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초대석: 죽었다던 김현식 전 평양사범대 교수 살아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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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서 쓰는 ‘누룽지’란 단어는 북한에서는 ‘가마치’라고 부릅니다. ‘장모’는 ‘가시어머니’ ‘해수욕’은 ‘바닷물미역’, ‘반찬’은 ‘찔게’... 1443년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든 이후 500여 년간 한민족이 사용하던 말이 남한과 북한사이에 이처럼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남북 통일말 사전’이 출간돼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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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 사택에서 김현식 전 평양사범대학교 교수 - RFA PHOTO/장명화

RFA 초대석, 오늘은 이 사전발간에 주요 역할을 한 김 현식 전 평양사범대학교 교수를 모셨습니다. 김 교수는 1932년 북한의 함경북도에서 태어나 1954년부터 38년간 평양사범대학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지난 1992년 러시아 국립사대 교환교수로 있던 중 남한으로 망명했습니다. 지난 2001년에 미국으로 와서, 예일 대학교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 미국 동부 버지니아 주의 조지 메이슨 (George Mason) 대학에서 북한에 대해 강의하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남북한의 어휘를 담은 사전, ‘남북 통일말 사전’이 드디어 출간이 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이 사전은 남한사람들이 모르는 북한말, 또 북한사람들이 모르는 남한 말 5,000단어씩, 모두 1만개의 단어를 비교해 놓았던데요. 이 사전이 나오게 된 배경을 소개해주시죠.

김현식 교수: 민족을 특징짓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언어인데, ‘말이 달라지면 남북한이 완전히 다른 나라로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 말을 어떻게 하면 합치겠는가, 어떻게 하면 두 쪽 말을 하나로 하겠느냐 하는 것을 생각하던 끝에 13년을 제가 하루같이 TV, 신문, 소설 등에서 뽑고 뽑아서 만들어놨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남북한 한자어 어떻게 다른가’ ‘북한사람들이 알아야할 남한 어휘 3300개’ ‘남한사람들이 알아야 할 북한 어휘 2000개’ 이렇게 3개의 책을 써서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그것을 토대로 해서, 사전을 만들었습니다. 서울대 박사 이선영, 박사과정에 있는 장경현, 안희재 이런 분들이 참가했습니다.

저는 어휘를 선택해주고, 그 어휘에 대한 용례를 박사와 박사과정에 있는 세 분이 열심히 써주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정치적인 것들이 다분히 들어있었습니다. 정치적인 것을 다 배제하고, 제가 5교까지, 1, 2, 3, 4, 5교까지 봐서 문장을 다 다듬어주고, 북한에서 능히 쉽게, 아무 거리낌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사전으로 만들기 위해서 있는 힘을 다해서, 밤을 새워가면서, 꼬박 6개월 동안 이들과 같이 침식을 같이 하면서 애를 썼습니다.

지난해 5월에 저희 자유아시아방송과 회견에서, 지난 70여생을 돌아보는 자서전, 가칭 ‘평양에서 워싱턴’을 쓰고 계시다고 밝혔었는데요, 어떻게 됐습니까?

김 교수: 지금 탈고를 해서, 서울에 있는 큰 출판사, 김영사에서 지금 다 하고 있는데, 아마 빨라서 내년 봄 전후로 이 책이 나갈 것입니다. 나가면 이 책은 미국과 일본에서도 받아서 그대로 나갈 예정입니다. 초보적인 약속들은 다 돼있습니다.

이 책에는 제가 살아온 전 과정. 일제 때부터 시작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일제 때, 북에서, 해방 전, 해방 후, 전쟁 시기, 그 이후시기, 다음에 러시아, 서울, 미국, 이 전 과정이 담겨있습니다. 이것을 읽게 되면, ‘아. 북조선역사에 대해서, 북조선의 통치이념에 대해서, 잘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서 내가, 한 학자가 이렇게 살아왔으니까, 이 북한의 정치를 펼치는 김정일위원장이 이 책을 보고, ’아. 우리가 한 정치가 이랬구나! ’이것은 좋고 이것은 나쁘구나! 하는 것을 느끼고, 개심하리라는 의미에서 마지막에는 김정일 위원장에게 보내는 편지로서 글을 마쳤습니다.

나는 김정일 위원장을 두 차례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때문에 그가 이 책을 보게 되면, 나쁜 마음으로 쓰지 않았고, 개심해(라)는 마음에서 썼다는 것을 느낄 겁니다. 빨리 이 책이 김정일 위원장의 손에 들어가서, 읽고, 그가 북한을 새로운 세계로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바람입니다. 그렇게 하리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그럼 김 교수님은 김 위원장이 새롭게 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는 겁니까? 외부전문가들은 체제가 변해야 변화가 가능하다고들 하쟎습니까? 그렇게 보시는 근거가 무엇입니까?

김 교수: 네. 왜냐면, 자기 아버지, 어머니가 정말 양심적인 인간이었고, 또 자기 할아버지, 할머니는 독실한 신자였습니다. 그야말로, 아마 조선에서는 첫째가는 신자였을 거예요. 그들이 열심히 기도했을 겁니다. 그러니까, 그 기도가 김정일 위원장의 마음을 바꾸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정치적인 방법, 군사적인 방법 등 현실적인 방법으로 되는데 아무것도 없질 않습니까? 오직 종교적인 방법으로 바꿀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김 위원장이 확실한 신자였던 자기 할아버지, 할머니의 간절한 기도를 받아서 아마도 제 책을 읽게 되면, ‘아하. 내가 이래서는 안 되겠구나’ 하는 것을 느끼고, 꼭 새로운 길로 들어설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이게 하나님의 뜻이고, 하나님께서 아마 이런 길로 이끌어주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김 교수: 제가 언어학자였던 만큼, 또 외국어 교수였던 만큼 제가 꼭 하고 싶은 것은 북한이 쓸 만한 마땅한 영조, 영한사전이 없습니다. 제가 영한사전 제일 좋은 것을 미국에서 하나 찾아서, 북한에 만들어 보내려고 미국의 대학들과 의논하고 있습니다. 이 사전에는 정치적인 것을 다 빼고, 북한에서 아무 거부감 없이 볼 수 있는 것으로 만들려고요.

그리고 난 여기에서 영어를 한국어로, 한국어를 영어로 자유자재로 옮길 수 있는 동시통역원을 키우려고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통일이 되면, 이들이 북한에 들어가서 다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영어를 가르치고, 거기에서 좋은 교수, 교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려고, 저는 여기에서 동시통역 강습소를 하나 할까, 그런 학원을 만들어서 잘 운영해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를 1번 학생으로 받아주시면 안될까요? 하하하...웃음)

RFA 초대석 오늘은 김현식 전 평양사범대학교 교수를 모시고 ‘남북 통일말 사전’ 출간과 관련된 소식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워싱턴-장명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