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억류된 미국인들, 미북 정상회담 앞두고 석방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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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 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 합니다.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최근 들어 주목 받는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을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미국은 5월에 북한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인데요, 북한의 인권 문제가 의제에 포함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특히 억류자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죠?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당장 최근 폐막한 유엔 인권이사회가 결의안을 통해 북한이 자국 내 억류자들에 대한 영사 접견 등 보호와 생사 확인, 가족과의 연락을 위한 필요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했습니다. 억류자 인권에 대한 내용은 올해 새로 추가됐는데요, 북한에 억류됐다 귀국한 직후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을 감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양윤정: 현재 북한에는 몇 명의 미국 국적자가 억류돼 있습니까?

장명화: 모두 3명입니다. 김동철 씨, 김상덕 씨, 김학송 씨로 다 한국계 미국인입니다. 이 중 가장 오래 억류된 사람은 김동철 씨인데요, 2016년 4월 간첩행위 혐의로 노동교화형 10년을 선고 받고 약 2년째 복역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16년 그 동안 외부에 알리지 않은 채 억류하던 김동철 씨를 미국 CNN 방송을 통해 처음 공개했는데요, 당시 62세였던 김 씨는 평양에서 CNN 기자와 만나 한국의 보수 계층을 대신해 간첩 행위를 한 혐의로 붙잡혔다고 주장했습니다. 전직 북한 군인에게서 북한 군사기밀이 담긴 자료를 넘겨받으려다 중국 국경지대에서 검거됐다는 겁니다. 김 씨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김동철) 돈으로 매수한 현지 주민을 고용해서 여러 군사기밀에 관한 자료를…

김상덕 씨는 2017년 4월에 체포됐습니다. 김 씨는 평양과학기술대학에서 한 달간 초빙교수로 회계학을 가르쳤는데요, 출국길에 평양국제공항에서 붙들렸습니다. 북한 언론들은 김 씨가 북한을 전복하려는 적대적인 범죄행위를 해 체포했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적대행위를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2017년 5월에는 같은 학교에서 일했던 김학송 씨가 체포됐습니다. 김 씨는 2014년부터 이 대학에서 학생들과 농장 일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김 씨 역시 반국가 적대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양윤정: 김학송 씨와 김상덕 씨 두 사람은 재판이나 영사접견을 받았습니까?

장명화: 두 명 모두 아무런 재판도 없이 1년 가까이 구금돼 있습니다. 또, 김동철 씨를 포함해 3명 모두 영사접견을 전혀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과거 미국인 억류 사건과는 다른 점입니다. 예컨대,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2016년 11월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 당국이 지난 3월 2일 이후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관 측과의 영사 접견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영사 접견이 초기에는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북한에 2년 간 억류됐다가 2014년 석방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도 영사 접견의 공백이 최대 4개월을 넘지 않았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들의 처우가 더욱 열악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양윤정: 북한이 억류 미국인들의 영사 접견을 차단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 아닙니까?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영사 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 따르면 외국인을 강제 구금하거나 체포했을 때는 즉각 당사국의 영사 접견을 허용해야 합니다. 외국 당국에 의한 인권침해를 막기 위한 조치인데요, 협약은 체포, 구금된 외국인이 자국 영사의 면담을 요구할 경우 즉시 해당국 정부에 이를 통보하고 영사 접견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빈 협약의 당사국입니다.

양윤정: 이들 3명의 건강상태나 생사는 수시로 확인되고 있습니까?

장명화: 아닙니다. 이들의 신병이 마지막으로 확인된 건 지난해 6월입니다. 당시 오토 웜비어 송환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던 국무부 조셉 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이들을 만나 건강 상태가 양호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이들 3명에 관한 추가 정보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양윤정: 미국과 북한 간 정상회담 날짜가 가까워지면서 이들의 석방에 관심이 모아지는데요, 낙관을 해도 되겠습니까?

장명화: 글쎄요. 미국은 북한 내 미국인 영사 업무를 스웨덴 정부에 위임해 처리하고 있는데요, 스웨덴 외무장관은 억류된 미국인의 석방 문제가 북미 정상회담 조건이 돼서는 안 된다고 3월 중순에 밝혔습니다. 일부 외신은 얼마 전 미국과 북한이 억류된 미국인 석방 협상을 사실상 타결했단 소식을 전하기도 했는데요, 스웨덴을 방문한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 직무대행은 “아직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다만 일각에선 미국인 석방에 대한 더 큰 반대급부를 노리고 북한이 미국과 마지막 신경전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대규모 비자금 추문으로 곤욕을 치른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가 가짜 뉴스를 만들거나 퍼트리면 최고 징역 10년에 처할 수 있는 강경 법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간지 더스타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최근 가짜 뉴스 방지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법안은 전부 또는 일부가 잘못된 다양한 형태의 뉴스, 사회관계망서비스 게시물, 보고서 등을 가짜 뉴스로 규정하고 이를 생산하거나 퍼트리면 최고 징역 10년이나 13만 달러에 달하는 벌금형에 처하거나 둘 다 선고할 수 있게 했습니다. 말레이시아 정부 고위 관계자는 "1MDB와 관련해 정부가 확인해주지 않은 어떤 뉴스도 가짜 뉴스"라고 설명했습니다. 나집 총리는 2015년 국영투자기업 1MDB에서 대규모의 나랏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휘말렸습니다. 나집 총리는 관련 의혹을 부인했고, 말레이시아 검찰도 나집 총리의 계좌에서 발견된 엄청난 뭉칫돈이 사우디 왕가 기부금이라며 수사를 종결했습니다. 가짜 뉴스 방지법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반대파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정부의 강력한 무기", "언론에 대한 공격이자 국민 사이에 공포감을 조성하려는 시도"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윤장현 광주시장이 미얀마 내 소수민족 로힝야족 사태와 관련해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자문역에게 광주명예시민으로서 적극적 역할을 해줄 것을 촉구하는 공개서한문을 보냈습니다. 광주시는 2013년 아웅산 수지에게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노력이 광주정신의 가치를 잘 실천했다고 판단하고 광주명예시민증을 수여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발생한 로힝야족 반군과 미얀마 정부군 사이의 유혈 충돌사태 이후 정부군의 로힝야족 민간인에 대한 인권탄압으로 70여만 명의 대규모 난민이 발생했는데도 아웅산 수지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사태해결을 위한 노력을 촉구했습니다. 서한문에는 사태해결을 위한 요구사항으로 ▲로힝야족에 대한 집단학살과 성폭력 등 인권탄압에 대한 독립적이고 공정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수립 ▲유엔 진상조사단과 미얀마 특별보고관의 활동에 대한 지원 ▲로힝야족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원조와 구호활동 보장 ▲로힝야족 해외난민들의 안전한 귀향을 위한 조치 촉구 등을 담고 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