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인신매매 정책, 성매매 근절에 더 초점 둬’

0:00 / 0:00

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 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 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인신매매 토론회를 살펴봅니다.

(마크 라곤) 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인신매매와 관련한 초점이 성매매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여러 징후를 보아 왔고, 또 그렇게 되리라고 예상합니다.

방금 들으신 것은 마크 라곤 전 미국 국무부 인신매매 퇴치담당 대사가 최근 워싱턴의 학술연구기관인 헤리티지재단에서 ‘인신매매를 방지하기 위한 다음 단계’라는 제목으로 열린 토론회에서 한 말입니다.

라곤 전 대사는 미국 공화당, 미국 행정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직계가족 안에서 이 같은 징후들을 발견했다면서, 전임 오바마 행정부가 인신매매 분야에서 강제노동에 초점을 둔 것과는 달리, 젊은 여성과 소녀들의 착취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라곤 전 대사는 현재 미국 조지타운대학교의 외교단과대학인 월시스쿨의 선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은 지난해 6월 말 국무부가 인신매매보고서를 발표하는 자리에 참석해, 미국 정부가 외교 정책에서 인신매매 근절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방카 트럼프) 인신매매 근절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에서 중요한 우선순위를 점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엄마여서 이 문제가 정책상 우선순위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당시, 미국 국무부는 ‘2017년 인신매매보고서’에서 중국과 북한을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로 공식 지정했습니다. 보고서는 국가 인신매매 감시와 단속 수준을 1~3단계로 분류하는데, 가장 낮은 3등급은 해당 국가가 인신매매 방지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최소한의 기준과 규정도 갖추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인신매매 최하위 국가로 지정되면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의 비인도적 구호와 지원금 지원이 중단될 수 있고, 미국 정부의 교육과 문화교류 프로그램에도 참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라곤 전 대사는 이 때문에 미국 정부의 몇몇 해외 사무소들은 특정 국가들과 관련해 미국과 대화 상대국이니 국무부 측에 해당 국가의 등급을 완화해 달라는 부탁을 할 때도 있지만, 북한이나 중국 등 일부 국가의 인신매매 실태 등급에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마크 라곤) 종종 지역 사무소들이 특정 국가들에 관해 ‘조금 더 쉽게 해달라’, ‘국무부와 대화 상대 아니냐’고 말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국가들에 관해서는 ‘에라, 모르겠다, 그냥 엄벌에 처하시오’라고 합니다. 이런 국가들은 미국 정부가 오랫동안 인신매매로 비판해오고, 관계가 좋지 않고, 이미 제제가 가해진 중국, 북한, 이란 등을 포함합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해 중국과 함께 북한, 러시아, 이란, 콩고, 시리아, 수단 등 23개국을 인신매매 3등급 국가로 지정했는데요, 주목할 점은 중국이 4년 만에 최하위 등급으로 강등한 점입니다. 2014년부터 중국을 감시 등급인 2등급으로 지정한 데서 한 단계 더 강등시킨 것입니다. 국무부는 중국을 강등시킨 이유로 탈북자의 강제 송환 문제를 거론했는데요, 보고서는 중국 정부가 탈북자들의 인신매매 여부를 확인도 하지 않고 대량으로 북한으로 송환하는 관행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습니다.

라곤 전 대사 역시 토론회에서 인신매매와 관련해 중국 당국의 탈북자 강제 송환 문제를 거론했습니다.

(마크 라곤) 흥미로운 점은 인신매매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해당 국가에서 사회적인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낙인 찍힌 집단에 속해있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브라질이나 인도는 엄청나게 부유해지고 있지만, 소위 ‘일회용 인간’으로 남겨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브라질의 강제노동, 중국 당국이 경제이민자로 취급하는 북한 난민들, 그리고 인신매매 희생자들이 그런 사람들입니다.

한편,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탈북자들을 만나 북한 내 인권 상황을 경청하고 북한 여성에 대한 인신매매를 근절할 것을 중국 정부에 강력히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참혹한 인권 상황을 잘 알고 있다"고 전하고 "특히 한국에 정착한 탈북 여성 대부분이 인신매매의 피해자라고 하던데 21세기에 말이 되느냐"면서 중국 정부에 인신매매 근절을 요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면담에서 탈북자들에게 북한 내 인권 상황에 대해 자세하게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탈북자들은 이날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매튜 포틴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등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관리들도 만나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미국 행정부가 중국 지도자들을 비판하는 책들을 출판한 스웨덴 국적의 홍콩 주재 출판업자를 석방할 것을 중국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 헤더 노어트 대변인은 최근 성명을 내고 중국이 구이민하이의 소재를 공개하고 그가 중국을 떠나기를 원할 경우 이를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구이민하이는 지난달 20일 스웨덴 외교관들과 함께 기차를 타고 베이징으로 가던 중 약 10명의 중국 공안에 의해 둘러싸였습니다. 스웨덴으로 귀화한 구이민하이는 그 때 체포된 뒤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합니다. 딸 앤절라 구이에 따르면, 구이민하이는 희귀 신경계 질병에 걸렸을 가능성 때문에 베이징 주재 스웨덴 대사관에서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기차를 탔습니다. 홍콩에서 코즈웨이베이 서점을 운영하며 중국 정부에 비판적 서적 수백 권을 출간해온 구이민하이는 2015년 말에도 실종돼 당국에 끌려갔다는 설이 나돌았지만 이듬해 1월 갑자기 중국 관영TV에 모습을 드러내 "2003년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죽인 죄를 자백하기 위해 중국으로 와 자수했다"고 밝혔습니다.

--2014년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한 군부가 내린 정치집회 금지 조치로 근 4년간 억눌려 있던 태국인들의 민주화 요구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2014년 이후 정치집회가 금지된 상태임에도 수도 방콕에서는 총선 일정 지연에 항의하는 이례적인 시민 집회가 열리고, 시민운동가와 학자들은 대규모 연대조직을 결성해 행진을 진행하며 군부를 성토하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근 방콕 시내 한 지상 전철역에서는 100여 명의 민주화 운동가들과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시위가 열렸습니다. 시위 참석자들은 오는 11월로 예정됐던 민정 이양을 위한 총선을 예정대로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치집회가 금지된 태국에서 이례적으로 열린 이번 집회는 총선연기의 여지를 남긴 국가입법회의의 최근 입법조치에 대한 항의 성격입니다. 때를 맞춰 쿠데타 이후 공식 활동을 하지 못했던 정당들도 시민들의 반발에 동조하고 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