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 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 합니다.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2018 세계 언론 자유의 날'을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장명화 기자, '세계 언론 자유의 날'이 지난 3일로 25돌을 맞았는데요, 저희 청취자들을 위해 이 국제 기념일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장명화: 네. 세계 언론 자유의 날은 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인 ‘유네스코’의 권고에 따라 언론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전 세계에 진실을 위해 투쟁한 언론인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1993년에 유엔 총회가 선포한 날입니다. 유네스코는 1945년 창설할 당시 '사상과 지식의 자유로운 흐름 증진'을 헌장 전문에 담고, 이를 위해 지속해서 노력해왔는데요, 유네스코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취재 도중 살해당한 언론인은 79명에 이릅니다.
양윤정: 유네스코와 유엔은 올해 ‘세계 언론 자유의 날’을 맞아 어떤 입장을 밝혔나요?
장명화: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세계 언론 자유의 날을 앞두고 발표한 성명에서 "의견, 양심, 표현의 자유는 검열이나 강압에서 자유로운, 독립적인 언론에 달려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줄레 사무총장은 이어 "다른 모든 자유와 마찬가지로 언론 자유는 저절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며 "사회가 디지털 경로를 통해 지식과 정보 기반 사회로 발전한 만큼 일정 수준의 정보 투명성, 정보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 정보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경각심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언론의 자유는 평화, 정의, 인권에 필수적이라면서, 언론인에 대한 범죄는 기소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안토니오 구테헤스) 2018 '세계 언론 자유의 날'을 맞아, 저는 전 세계의 정부들이 언론의 자유를 강화하고 언론인들을 보호할 것을 촉구합니다. 언론의 자유를 장려하는 일은 진실을 알 우리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양윤정: 유네스코에서는 세계 언론 자유의 날을 맞아 ‘세계 언론 자유상’을 시상하는데요, 올해 수상자는 누굽니까?
장명화: 이 상은 지난 1986년에 마약 거래 조직을 폭로하는 기사를 썼다가 피살된 콜롬비아 언론인 기예르모 카노를 기리고자 제정됐습니다. 올해 시상식은 가나 수도 아크라에서 열렸는데요, 이집트 카이로에서 취재 도중 구속돼 사형이 구형된 이집트 사진기자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마흐무드 아부 제이드 씨는 지난 2013년 8월 카이로의 라바아 알 아다위야 광장에서 농성을 벌이던 시위대를 이집트 보안군이 진압하는 현장을 촬영하다 체포됐습니다. 이후 2년가량 구금됐으며 법원에 회부돼 사형이 구형됐습니다.
양윤정: 얼마 전 국제적 언론감시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가 올해 ‘세계 언론자유지수’를 공개했는데, 남북한은 어느 정도로 나타났습니까?
장명화: 세계언론자유지수는 2002년부터 매년 발표하는 지수로, 언론인과 미디어에 대한 공격 내지는 언론 자유에 대한 제한과 압력 등을 설문 조사합니다. 북한은 조사된 180개국 중 180위를 기록하며 2년 연속 꼴찌를 차지했습니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김정은이 이끄는 북한 정권이 언론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으며, 지금도 해외 언론이 제공한 뉴스 등을 읽거나 듣는 주민들은 강제 수용소로 보내진다고 밝혔습니다. 남한은 지난해보다 무려 20계단 상승한 43위를 차지했습니다. 참고로, 중국은 176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습니다.
양윤정: ‘세계 언론 자유의 날’을 맞아 워싱턴에서 ‘국제 언론 자유, 정보 접근, 언론인 안전에 관한 도전 요인과 새로운 경향’이란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는데요, 혹시 북한이나 중국 관련 발언이 나왔습니까?
장명화: 네. 비영리단체인 ‘언론인보호위원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한 언론 관계자는 중국 신장 자치구에서는 외국 사이트에 접속하거나 외국 친척과 접촉하기만 해도 강제수용소에 수감될 정도로 가혹한 통제가 이뤄진다며, 신장 자치구 출신 자유아시아방송 기자 6명의 가족이 신장 자치구에서 구금된 사실을 구체적 사례로 들었습니다. 그러자 토론회 진행자로 나온 그레타 밴 서스테렌 전 CNN 뉴스 앵커가 그런 유사한 사례가 북한에서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레타 밴 서스테렌) 그런 일은 북한에서도 일어납니다. 북한 당국은 대사를 비롯해 외교관들이 해외로 나갈 때 가족을 북한에 남겨두고 보냅니다. 만일 그들이 망명을 하는 등 북한에 해를 끼치는 행동을 하게 되면 남겨진 가족이 고통을 받게 되는 셈입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2010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의 아내 류샤가 "죽음으로 중국 당국에 항의하겠다"고 밝혔다고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보도했습니다. 중국의 인권운동가였던 류샤오보는 작년 7월 간암으로 숨졌습니다. 올해 57세인 류샤의 발언은 독일에 망명 중인 중국 반체제 작가 랴오이우를 통해서 알려졌습니다. 랴오이우는 최근 미국 인권운동단체 '차이나 체인지' 홈페이지에 류샤와 국제전화를 통해 나눈 대화를 토대로 공개서한을 게재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류샤는 "이제 나는 두려운 게 없다. 떠날 수 없다면 집에서 죽겠다. 류샤오보는 떠났고 내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류샤오보는 공산당 일당독재 종식과 민주화를 요구하다 11년형을 선고 받는 등 약 15년을 투옥·감금 상태로 지내다 옥중에서 얻은 간암이 악화돼 숨졌습니다. 숨질 당시 류샤오보는 "류샤를 외국으로 보내달라"는 유언을 남겼고, 미국·독일 정부도 류샤의 출국을 촉구했지만 중국 정부는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류샤는 9년째 가택연금 상태로, 심장병과 극심한 우울증을 앓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얀마 정부가 이슬람교를 믿는 로힝야족 학살에 이어, 기독교계 카친족을 탄압하고 있다고 국제적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카친족은 북부의 중국 접경 지역에 거주하는 소수민족으로 자치권 확대를 요구하면서 미얀마 정부와 갈등을 빚어왔습니다. 이양희 유엔 미얀마특별보고관은 최근 성명을 통해 “정부군과 카친족 반군의 교전이 격화되면서 민간인 희생이 늘고 있다”며 “최근 몇 주 동안 무력충돌로 최소 10명의 민간인이 숨졌고 수백여 가구가 거주지를 떠나야 했다”고 밝혔습니다. 유엔에 따르면, 최근 3주간 발생한 난민은 5,000여 명에 달합니다. 미얀마 정부가 구호물품을 전달하려는 차량마저 막아 식량과 의약품 부족으로 카친족이 고통을 받는 실정입니다. 구호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는 국제법상 범죄에 해당하지만, 미얀마 정부는 “구호물자가 반군에 유입될 수 있어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입니다. 인권단체와 난민들은 카친족에 대한 살인, 납치, 성폭행 등 심각한 인권유린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카친족 거주지역이 금을 비롯한 지하자원이 풍부히 매장돼 있어 이를 둘러싼 다툼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