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에 가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국제사회에서 강하게 일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3일부터 미국 워싱턴에서는 북한자유주간행사가 열리고 있고,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학술회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RFA 초대석, 오늘은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미국 국립민주주의기금(NED)의 칼 거쉬만 (Carl Gershman) 회장을 모셨습니다. 거쉬만 회장은 지난 2001년부터 북한인권국제회의를 후원해왔으며, 미국 일간지에 북한의 인권탄압에 관련한 글을 꾸준히 기고하고 있습니다. 이달 초에는 북한전문가 수명을 초청해 북한인권문제를 주제로 학술회를 개최해 주목을 끌기도 했습니다. 국립민주주의 기금은 지난 1983년에 미국의회에 의해 설립된 비영리기구로 세계 각국의 민주주의 단체들을 돕고 있습니다.
6자회담의 '2.13합의'에 따라, 미국과 북한이 양국의 관계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한 논의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미국은 인권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과 수교를 했는데, 북한도 그런 모델을 따라갈 것인지 궁금합니다.
Gershman: Well, I don't think that human rights improvements are going to be a condition for... They probably will not be a condition for normalization. But I think it'll be part of the discussion...
인권상황개선이 양국 관계 정상화의 조건이 되진 않을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부분적으로는 논의 될 겁니다. 미국은 이런 변화와 관계개선이 북한사회의 개방과 인권상황 개선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의 관계개선에 어떤 조건들이 있는지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더욱이, 제가 정부관리가 아니어서 확실히 말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은 일단 북핵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북한의 인권문제가 동북아시아의 전반적인 경제적, 안보환경에 통합시켜 다뤄지지 않으면, 핵문제를 포함해, 북한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당사자들은 조만간 깨닫게 될 겁니다.
북한이 합의내용을 잘 준수할 경우, 앞으로 에너지, 쌀 등 상당한 경제적 지원을 받을 텐데, 이런 지원으로 북한주민들의 삶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십니까?
Gershman: It's a very, very difficult question, I mean, the short answer to your question is that in the short run, I doubt it will provide actual alleviation of the suffering of the people in North Korea...
매우 어려운 질문이네요. 단기적으로 보면, 글쎄요, 북한주민들의 고통을 실제로 가볍게 해주겠느냐,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럴 수가 없죠. 아시다시피, 북한은 매우 타락한 곳입니다. 외부지원은 보통 상류층에게 돌아갑니다. 일반 북한주민들에게는 거의 가지 않죠. 이런 상황이 근본적으로 변할 것 같진 않습니다. 결국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해결책은 북한사회를 개방하는 겁니다. 북한정부가 만든 단단한 벽을 깨뜨려서, 외부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북한주민들이 알게 해야 합니다.
북한같이 폐쇄된 사회는 시장이나 세계화의 압력을 견뎌내지 못할 겁니다. 바로 남쪽에 자유와 번영을 구가하는 한국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북한체제에는 큰 위협이기도 하죠. 북한을 어떻게 자유화하느냐? 시간이 걸릴 겁니다. 혁명적 (revolutionary)인 과정이라기보다는, 진화적 (evolutionary)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습니다.
북한인권법이 효력을 발휘한지, 벌써 삼년이 다 되갑니다. 크게 주목을 받았던 이 법이 북한 인권상황에 구체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십니까?
Gershman: Well, I mean the intention of the Act was to highlight the (North Korean human rights) issue in United states policy, was to signal to people in the Korean Peninsula this concern. When you ask 'did it make a specific contribution?' this is very hard to judge, you know...
북한인권법의 의도는 미국의 북한인권정책에 대해 알리고, 또 미국이 북한인권상황에 대해 갖고 있는 염려를 남북한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함이었습니다. 그 법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느냐?"는 질문은 참 판단하기 힘들군요. 어떤 식으로 평가해야 할까요? 하나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독재국가의 인권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 그 독재국가 주민들이 궁극적으로는 알게 된다는 겁니다. 완전히 세상에서 버림받았다고 느끼던 사람들이 누군가가 자기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희망을 갖게 되는 겁니다.
이 법의 여러 기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현재 여전히 독재국가로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변한 게 있습니다. 북한은 몇 년 전에 비하면 덜 폐쇄적입니다. 북한인권법의 의도대로, 더욱더 북한의 고립을 깨뜨려야합니다. 북한은 고립돼 있기 때문에 독재정치와 인권탄압이 가능한 것입니다.
최근 일각에서는 제이 레프코위츠 북한인권특사가 개인적으로 변호사 일도 겸하면서 임시직 (part-time)으로 특사 일을 하기 때문에 북한인권법 시행이 지지부진하다, 심지어는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만..
Gershman: Oh, you know he's been a voice, he's been a voice, and that's one of the things he can do. Our programs have been gradually increasing for North Korea...
레프코위츠 특사는 북한인권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꾸준히 제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우리 기관의 경우, 북한인권법 덕택에 점차적으로 북한관련 지원을 늘려올 수 있었습니다. 특히 현재 북한인권단체와 대북방송에 지원을 늘리고 있습니다. 더 지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북한인권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결국 이러한 활동에 더 많은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겁니다. 현재 규모가 그다지 크진 않지만,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현재 이런 노력의 결과로, 한국에서 인권단체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탈북자들이 인권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북한인권법 덕택에 앞으로도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자금들이 더 많아질 겁니다.
미 국무부는 국립민주주의 기금에 2004년 회계연도의 경우 35만 달러를 지원했는데요, 올해는 어느 정도 지원을 받았습니까?
Gershman: Well, this year, it's about a million dollars and I think it has the ability to absorb more. We'll have to see what kinds of resources we can get...
올해에는 (국무부로부터) 약 백만 달러가량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더 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어떤 종류의 자원을 더 받을 수 있을지 봐야죠. 이번에 받은 새로운 재정적 지원은 주로 자유북한방송같은 독립방송단체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이런 방송단체는 매우 중요합니다. 북한사회를 잘 아는 탈북자들에 의해 운영되는 이런 방송의 역할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이들은 북한의 소외된 주민들이 바깥세계, 특히 한국사회와 연결하는데 중추역할을 할 겁니다.
한국에 있는 북한인권관련 단체들에게 재정적 후원을 해줄 때 어떤 기준을 갖고 후원합니까? 지난해까지 미화 약 8만 달러의 후원금을 받던 북한민주화운동본부는 올해는 못 받아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던데?
Gershman: Well, the criteria, I mean, the grants, all the grants that the NED makes all around the world are based upon, you know, the program offices have to judge the quality of the programs...
음. 기준이라... 저희가 세계 여러 나라에 제공하는 보조금은 사업국에서 해당 단체의 지원활동의 내용을 보고 적절히 판단을 내려 결정됩니다. 지원활동의 질 (quality)이라던가, 특정단체가 그 활동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없는 지등을 심사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 인권단체가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얼만큼 효과적으로 인권과 민주를 증진시키는 활동을 펼치느냐 입니다.
국립민주주의 기금 웹사이트를 보면, 2005년까지의 한국 북한인권단체 지원 통계가 나와 있더군요. 후원하고 있는 단체들을 보니까, 과거에 친북좌파 세력이었던 사람들이 이끄는 단체들도 있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Gershman: It's a very interesting group of people because these are people who were at one point, you might call, student radicals who in a sense came to sort of light about North Korean totalitarianism...
네. 그 사람들은 한때 소위 급진학생들이었다가, 북한의 전체주의 폭정에 대해 깨닫게 된 사람들입니다. 이런 종류의 사람들은 다른 나라에도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지난 1920년대와 1930년대에 스탈린이 폭정을 저질렀을 때에도 구소련을 동경했던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일부 지식인들이 점차 구소련이 사회주의 천국이 아니라, 오히려 전체주의 국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죠.
헝가리도 마찬가집니다. 1956년에 구소련이 침공하자, 많은 지식인들이 공산주의에 대해 환멸을 느끼고, 보수집단으로 변했었죠. 쿠바, 알바니아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과거 친북 신봉자였던 지식인들이 북한이 억압적 사회이며 인권을 침해하는 나라라는 것을 안 뒤로는, 오히려 이제 북한의 인권과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는 겁니다. 이게 바로 자신들이 해야 할 사명이라면서요. 이들이 한국의 청년층과 지식인들에게 좀 더 영향력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워싱턴-장명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