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문제 논의를 위한 6자회담이 4개월이 넘도록 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달러 위폐제조를 문제 삼아 북한에 대해 금융제재조치를 취하자 북한이 반발해 회담을 거부하고 있는 것입니다. RFA 초대석 오늘은 동아시아문제 전문가인 애론 프리드버그(Aaron L. Friedberg) 미 프린스턴대학 교수로부터 6자회담을 비롯해 북한 핵 문제 전망에 관해 들어봅니다. 프리드버그 교수는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딕 체니 미 부통령의 안보담당 부보좌관을 지냈습니다.

6자회담의 교착상태가 길어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Aaron Friedberg: 6자회담의 분위기가 시들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고 지난 3년 간 이런 상황이 종종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회담이 이제 필요 없다거나 완전히 결렬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북한 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6자회담과 같은 노력이 여전히 필요합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은 회담이 재개될 조짐이 보이기 때문입니까? 아니면 현재로서는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까?
AF: 회담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조짐도 없지 않습니까? 또 북한을 포함해 회담 참가국 어느 누구도 회담결렬을 선언하지 않았습니다. 과거에도 회담이 한동안 열리지 않다가 다시 열리곤 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현재로서는 6자회담만이 북한 핵 문제의 유일한 외교적 해결책입니다. 물론 이란 핵 문제처럼 북한 핵 문제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논의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직은 상황이 그 기까지는 가지 않았다고 봅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은 회담거부 이유로 미국의 금융제재를 들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왜 하필이면 6자회담이 진행 중인 민감한 상황에서 북한의 위폐문제를 들고 나오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는데요.
AF: 말씀하신대로 북한의 위폐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미국은 우방국들과 함께 지난 3년간 북한 정권이 불법 활동을 통해 외화를 버는 것을 막는데 주력해왔습니다. 마약밀매나 북한의 미사일 수출을 차단한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미 당국은 이 과정에서 마카오의 방코 델타 아시아은행이 북한의 돈세탁을 도와준 혐의를 포착했고 지난해 9월 이 은행을 ‘돈세탁 우려대상’으로 지정한 것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북한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이런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런 조치들이 북한 정권에 적절한 압박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북한의 반응을 보면 이런 조치들이 북한 정권에 압박이 된다는 점을 입증해주고 있습니다.
북한의 불법 활동에 대한 제재조치를 통해 핵 문제에 대한 북한의 태도변화를 유도한다는 말이군요?
AF: 미국이 핵 문제를 염두에 두고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를 취했는지 여부를 떠나 미국으로서는 핵 문제와는 상관없이 달러 위폐제조나 마약밀매와 같은 북한의 불법 활동에 대해 대응조치를 취할 권리가 당연히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볼 때 이런 제재조치들은 핵 문제에 대한 북한 정권의 태도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가 북한경제 전반에 타격을 준다고 보십니까?
AF: 융제재가 북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습니다. 북한 정권이 불법 활동을 통해 외화를 버는 행위를 막는 것이 북한경제 전반에 영향을 준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이 대량살상무기의 부품이나 사치품을 사들이는 데 필요한 돈을 구하기는 어렵게 됐습니다. 이런 점에서 미국이 현재 취하고 있는 대북 금융제재조치는 특정 대상을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 대상은 다름 아닌 북한 정권입니다.
부시 미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현재와 같은 압박이 먹혀든다고 판단하고 있습니까?
AF: 제가 더 이상 부시 행정부에 몸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과거의 경우, 미 행정부 안팎에서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북한을 압박하지 않고는 핵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시각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한 언론과 회견에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강경책과 유인책을 함께 구사해야 한다고 지적하셨는데요?
AF: 강경책과 유인책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 핵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려면 강경책과 유인책, 어느 한쪽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유인책만 쓴다고 가정했을 때 북한이 핵을 포기할 만큼의 유인책이 과연 존재할지 또 존재한다면 미국이나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이 제공할 수 있을지가 의문입니다. 반대로 북한에 대한 압박과 같은 강경책에만 의존하는 것도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강경책과 유인책을 모두 사용해야 합니다.
남한과 중국의 역할도 매우 중요할 텐데요.
AF: 물론입니다. 중국의 경우, 북한을 압박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지금까지는 북한을 압박하는 데 주저해왔습니다. 중국은 가급적이면 북한 정권을 자극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또 너무 심하게 압박할 경우, 북한 체제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갖고 있습니다. 남한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의 붕괴를 막기 위해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과 교류를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남한과 중국의 압박 없이는 북한 핵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과 일본이 북한을 압박하고 남한과 중국이 이런 압박을 덜어주는 상황에서는 북한 핵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와 같은 6자회담의 교착상태가 계속된다면, 미국이 취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입니까?
AF: 회담이 교착상태가 장기화되는 것은 상당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회담이 열리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은 핵개발을 가속화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핵물질을 추가로 만들어낼 것입니다. 한발 더 나아가 북한이 핵물질을 해외로 수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국으로서는 이런 상황을 마냥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른 회담 참가국들과 공조해 강경책과 유인책을 모두 구사하며 문제해결에 나서야 합니다. 이 방식이 실패한다면,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나 핵물질을 해외로 빼돌리지 않도록 북한의 선박이나 항공기에 대한 감시를 대폭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반대로 회담이 다시 열린다면, 결국 논의의 출발점은 ‘9.19 공동성명’이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AF: 그렇습니다. 공동성명은 북한의 핵 포기 합의를 받아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성과였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이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어떤 구체적인 조치들을 취할 지와 북한의 핵 포기에 대한 검증작업 등 여러 문제들이 남아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과연 핵 포기 합의를 실천할 의지가 있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북한이 지금까지 6자회담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은 회담에 나가기보다는 거부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에 대한 압박이 더 필요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동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