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호실 출신 탈북자, 미국 인권 카드로 북 문제 풀어가야

0:00 / 0:00

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 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 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북한 관련 토론회를 들여다 봅니다.

(리정호) 인권 문제는 북한 독재자한테는 아주 초강력 무기입니다.

방금 들으신 것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39호실'에서 30여 년간 일하다 탈북한 리정호 씨가 최근 "미국의 국가안보와 한반도"라는 제목으로 열린 워싱턴의 한 토론회에서 밝힌 말입니다.

39호실은 1970년대 중반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설립했는데요, 기업소를 관리하며 무역을 통해 돈을 버는 기구입니다. 바로 이 39호실에서 무역관리국 국장, 국방위원회 소속 금강경제개발총회사 이사장, 대흥 총회사 다롄 지사장 등 수많은 역할을 맡았습니다. 광물, 수산물, 원유 등 북한 경제 핵심 품목의 수출입을 담당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의 유능한 공직자로 생활하던 리 씨는, 2014년 돌연 탈북을 결심했습니다. 2014년은 장성택이 처형되고 수많은 간부가 숙청되는 등 살벌한 해였는데요, 리정호 씨는 자신이 북한에 대한 애국심이 투철했었으나, 자기 주변에서 수많은 사람이 처형되는 것을 보고 탈북을 결심했다고 밝혔습니다.

리 씨는 토론회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반하는 반인륜적 문제로 세계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게 될 것이라며, 인권 문제를 부각시키는 것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유력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리정호)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를 대북제재처럼 범 정부적, 국제적 차원에서 강력하게 추진하여 북한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했으면 좋겠습니다.

앞서,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2일 기자 간담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인권 상황에 치중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한국 국회연설과 지난달 국정연설에서 모두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북한의 인권 상황은 아마도 이 시대에 가장 큰 문제일 것이라고 말해 주목을 끌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 탈북 장애인 지성호씨를 다시 거론하며 북한 인권상황을 거듭 비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열린 연례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북한, 이란, 쿠바, 베네수엘라 등에서 수백만이 폭압적이고 잔혹한 정권에 의해 고통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억압되고 종교적 박해를 받는 이들의 편에 설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평창 동계올림픽 참석을 위해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역시 탈북자들과 만나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청취하고 대북 압박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펜스 부통령은 9일 지성호 씨를 포함한 탈북자 4명과 면담했습니다. 지 씨는 이달 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연두교서 연설에 초대받은 바 있습니다. 이 자리에는 북한에 억류됐다 송환된 후 사망한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부친인 프레드 웜비어도 자리했습니다.

이에 대해, 리정호 씨는 독재자에게 타격을 준다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리정호)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이 북한의 잔학한 속성과 인권 문제를 부각시키고, 또 탈북자들을 만나준 것은 소외된 북한 주민들에게는 희망을 주고 신심을 줍니다. 또 잔악한 독재자한테는 상당한 타격을 주는 것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리정호 씨는 북한문제의 해결책으로 대북 제재뿐만 아니라 주민들에 대한 참혹한 인권 유린을 일삼는 북한 정권에 대한 문제 제기를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리정호)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제재와 함께 인권문제를 새로운 카드로 제시해서 두 가지 전략으로 북핵 문제를 온전히 해결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밝힌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한편,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는 북한의 핵 무력이 두려워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인권 공세를 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대표부는 12일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이 핵 무력을 강화하는 우리의 강력 조치에 겁에 질리고, 혼란스러워한다"고 밝혔다고 미국의 AP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북한 대표부는 북한에 인권 문제가 없다면서 "미국이야말로 인류 역사상 가장 심각한 인권 침해국 중 하나"라고 덧붙였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반군 토벌을 빌미로 로힝야족 민간인을 국경 밖으로 몰아내는 '인종청소'를 자행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미얀마가 로힝야족의 흔적까지 말끔하게 지웠다고 AFP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최근 미얀마 주재 외교단의 분쟁지역 방문에 참여했던 크리스티안 슈밋트 유럽연합 대사는 로힝야족이 거주하던 마을을 소형무인정찰기로 촬영한 사진을 인터넷에 공개했습니다. 사진 속 로힝야족 마을은 사람이 살던 곳으로 볼 수 없을 정도입니다. 미얀마 당국이 중장비를 이용해 불에 탄 건물의 잔해를 철거하고 마을 인근에 있던 수목도 밀어버린 탓입니다. 로힝야족 인권단체인 아라칸 프로젝트의 크리스 레와 대표는 "로힝야족이 파괴된 마을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로힝야족의 삶의 자취는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난민 송환 책임자인 민 미얏 아예 사회복지부 장관은 "로힝야족 마을에 대한 새로운 계획을 실행하려 한다. 그들이 돌아오면 원래 거주지나 원 거주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살 수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불교도가 주류인 미얀마에서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은 국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채 차별과 박해를 받아왔습니다.

--태국이 집권 연장을 위해 야당을 탄압한 훈센 총리의 사진에 신발을 던진 캄보디아 난민 여성을 본국으로 추방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체류 비자가 만료된 캄보디아 출신의 여성 노동운동가 삼 소카 씨를 최근 본국으로 추방했고, 캄보디아 당국은 삼 소카 씨를 체포해 구금했습니다. 삼 소카 씨는 지난해 훈센 총리 얼굴 사진이 들어간 캄보디아 여당의 광고판에 신발을 던지면서 "이 사람이 나라를 망치는 일을 언제쯤 중단할까?"라고 외치고, 당시 촬영된 영상을 인터넷에 게재했습니다. 캄보디아 검찰은 삼 소카 씨를 '공무원 모욕과 선동' 혐의로 기소했고 법원은 궐석재판에서 2년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삼 소카 씨는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해 태국으로 피신했고, 유엔을 통해 난민 지위도 얻었습니다. 국제적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삼 소카 씨를 본국으로 추방한 것은 차별과 고문 등 심각한 인권침해가 예상되는 인물을 본국으로 돌려보내지 않는다는 국제법상의 관례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오는 7월 총선을 앞둔 훈센 총리는 33년의 집권을 연장하기 위해 야당을 탄압하고 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