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 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 합니다.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북한 여성의 위생 (생리) 관련 실태를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심진아) 천 생리대를 많이 사용했고, 일회용 생리대를 64명이 써봤다고 했습니다. 종이를 사용했다는 응답자가 9명이 있었는데, 이들은 바쁠 때 급할 때 연습장을 찢어서 사용하거나 휴지를 썼다고 했습니다.
방금 들으신 것은 한국의 비영리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의 심진아 연구원이 최근 서울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밝힌 말인데요, 이 단체가 2012년 이후 탈북한 여성 1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북한에서는 아직도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했습니다.
심 연구원은 "최근엔 규격화되어 가고 있지만 북한 여성들은 주로 장마당에서 원하는 길이만큼 가제 천을 사서 집에서 재봉해서 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심진아) 2000년 이후에는 규격화된 손수건 크기라던가, 크기가 다르게, 생리대 모양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가격대는 가장 싼 게 500원에서부터 가장 비싼 게 3,000원 사이에서 구매를 하고 있습니다.
단체에 따르면, 평양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은 3,000원-5,000원입니다. 한국의 대북매체 ‘데일리NK’가 조사한 최근 시장 물가 동향에 따르면, 쌀값은 1kg당 평양 5000원, 신의주 5000원, 혜산 5100원입니다. 북한에서 가제 천 생리대가 얼마나 비싼지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구금시설에 갇힌 여성들의 상황은 더 열악했습니다. 구금시설에서 생리대를 제공받지 못한 여성 구금자들은 헌 이불·내의 등을 찢어 만들거나 강냉이와 가제 천을 바꿔 다른 구금자들과 같이 쓴 적도 있다고 기억했습니다.
구금시설 안이건 밖이건 북한에서는 화장실이나 세면시설 등 위생적 환경이 보장되지 않아 더 문제였다고 탈북여성들은 말했습니다. 토론회에서 주제 발제를 한 북한인권정보센터의 안현민 연구원의 말입니다.
(안현민) 세면대 등의 시설이 미비했기 때문에 여성들이 (생리대 처리 후) 손을 씻거나 할 때 주변의 강이나 흙탕물을 찾는 등 스스로 해결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화장실 자체 역시 한국의 옛날식 화장실과 유사했기 때문에 화장지 등이 없어서 개인적으로 화장지를 갖고 다니거나…
이 때문에, 생리 관련 질병을 앓았던 여성도 상당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이 중 제대로 치료를 받았다는 사람은 9명에 불과했습니다. 안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안현민) 대부분이 처방전을 받고도 약을 구할 수 없어서 아파도 무조건 참았다고 했습니다. 일부는 생리통을 앓았을 때 장마당에서 병원 처방약이 아닌 아스피린, 아편 성분이 들어간 중국 정통편이나 약초 등을 사용해서 최대한 자기 스스로 통증을 극복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북한 구금시설 구금 경험자 34명 가운데, 13명은 생리가 중단되었다고 토로했습니다. 안 연구원의 말입니다.
(안현민) 구금시설의 식량위기로 인해 영양 불균형으로 생리가 중단되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의 구금시설인 보위부, 교화소 등에서 제공되는 식량을 살펴보면, 평균 125g의 옥수수밥이나 소금국 등 충분한 식량이 제공되지 않았는데, 이런 식량을 장기간 섭취하면서 조사 대상자들은 생리가 중단됐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0년 이후 구금됐던 한 증언자가 당시 같이 생활했던 여성 80-90%가 생리가 중단됐다고 이야기했는데, 당시 생리가 중단되지 않았던 10-20%의 여성들은 강도가 약한 노동을 하거나 식량을 외부로부터 가족이나 친지들로부터 지속적으로 받는 사람들로 예외적이었습니다.
이런 점에 비추어 탈북여성들은 앞으로 북한에 일회용 생리대, 생리 관련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 화장실 시설 개선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습니다. 토론자로 나온 탈북여성 한의사 김지은 씨의 말입니다.
(김지은) 단순히 생리대라는 어떤 물품을 지원한다기보다 생리대를 지원하는 과정을 통해서 굉장히 큰 문화가 북한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생리대 하나, 깔끔하게 만들어진 위생용품 하나가 주는 파급력은 북한 여성들에게 아주 클 것입니다. 이 작은 것으로 번지는 사안이 굉장하기 때문에…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미국 내 위구르족 인권단체가 중국의 '위구르족 이슬람교도 탄압'에 대해 '집단학살로 이어지는 선도적 행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아울러, 서방 국가에 대해 중국이 위구르족 이슬람교 탄압을 멈출 때까지 중국과의 '정상적 관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인권단체인 ‘위구르인권프로젝트’의 지도자들이 최근 호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런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이들은 서방 세계의 각국 정부, 재계, 학계, 연구소 모두 중국과의 정상적인 관계를 중단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은 작년부터 신장 위구르자치구내 이슬람교도를 대상으로 '재교육 수용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약 100만 명에 달하는 위구르족 이슬람교도들이 재교육 수용소에 수용돼 재교육을 받고 있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최근 들어, 이런 재교육 수용소 운영은 유엔 인권 관계자들과 서방 국가들로부터 비판 대상으로 떠올랐습니다. 유엔 인종차별위원회는 지난 8월 재교육 수용소에 구금된 위구르족 이슬람교도를 즉각 석방할 것을 중국에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재교육 수용소가 테러리즘과 극단주의에 대응하는 데 필요하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인도적 직업교육센터"라고 말하는 등 옹호하고 있습니다.
--미얀마의 실권자 아웅산 수치가 세계 곳곳에 만연한 집단 간 분쟁 해소를 위해 평화 촉진을 촉구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최근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정상회의에 참석한 수치는 이런 내용의 기조연설을 하면서도 자국에서 벌어진 끔찍한 학살과 '인종청소'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수치는 한때 미얀마 민주화와 인권의 상징으로 추앙 받으면서 노벨 평화상까지 받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미얀마군이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상대로 자행한 잔혹 행위를 묵인하거나 방관했다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현재,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의 행위를 '집단학살', '반인도 범죄' 등으로 규정해 책임자 처벌을 추진 중입니다. 아울러, 영국 옥스퍼드시와 더블린시, 에든버러시는 물론 캐나다도 수치에 부여했던 명예 시민권을 박탈했고, 프랑스 파리시도 명예 시민권 박탈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또, 미국 홀로코스트박물관은 수치에 안겼던 인권상을,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양심대사상'을 취소한 바 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