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불만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최신 설문조사 결과를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현재 북한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직접 여론을 조사한 첫 보고서가 나왔다는데요, 어디서 이런 보고서를 냈습니까?
장명화: 미국 워싱턴에 있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입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미국 조지타운대학에 부설된 정책연구센터인데요, 연구 결과가 미국 정부의 정책에 반영되는 등 영향력이 크며,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최근 연구소의 홈페이지에 '부족한 식량배급, 시장 활동 금지, 정부에 대한 분노 증가'라는 제목으로 공개됐습니다.
양윤정: 보고서의 조사대상은 어떻게 됩니까?
장명화: 평양시, 청진시, 무산시, 평안남북도, 함경남북도, 황해남도, 강원도, 양강도 등 북한의 9개 도에 살고 있는 주민 36명입니다. 나이는 28세부터 80세까지입니다. 성별로는 남성이 20명, 여성이 16명입니다. 직업은 의사, 기업대표부터 이발사, 주부, 공장 노동자, 사우나 직원 등 다양합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북한 내부에서 이 같은 조사가 실시된 것은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양윤정: 조사는 어떻게 이뤄졌습니까?
장명화: 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미국의 한 방송사에 북한 내부에서 여러 번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경력이 있는 단체에 조사를 위탁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소 측은 해당 단체와 응답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연구소가 설문조사에 직접 개입하지는 않았지만, 북한 내부의 9개 지역에서 조사가 이뤄진 점은 알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조사는 제3국의 탈북자들을 상대로 과거에 이뤄진 조사들과 비슷한 결과를 냈다면서, 다만 최초로 북한 내부에서 직접 북한 주민들의 입을 통해 체제에 대한 불만이 표출됐다는 점이 의미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양윤정: 이번 조사 결과의 핵심 내용은 뭡니까?
장명화: 한마디로, 북한 주민들은 사회주의 낙원에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생존을 위해 배급제에만 의존하지 않고, 정부가 경제활동을 방해할 때 가장 큰 분노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컨대, "공공 배급제가 양질의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을 제공해 주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36명 가운데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양윤정: 북한 주민들은 정부가 경제활동을 방해할 때 가장 큰 분노를 느낀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사례가 있습니까?
장명화: 네. 보고서는 "당국의 어떤 행동에 가장 반감을 가지는가"란 질문을 던졌는데요, 응답자들은 "장사 밑천을 보안서에 빼앗겼을 때" "일반 서민들의 생활은 누구도 돌보지 않을 때" "장사 죄로 교화소에 끌려 갈 때" "강압적인 동원, 세외 부담, 노임 미달" "재산 몰수, 교화소 수감" "배급 중단과 세외 부담" "생활상의 불편, 정전과 수돗물 단절" 등을 꼽았습니다. 또 많은 응답자가 지난 2009년 11월 단행된 화폐 개혁 당시 당국에 가장 화가 났다고 밝혔습니다.
양윤정: 연구소의 이번 조사 결과는 상당히 흥미로운데, 앞으로 북한 관련 연구 계획은 있습니까?
장명화: 네. 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북한 주민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 내용 가운데 비공식 시장, 물물교환, 외부정보, 통일 등에 대한 결과도 취합해 앞으로 네 차례에 걸쳐 더 소개할 예정입니다.
양윤정: 연구소가 보고서를 발표한 같은 날, 한국의 한 시민단체가 강제노동 시설 외에 일반 사회에서도 포괄적으로 자행되는 강제노동 문제를 다룬 보고서를 공개했는데요, 이번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조사결과와 맥락을 같이 합니까?
장명화: 네. 한국의 시민단체인 '열린북한'은 돌격대 출신 4명을 포함해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18명에 대한 심층 면담을 통해 보고서를 작성했는데요, '거대한 노예노동 국가, 북한'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 차원의 노동 조직인 '돌격대'가 현대판 노예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들의 규모가 40만 명에 이릅니다. 보고서는 북한 당국이 돌격대뿐만 아니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노동 착취와 현금 수탈을 자행한다며 그 액수가 한해 약 10억 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북한 당국은 일반 직장 근로자의 보직을 보장해주는 조건으로 매달 현금을 수탈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경제과제'를 하달하고 퇴비, 폐지 등을 거둬 가는데, 현물이 없을 때는 현금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중국이 인권문제와 관련해서 유엔 기구와 협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중국의 관영매체인 중국신문망은 국무원신문판공실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인권보호정책을 다룬 '국가인권행동계획'을 발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은 이 계획에서 유엔 인권체재의 중심기구로 전반적인 인권문제를 다루는 유엔인권이사회 내 특별절차에 협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은 이 기구의 서한에 답하고 타당한 대표를 중국에 초청하며 특별절차 내 지위에 중국인 전문가들을 추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과도 협력하고 평등과 상호존중의 기초위에서 관련국가와 인권에 관한 대화를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 주석 체제이후 안보와 사회 안정을 이유로 시민사회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행동계획은 전향적인 조치를 담은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이행여부가 주목됩니다.
-- 홍콩의 2014년 민주화 시위를 이끌었던 19살의 조슈아 웡이 태국 당국에 구금됐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했습니다. 대학 강연을 계기로 태국에 방문한 웡은 최근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에 도착한 후 구금됐습니다. 웡은 '탐마삿 학살' 40주년을 맞아 태국 쭐라롱껀대학 정치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할 예정이었습니다. '탐마삿 학살'은 지난 1973년 민중봉기로 축출된 타놈 키티카촌 전 총리 복귀 문제로 태국의 정국 혼란 속에 경찰과 군인 등이 학생들을 유혈 진압한 사건입니다. 태국 정부는 당시 진압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46명이 죽고 167명이 부상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생존자들은 사상자 규모가 훨씬 크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건 발생 40주년 기념일에 웡을 초대한 학생들은 그에게 학생 운동과 관련한 강연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슈아 웡을 초청한 태국 학생운동가 넷리윗 초티팟파이산은 "태국 군부가 웡의 태국 방문에 관해 중국 정부로부터 지시를 받은 것"이라며 구금 배경으로 중국 당국을 지목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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