 위해 더 큰 그릇이 되길 바란다고 말합니다.]
강철환: 전략센터가 탈북단체들 가운데 청년들을 중심으로 인맥도 형성하고, 북한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는 뿌듯함이 있어요. 전략센터를 중심으로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모이고 있거든요. 이런 밑바탕이 하나가 되는 본보기가 될 수 있고, 각자 열심히 노력해서 북한의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북한에서 태어났다는 것 때문에 인간답게 살지 못하는 동포들을 잊을 수 없죠. 김정일 체제에서 빨리 벗어나서 자유로운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어려운 때이지만, 북한 동포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조금만 더 참으면 분명히 좋은 날은 온다고 생각합니다.
[그 좋은 날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전략센터는 2010년, 대학생들에게 일반교양과 지식을 전해주는 대동강포럼 사업을 진행했는데요. 김광인 소장은 특히 탈북학생들이 강화도 마니산, 보성 녹차 밭, 경주 등을 찾아 우리 역사를 바로 알고 남북한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선조들이 남긴 문화를 직접 체감할 수 있었던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더 특별한 계획이 세워져 있었는데요.]
김광인 소장: 다른 차원에서 시험을 어떻게 치는지, 사회에 나가면 자기 의사를 표현할 일이 많은데 글 쓰는 일에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글 쓰는 법을 익히는 새로운 기회를 마련해 보려고 합니다. 사실 남북관계가 복잡하고, 비극적인 것들이 있었는데 내년에는 없길 바라고요. 센터 차원에서는 좀 더 많은 학생들이 참여해서 좀 더 의미 있고 보람찬 일들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2011년을 맞는 전략센터의 최윤철 실장의 각오도 남달랐는데요.]
최윤철 실장: 2010년이 저에겐 전환점이기도 해요. 직장생활을 하다가 지난 5월부터 탈북자 인권관련 사업 쪽으로 왔는데 제 자신이 탈북자 이지만 탈북자 사회를 잘 몰랐어요. 지금은 몇 달 지나보니까 좀 알 것 같고, 탈북자 단체는 많지만, 2만 명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연합체나 단체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2011년에는 그런 쪽으로 생각해 보려고요.
[최윤철 실장은 개인적으로도 새로운 가족이 생겨 누구보다 특별한 한 해를 보냈습니다.]
최윤철: 첫 애를 9월에 낳아서 100일 정도 됐는데 내년에는 부인이나 애기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고, 저도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는데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남한에 온 지 몇 년 안 되는 탈북학생들도 있었는데요. 그들이 보낸 특별한 2010년과 다가올 2011년에 대한 설렘을 들어봤습니다.]
최명진: 내가 살고 있는 나라인데 서울에만 있잖아요. 이런 나라에 산다는 걸 보고 내가 사는 나라가 좋은 곳도 많다는 걸 몸으로 느끼고 싶어서 사진기 하나 들고 돌아서 좋았고, 오래 기억에 남을 일 같아요. 이예진: 2011년에 바라는 일은 어떤 게 있어요? 최명진: 지금은 집에서 쉬면서 다른 일을 알아보고 있는데 내년 초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면서, 또 여행도 갈 계획입니다.
[2011년에는 명진씨의 새로운 국토대장정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이번에는 사랑하는 남자친구와 꼭 붙어 떨어지지 않던 하은씨의 계획을 들어볼까요?]
이예진: 두 분 내년에는 둘만의 계획이 있으세요?
장하은: 여행이요. 동남아나 제주도에 가고 싶어요.
이예진: 2011년을 맞이해서 남자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 해주세요.
장하은: 제가 매일 투정을 심하게 부리는데 그 때마다 화 안내고 잘 받아줘서 미안했는데요. 앞으로는 저도 잘 하려고요. 사랑해.
[어리지만 당당하게 사랑하고, 표현할 줄 아는 하은씨는 남한의 여느 젊은이들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최진아: 2010년은 제일 좋았다가 제일 힘든 시기였어요. 대학교에 가게 돼서 참 좋았는데 아빠가 아프셔서 대학을 휴학하게 되면서 그게 좀 아쉬웠어요. 자격증도 따고 싶고,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아직 하고 있는 게 하나도 없어요. 2011년에는 자격증을 따고 아빠가 건강해지는 게 제일 큰 소망이에요.
[다사다난했던 2010년을 보낸 진아씨는 특히 최근 남북관계의 악화에 대해 탈북자로서 느끼는 답답함을 토로했는데요.]
최진아: 진짜 불안해요. 전쟁 나는 거 아닌가. 북한에서 공격해 오면 저희한테 괜히 피해가 올까봐 이도 저도 아닌 입장이 된 것 같아서 불안해요. 제발 좀 서로 화합해서 통일을 향해 걸어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북한에 있는 어머니께 새해인사 대신 안부를 전했습니다.]
최진아: 엄마, 어디에 계신지 모르지만 저희 다 잘 크고 있으니까 걱정 마시고 빨리 만났으면 좋겠어. 정말 많이 보고 싶어요.
[신묘년 새해에는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에서 불안, 악화, 도발과 같은 단어보다는 평화, 협력, 교류와 같은 희망의 말들만 전해드렸으면 좋겠습니다. 희망통신,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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