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언론이 북한을 방문해서 취재하는 것은 아직도 쉽지 않습니다. 북한을 방문, 취재하려는 외국 언론은 모두 북한당국의 허가나 초청을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외부세계에 대한 폐쇄적인 대외정책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외국 언론인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북한을 방문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 RFA 초대석, 오늘은 지난 5월 북한당국으로부터 연극인 자격으로 입국 허가를 받은 뒤 방북한 덴마크 공영방송국인 DR 방송의 언론인 매츠 브루거씨 (Mads Brugger)를 모셨습니다.
브루거씨는 익살스런 행동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단적인 예로, 브루거씨는 지난 2004년 미국 대통령 선거운동기간에 조지 부시 대통령을 지지하는 덴마크 자원봉사자로 위장 잠입해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브루거씨가 이번에 제작한 북한 방문 특집 4부작은 다음 달 1일부터 방영될 예정입니다.
왜 굳이 북한을 방문하셨습니까?
매츠 브루거: (Because I think North Korea is a very interesting place. You could say that globalization would not have been carried through until North Korea ceases to exist...) 북한은 무척 흥미로운 곳이니까요. 북한이란 곳이 존재하는 한 세계화는 완결되는 게 아니죠. 어떻게 보면, 북한은 세계화를 반대하는 최후의 보루인 셈이죠. 게다가 저는 언론인입니다. 특히 독재국가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들 국가들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조사해 자료를 남기는 일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무척 재밌는 일이죠. 이 방문을 통해 북한에서 웃음이란 게 과연 존재하는지 알고 싶었어요. 우선 제가 먼저 약 3주간 자료조사차 북한을 방문했구요, 이어서 5월에 두 명의 한국계 덴마크인 남자 희극배우들과 같이 16일간 머물렀습니다.
어떻게 북한당국으로부터 입국 허가를 받았는지 궁금합니다.
매츠 브루거: (Well, I contacted North Korea and offered them that two Danish comedians would come to North Korea and do a humoristic play. And I really stressed to them that it would be an non-political, non-ideological play...) 북한당국에 두 명의 희극배우 (코미디언)가 북한을 방문해 희극을 공연하고 싶다고 했죠. 내용이 전혀 정치적인 게 아니고, 이념적인 것도 아니라고 누차 강조했죠. 아, 그랬더니 “오라” 그러더라구요. 의외로 쉽게 허가를 해주어서 무척 놀랐어요. 더 재밌는 것은 두 명의 희극배우 중 한명이 장애인이거든요. 그런데도 허가해 주더라구요. 왜 최근에 유엔보고서에도 지적했듯이, 북한에서는 장애인을 사람 취급하지 않쟎아요.
외국인이 방문하면 으레 김정일 위원장에게 선물을 전달한다고 하는데, 뭘 들고 가셨습니까?
매츠 브루거: (We decided to give him a pizza shovel because it has been told that the Dear Leader really likes pizza, you know, he's supposed to be constantly on the move, what they call "on the spot guidance.) 피자용 칼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김 위원장이 피자를 아주 좋아한다구 하더라구요. 소위 ‘현장지도’를 하느라 쉴 새 없이 움직인다고 하쟎아요? 특히 지방에 나갈 때는 간단히 먹을 수 있어서 피자를 즐겨 먹는다고 들었어요. 몇 년 전에 이태리 출신 피자 요리사가 북한에서 한동안 김 위원장에게 피자를 만들어 주었는데요, 이 사람이 나중에 김 위원장이 얼마나 피자를 좋아하는지에 대한 책을 썼거든요.
북한에 계시는 동안 찾고자 하시던 ‘웃음’을 발견하셨나요?
매츠 브루거: (Well, you could say that 50 years of thought control and of censorship has really made its mark on the North Korean sense of humor and comedy...) 50년 이상의 기간동안 사상을 통제당하고, 검열당하고 해선지 북한사람들의 익살 (유머)과 희극에 대한 감각이 사라진 것 같았어요. 물론 문화적인 차이점도 있겠죠. 서양 사람한테 우스운 게 북한사람에게는 우습지 않을 수 있죠. 우리가 준비해간 연극이 전혀 우습지 않았나봐요. 그랬더니 북한당국이 우리 희극내용을 아예 북한체제 선전용으로 바꾸어버렸어요. 또 장애인이 관객 앞에 서지 못하게 하는 게 무척 중요했나 봅니다. 게다가 장애인인 저희 희극배우가 정상인인 것처럼 위장하고, 장애인인 것처럼 연기하도록 지시를 받았습니다.
원래 연극내용이 무엇이었는데요?
매츠 브루거: (Two Danish-Korean comedians, they did all satirical or funny version of the fairy tale "The Princess and the Pea" by the Danish fairy tale author Christian Andersen...) 덴마크 동화작가인 한스 크리스챤 안데르센이 쓴 “공주와 콩 이야기”를 풍자한 연극입니다. 굉장히 우스운 내용이에요. 그런데 북한사람들이 안 좋아하더군요. 언어차이 때문은 아니에요. 대사를 거의 안 쓰는 연극이어서 관객들이 이해하기 쉬웠을 겁니다. 오히려, 내용이 귀족사회와 상류층을 둘러싸고 전개되는데, 이들이 평민들보다 더 부유하고 더 강하게 되는 내용이어서 그랬을 겁니다.
이런 것은 북한에서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politically correct)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북한주민들은 소위 노동자의 천국에서 살고 있는데, 귀족들이 잘 먹고 잘사는 것은 북한 이념체계의 핵심을 건드리는 내용이지 않습니까?
연극 말고는 무얼 하셨습니까?
매츠 브루거: (Well, we went travelling around the countryside. We went to Demilitarized Zone, and to museum and so on, but it became so obvious to us that they were in a way exploiting us for political purposes...) 북한지방을 두루 구경하고 다녔죠. 비무장지대도 가고, 박물관 등을 돌아다녔어요. 하지만 북한당국이 저희들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게 명백했어요. 하루는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 반미 대규모 대중시위가 벌어졌어요. 그런데 당국이 저희들을 이 시위대의 맨 앞줄에 세워놓는 거예요 (사진참조).
바깥세계에 이런 소리를 하고 싶었던 거죠. “봐라. 북한은 북한정권을 지지하고 동조하는 외국인들도 많다”하구요. 그렇지만 이게 웃긴 거죠. 이런 대규모 시위를 통해 북한주민들에게 정권의 힘을 자랑하고, 북한사회가 멋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모양인데, 바깥 사람들은 오히려 북한이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보니까요.
북한을 직접 가 보신 후 느낀 소감은 어떻습니니까? 이제 북한을 더 잘 이해하실 것 같습니까?
매츠 브루거: (Before coming (to North Korea), I read books about North Korea, but nothing can really prepare you for being there because and that is very important to understand that even though you are there, you are not there.) 북한을 방문하기 전에 북한관련서적을 많이 읽었어요. 하지만 크게 도움이 되질 않았어요. 사실 어떤 사람이 북한을 방문했다쳐도, 북한에 실제로 있었다고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무슨 소리냐면, 북한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포함해 모든 경험들이 모두 꾸며진 것, 즉 일종의 가상현실이기 때문이에요. 유치원을 방문하면 하나같이 행복한 표정을 짓습니다. “앗, 우리가 오기 전에 통보를 받았구나! 하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는 거죠. 그리고 길거리에서 주민들과 대화조차 나눌 수 없어요. 유일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게 통역하고 안내자인데, 이 사람들은 방문자가 무얼 하는지 끊임없이 감시하거든요. 독재체제와 사상통제가 풍자수준까지 간, 한마디로 끔찍한 곳입니다.
워싱턴-장명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