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에는 약 40만 명 정도의 북한출신 이산가족 1세대가 살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도 ‘일천만 이산가족’이라는 용어는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이산가족 1세대 중 상당수는 이미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그나마 간간이 이루어지던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지난해 7월 북한이 미사일 발사 이후 남측이 쌀과 비료 등의 지원을 유보하자, 북측이 이에 반발해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거부해 중단됐습니다.

RFA 초대석, 오늘은 최근 한국에서 이산가족 재회에 앞장서온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의 이 상철 신임위원장을 모시고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 들어봅니다. 이 위원장은 황해도 평산 출신인 부친이 1952년 부산 피난 당시 낳은 이산 2세대입니다.
‘일천만 이산가족 위원회’는 지난 1982년 설립된 이후 이산 1세대들이 죽 이끌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산 2세대가 위원장에 선출된 것은 처음인데, 향후 계획을 소개해주시죠.
이상철: 이재운 전임 위원장이나 조영식 전 위원장께서 한 24년간 많이 애써왔죠. 그런 사업에 기초해서 저희들은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것, 또 생사확인에 대한 것을 우선적으로 하려고 합니다. 사실, 상봉보다는 생사확인을 우선적으로 해야 되겠죠. 또 하나는 통일이 언제 될지 모르지만, 통일을 대비해 고향마을 재건을 위한 관련교육을 (이산) 2세들한테 실시할 계획입니다.
남북당국이 추진해온 이산상봉행사로 혜택을 본 사람들은 대략 어느 정도 됩니까?
이상철: 2000년도 이후에 12만 명 정도가 이산가족 상봉행사 신청을 했는데 그동안에 한 2만 9천 명 정도가 돌아가셨구요, 현재까지 대략 1,800명 정도가 상봉했습니다. 나머지 한 9만5천명이 이산가족 상봉을 해야 하는데, 남북관계의 여러 가지 어려움 때문에 일 년에 한 100명내지 200명 정도만 상봉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모든 이산가족이 다 상봉을 하려면 한 500년이 걸리겠더군요. 그래서 굉장히 실망을 많이 하고 있고, 저희들 입장에서는 상봉보다는 생사확인을 먼저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기자: 이 위원장의 부모님은?
이상철: 예. 부모님 두 분 다 살아계십니다.
그럼 북쪽에 남겨둔 친인척들의 생사확인이라도 하셨는지?
이상철: 아직 저희 부모님이 확인을 못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군요. 그런데, 한국 대한적십자사의 한완상 총재는 최근 올해 음력설을 계기로 중단된 이산가족의 화상상봉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요. 기대를 갖고 계십니까?
이상철: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찬성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아시다시피 직접 상봉을 해도, 다들 연로하셔서 가족들을 잘 알아보지 못합니다. 실지로 몸과 몸을 만져보고, 또 눈으로 보고 확인해도 어려운 상황인데, 화상으로 멀리 떨어져서 상봉하는 게 잘 알아볼 수도 없기 때문에, (대한적십자사가 화상상봉을 추진하는) 부분은 제가 볼 때는 잘못된 것입니다.
또 하나는, 화상상봉을 하다보면 북쪽에서는 정치선전을 많이 하더군요. 그런 부분도 저희들 입장에서 보면 인도주의적 차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화상상봉을 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이 위원장께서 아무래도 이산가족 2세대여서 전 세대와는 차별화하려고 하시는 것 같은데요?
이상철: 차별화라는 것은 일단 1세대들은 연로하지 않습니까? 생각들은 많은데 행동을 못하고 계세요. 그래서 저희 2세들 입장에서는 정부에서 북한에 무조건적인 지원을 하는 부분에 대해서 반대를 하구요. 그런 입장이 우리 정부정책에 반영될 수 있게끔 사실 실력행사도 좀 하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저희도 지금 이북에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원하는 물품이 이북주민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질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되겠습니다. 또 우리 이산가족 입장에서는 그렇게 진행되는 것을 볼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얼마든지 지원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만일 한국정부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인해 중단했던 쌀과 비료를 무조건 주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상철: 하하. 그것 참... 우리 정부가 쌀과 비료를 무조건 보내겠다고 그런다면, 저희들은 무조건 반대를 하겠습니다. 저희들은 만약에 북행길에 쌀을 싣고 가는 차가 있다면, 차 앞에 가로막고서서, 가지 못하게끔 할 생각입니다. 쌀과 비료를 주는 게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주는 거 맞죠? 하지만 이산가족 60년 동안 지금껏 생사확인을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게 이게 지구상에서 인간으로선 할 수 없는 짓입니다.
이 부분이 제일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고, 인권이고, 인도주의적 사업인데, 이걸 안하고서 무슨 뭐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쌀을 보내고 뭘 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겁니다. 남과 북이 하나로 통합되기 위해서는, 그리고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선 이산가족 문제가 해결이 돼야 남과 북이 하나의 사회통합이 이루어져서 나중에 통일의 길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에, 이 문제만큼은 어떻게든지 우리 이산가족, 실향민뿐만이 아니고, 전 국민이, 그리고 전 세계가 같이 공감해주고 해결해야 될 사안입니다.
마지막으로, 북한에서 살다 남쪽으로 온 이산가족의 일원으로서, 최근 북한을 떠나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에게 선배로서 주고 싶은 충고가 있다면?
이상철: 글쎄요. 북에서 오신 우리 새터민 주민들이요, 지금 체제가 다르기 때문에 어렵겠죠. 여기서는 시장경제하에서 자기가 노력한 만큼 실제 생활의 질, 삶의 질을 가질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런 부분에서 좀 성실하게, 무엇이든지 자기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얼마든지 잘 살 수 있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가 한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을 갖고 저도 열심히 일해 왔기 때문에 오늘의 제가 있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좀 성실한 자세를 갖고 긍정적으로 사회에 임해 달라하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워싱턴-장명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