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이 남한사회에서 적응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한 한국의 대학교에서 적응하는 것은 더 더욱 어렵습니다. 그 결과, 탈북자 출신 대학생들의 절반 정도가 중도에 학업을 그만두고 있습니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최근 들어 여러 대학들이 이런 탈북자들의 고충을 덜기 위해 각종 편의와 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RFA 초대석, 오늘은 연세대학교에서 교목, 즉 학교의 목사로서 탈북자 학생들을 돕고 있는 정종훈 교수를 모셨습니다. 정교수는 연세대 신학과를 졸업한 후, 독일 괴팅엔 대학에서 기독교윤리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 미국 동부 버지니아 주에 소재한 리치몬드 신학교에 방문교수로 잠시 나와 있습니다.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에서도 지난달 25일에 보도를 했지만, 이번에 정교수께서 연세대에 재학 중인 탈북 대학생 6명을 이끌고 워싱턴 지역을 방문해 간증집회를 하셨지요?
정종훈: 제가 이끌고 온 것은 아니구요, 제가 ‘통일한마당’이라는 동아리를 조직해서 지도하는 입장에 있는데, 작년 7월 4일에 미국에 안식년으로 왔거든요. 그래서 제가 다른 교수님에게 잠시 지도를 부탁했어요. 사회체육과 전용광교수가 이번에 인솔했구요, 워싱턴 D.C.에서는 제가 인솔한 셈이죠. 왜냐면 전용광교수가 한국에 빨리 귀국하셔야할 일이 있어서 며칠간만 제가 인솔했죠.
북한에서는 ‘동아리’를 구루빠라고 합니다만, 이 ‘통일한마당’ 동아리는 어떻게 생기게 되었나요?
정종훈: 저희 ‘통일한마당’이란 동아리는 생긴 지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어요. 제가 연세대학교에 간 게 2000년 9월학기인데요, 강의를 하다보니까 북한출신 학생들이 하나, 둘씩 들어오는 겁니다. 그래서 도대체 우리 연세대학교에 북한출신 학생들이 몇 명이나 있나 궁금해서 대학교 학적과에 문의했어요. 그랬더니 한 20명 정도 있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학생들에게 일일이 이메일을 보내고 또 전화도 해서 일단 제 교수 방으로 초청을 했습니다. 그게 2003년 9월학기라고 기억합니다. 그때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모임이 조직화되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2004년 2월에 정식으로 ‘통일한마당’이란 동아리를 조직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모임이 조직화된 구체적인 동기라면?
정종훈: 이 모임을 만들게 된 동기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선 첫째는 북한출신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적응하기가 상당히 쉽지가 않다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남한생활 정착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구요. 학교공부도 특별히 영어나 언어적인 측면에서 어려움이 많고 하다 보니, 점점 학교생활에서 어떤 점에서는 소극적이 되고, 심지어는 탈락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는 겁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학교생활에 쉽게 정착하고, 각자의 어려움을 서로 공유하면서 학교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을까 노력하자는 겁니다.
또 한 가지는 이들이 북한에서 왔기 때문에 북한과 남한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통일을 준비하고, 통일이 되었을 때 실질적인 연결고리의 역할을 해야 되지 않겠는가 하는 사명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동아리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현재 탈북자 출신 대학생들의 수가 어느 정도나 됩니까?
정종훈: 지금 한국에 북한출신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해서 공부하는 숫자가 약 400여명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한국외국어대학이 그 숫자가 제일 많고, 그리고 그 뒤에 연세대학교, 서강대학교, 한양대학교, 고려대학교에 부분적으로 있습니다. 연세대학교에는 2003년도 현재 20명이었지만, 지금은 40명으로 불어났습니다.
연세대학교에서는 탈북자 출신 대학생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있습니까?
정종훈: 연세대학교에서는 다른 대학에 비해서 북한출신 학생들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혜택을 주는 학교입니다. 특별히 정창영 연세대 총장께서 우리 북한출신 대학생들에 관해서 특별한 관심을 많이 주고 있습니다. 이 학생들이 무엇보다도 영어를 어려워하기 때문에, 우리 학교 내에 소재한 ‘외국어학당’에서 토플과 토익을 무료로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주셨습니다.
또 이 학생들이 졸업하고 나면 사실 취업을 제대로 못합니다. 취업을 해야 남한사회에 제대로 정착하게 되는데 겉돌게 되거든요. 그래서 저도 사실 이 취업문제에 상당히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총장님께 부탁을 드렸었죠. 북한출신 학생들에게 관심을 줄만한 기업인을 소개해주고, 연결해주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부탁을 한 뒤 좋은 결과가 있었습니까?
정종훈: 린나이 코리아에 강성모 회장이 계신데요, 그 분이 이 북한출신 학생들에게 관심을 많이 주시고 이들에게 많은 격려를 주신 상태에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학생들이 대기업이나 변변한 기업에 취업을 한 경우가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졸업하는 학생 두 명이 이랜드에 취업했습니다. 이 일은 지금 재학 중인 학생들에게도 상당한 격려가 되고 희망이 되는 부분이죠.
‘통일 한마당’의 앞으로의 과제라면?
정종훈: 저는 우리 ‘통일한마당’의 과제를 몇 가지로 생각하는데요, 첫째는 일단 대학생이니까 대학생활을 의미 있게 꾸리고, 졸업 후에 취업하거나 진학하는데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동아리로 거듭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또 ‘통일 한마당’이 북한출신 학생들로만 구성된 동아리가 아니라, 남한출신 학생들도 함께 동참해서 서로를 이해하고, 남북한을 이해하고, 통일을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는 토대가 되는 동아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출신학생들은 생활하면서 사실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부분도 있고, 학교로부터 여러 가지 관심도 받고, 또 교회나 개인들로부터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사랑에 빚진 자’로서 자신들의 삶을 주체적으로 끌어나갈 수 있는 위치가 되었을 때, 그 받은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에너지를 비축하는 그런 동아리로 나아가야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지도하고 있고, 또 학생들도 그런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워싱턴-장명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