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2013년 한 해 국제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주요 북한 인권 뉴스를 들여다봅니다.
2013년은 미국 의회가 북한의 고아들을 미국인이 입양하는 것을 허용하는 법안을 최종 승인하면서,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한 포문을 열었습니다. 미국 하원은 새해 첫날인 1일 '2012 북한 어린이 복지법안'을 만장일치로 처리했습니다.
이 법안은 미국 시민권자들이 북한 어린이를 입양할 수 있도록 국무부가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을 포함합니다. 정확히 2주 뒤인 14일에는 이 법안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의해 서명돼 발효됐습니다. 한미연합회를 포함한 미국 내 인권단체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시했습니다. 한미연합회의 그레이스 유 사무국장의 말입니다.
(그레이스 유) 너무나 기뻐요. 기적 같은 일이잖아요. 이렇게 북한 고아를 미국에서 입양할 수 있게 법이 통과돼 감사하게 생각하고, 로스앤젤레스와 온 미국 땅에서 많은 관심을 주고 서명에 참여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리고요.
연초부터 '북한 어린이 복지법안의 통과와 발효'라는 쾌거를 경험한 세계적 비영리단체들과 여러 국제기구는 북한의 인권과 관련한 보고서를 잇달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첫 주자는 국제적 기독교 선교단체인 오픈 도어즈였습니다.
오픈 도어즈는 '2013 세계 기독교 탄압 감시 목록'을 통해 "기독교 신자들을 박해하는 50개 국가 가운데 북한이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북한은 11년 연속 종교박해국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오픈 도어스는 "공산주의라고 주장하지만, 괴이한 유사종교가 김일성을 중심으로 세워져 있다"며 "이 때문에 다른 신을 섬기는 자는 누구든 박해를 받는다. 특히 북한의 기독교인들은 체포, 고문을 당하며 심지어는 공개처형을 당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오픈 도어즈에 이어 국제적 언론감시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가 '2013년 언론자유 지수'를 발표했는데요, 북한은 전체 179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178위로 꼴찌에서 두 번째를 차지했습니다. 국경없는 기자회의 벤자민 이스마일 아시아담당관의 말입니다.
(벤자민 이스마일) 아주 미약하게나마 정보의 흐름이 가능한 여지가 있었기 때문에 꼴찌를 면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AP통신의 평양 종합지국 개설이 있었고, 손전화 사용자가 늘었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집권하면서 국제사회는 언론의 자유가 향상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북한의 심각한 언론 탄압의 현실에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이어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북한인권보고서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 수위를 한층 더 높였습니다. 다루스만 보고관이 보고서에 '북한의 인권실태 조사를 위한 유엔 차원의 위원회나 조사단 구성이 필요하다'는 권고를 담았기 때문입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로베르타 코헨 선임연구원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로베르타 코헨) 다루스만 보고관의 보고서는 북한 인권 조사기구 설립의 토대를 확실하게 마련하고 있습니다. 2월 말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 인권이사회가 열립니다. 여기에서 기구 설립을 위한 대북 인권결의안이 마련될 예정입니다. 현재 이 결의안이 어느 정도의 지지를 얻고 있는지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사회 이사국들은 다루스만 보고관이 지난 2004년 이후 북한 인권 관련 기록을 모두 검토하고 내린 결론을 쉽게 무시할 수 없을 겁니다.
유엔 인권이사회의 47개 이사국은 보고서를 무시하기는커녕 귀 기울여 들어주었고, 나아가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설치를 핵심으로 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유엔이 북한의 인권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기구를 설치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결의안 채택에 앞서 유럽연합을 대표한 아일랜드 대표의 말입니다.
(아일랜드 대표) 너무나 오랜 시간 북한 주민들은 당국의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인권 탄압에 희생되고 있습니다. 나비 필레이 유엔 인권최고대표와 마르주키 다루스만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으로부터 북한 당국의 인권 유린행태, 특히 이들 중 일부는 '반인도 범죄'일 수도 있는, 그런 행태를 기록하고 조사할 독립적 기구가 필요하다는 호소를 들었습니다.
이에 따라,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가 여름부터 북한의 인권실태의 조사를 위한 본격 활동을 개시했습니다. 3명의 조사위원은 8월 중순 서울에 입국해 한국 내 탈북민 단체를 포함한 북한인권단체 관련자들을 만나고, 공청회를 열어 탈북자들로부터 북한의 인권 실태를 들었습니다. 증언대에 나선 북한 정치범수용소 출신인 신동혁 씨의 말입니다.
(신동혁) 엄마와 형이 탈출하려고 한다는 확신을 갖고 밖에 소변보려 간다고 거짓말하고 학교로 뛰어가 담당 선생님에게 신고했습니다. 6개월 후 저와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그들은 공개 처형당했습니다.
조사위원회는 공정한 조사를 위해 북한을 방문할 계획을 세우고 북한 측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북한은 "조사위원회를 인정할 수 없으며 방문조사도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방북은 불발됐지만, 조사위원회는 북한 강제수용소와 고문, 식량권과 표현의 자유 침해, 외국인 납치 문제 등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이어갔습니다. 한국에 이어 일본, 태국, 영국, 미국 등지에서 탈북자 수십 명을 만나 증언을 청취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위원회는 10월 말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3위원회'에서 그동안의 조사결과에 대한 중간보고를 가졌는데요, 마이클 커비 위원장은 수집한 증언과 자료에 일관성이 있어, 북한에서 광범위한 인권침해가 있음을 확신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이클 커비) 우리가 수집한 증언들은 신뢰할만하고 반복적으로 나오는 내용들이며, 때로는 인공위성 사진과 같은 매우 구체적이고 객관적이며 부인하지 못할 증거들로 뒷받침 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유엔 총회가 12월 18일 북한의 인권 침해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합의로 채택하면서, 북한의 인권 문제는 한해의 장을 마감했습니다. 유엔총회는 11월 제 3위원회에서 채택한 북한 인권 결의안을 표결 없이 합의로 통과시켰습니다. 그만큼 북한 인권 상황의 심각성에 대해 국제사회가 공통된 의식을 가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유엔 총회는 2005년 이후 매년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해왔으며 표결 없이 확정된 것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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