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전격적으로 핵실험을 강행한 지 거의 3개월이 다 되갑니다. 남한의 과학기술부는 북한의 핵 실험 직후, 남한 쪽의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발표했었습니다. 하지만 핵실험으로 인한 공기와 물이 방사능으로 오염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의 목소리가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RFA 초대석,' 오늘은 그 중 한 사람인 남한의 환경공학 전문가인 박석순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를 모셨습니다.

박 교수는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환경문제 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며, 지금까지 ‘꿈의 섬: 일본의 환경비극“ ”지구촌 환경재난“ 등 환경위기에 관련된 수많은 저서를 펴냈습니다.
북한 관영언론은 지난 10월9일 핵실험 직후, “방사능 유출과 같은 위험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지금껏 주장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석순 교수: 북한은 방사능 유출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핵실험에서 나온 ‘제논’이란 물질이 있습니다. 이 물질이 남한에서도 검출됐고, 이것을 과학기술부에서 10월25일에 공식 확인 발표했습니다. 이 ‘제논’이란 물질은 대기 중에 노출되면, 방사능이 급속히 상실됩니다. 그래서 인체에 위험을 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것이 일반적 개념입니다. 보통 핵실험을 하게 되면 나오는 방사능 물질은 대부분 고체나 액체 상태입니다.
그래서 보통 땅 밖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비활성기체인 ‘제논’은 땅 밖으로 나오는 거죠. 이 ‘제논’이란 물질은 다른 물질하고 화학적 반응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원래 그 모습 그대로 나오는 것인데, 이것이 휴전선 이남에서 검출됐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형태로든 피해가 있을 수 있겠군요?
박석순 교수: 피해는 말입니다, 사실은 지하 핵실험을 하게 되면 크지 않다는 이야기가 일반적이지만요, 북한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지역의 지하수에는 상당한 피해가 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농업에 지하수를 많이 사용합니다. 가뭄이 심하면, 지하수를 더 많이 파가지고 지하수를 사용합니다.
북한도 농업에 지하수를 사용합니다. 이제 가뭄이 심해지고 하면, 지하수를 많이 써서 농사를 짓기 때문에 피해가 많을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북한산 농산물에 아마 이런 방사능 물질 오염이 있지 않나 이런 추정을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핵관련 자료들이 전부 다 비밀에 붙여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들도 거의 추정으로 밖에 할 수 없는 이야기죠.
최근 들어 남북 농업협력에 따른 북한 농산물의 남한 내 대량반입이 늘어가고 있는데요. 걱정이 되는군요.
박석순 교수: 그렇죠. 특히 이게 지하수 오염에 의해서 나오니까 말입니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그런 문제들, 특히 북한산 농산물을 수입했을 때, 우리가 검사를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에서 북한산 농산물은 크진 않은데, 아마 한약재 같은 것 있죠? 그것을 우리가 북한에서 제법 수입합니다. 이게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죠.
벌써 3개월이 다 돼가고 있는데요, 남한 내 환경관련 단체에서는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악영향에 대해 연구조사나 반대의 목소리를 드높이고 있습니까?
박석순 교수: 이게 참 특이하게 아주 조용합니다. 물론 성명서는 하나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발표를 하고는 더 이상 아무런 이야기가 없는데, 실제 우리나라가 80년대 초에 환경단체가 태동을 하면서 주요 활동이 뭔가 하면, 반핵활동이었습니다. 핵발전소 설립도 반대하고, 핵폐기장 건설도 반대하는 등 철저하게 반핵활동을 해왔습니다.
최근 몇 년 전만 해도 전라북도 부안군에 핵폐기장 건설을 국가에서 하려고 했을 때, 환경단체가 개입해서 그 지역에 거의 민란수준의 폭동이 일어나서 결국은 국가가 포기했습니다. 결국은 나라에서 이것을 유치하는 곳에 특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게 돼서 지금은 경상북도 경주에 짓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환경단체가 이렇게 조용하게, 과거에 핵발전을, 핵무기, 핵발전을 철저하게 반대했는데, 지금 이 상황에서는 아주 조용한 이유는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환경단체가 약간 반미와 연관이 되어있습니다.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이 투여된 지 30주년이었던 1975년부터 세계 핵확산 방지를 위해 활약한 비정부단체들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요, 핵관련 문제에 결사반대하던 남한 내 환경단체들의 침묵은 의외군요.
박석순 교수: 그렇죠. 외국 같은데서 민간단체가 핵확산 방지에 상당히 중요한 노력을 했습니다. 그래서 1975년도, 1985년도, 95년도, 2005년도까지 매 10년마다 노벨평화상이 이 핵확산 방지에 노력한 단체라든지 개인에게 돌아갔습니다. 특히 ‘퍼그워시회의’라든지 ‘핵확산방지 국제물리학자 모임’같은 것은 벌써 노벨평화상도 받았죠. ‘그린피스’도 이런 노력에 상당한 노력을 했습니다.
‘퍼그워시’같은 데는 강대국의 핵포기를 촉구한 대표적인 단체입니다. 그 다음에 과학자들이 핵무기 개발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바로 ‘핵확산방지 국제물리학자 모임’인데요, 이곳도 그런 활동을 하고, ‘그린피스’는 핵물질 이동을 방해하고 핵실험을 방해하는 이런 활동들을 펼쳤죠. 우리나라의 환경단체들도 앞으로 한반도 비핵화에 여러 가지 역할을 담당해야 합니다.
남한의 환경단체가 한반도 비핵 활동에 노력을 하면 김대중 전 남한 대통령에 이어 제 2의 노벨평화상도 받을 수 있겠네요?
박석순 교수: 하하하. 그렇죠. 2015년도에는 우리나라 환경단체가 받을 수도 있죠. 저는 한 가지 생각이 우리 정부도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 상당히 미온적입니다. 제가 볼 때는 환경단체나 남한정부가 세계의 관심을 한반도로 끌어들이는 그런 역할들을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
그리고 IAEA같은 국제기구를 서울에 유치하는 것도 하나의 중요한 방법일 것 같습니다. 또 전 세계가 지금은 북한의 핵이 상당히 중요한 사안이니까, 이 IAEA를 서울로 옮기는 것을 추진함으로 인해, 전 세계의 관심을 끌어들이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는 그런 역할을 하지 않나 싶습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이제 이런 데 활동을 좀 해서 이 기관을 끌어오는 데 좀 앞장서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청취자 여러분을 위해 참고로 말씀드리면, IAEA란 우리 말로 번역하자면 국제원자력 기구인데요, 지난 1957년에 유엔에 의해 설립됐습니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그리고 핵비확산체제를 이행하는 국제기구입니다. 그런데 박 교수님, 지난해에는 북한을 직접 방문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전문가가 본 북한의 모습은 어땠습니까?
박석순 교수: 북한의 과학 기술력은 너무 만만하게 볼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제가 몇 가지 보면서 놀랐다면 놀랐는데요, 하나는 모든 단위를 모두 미터법으로 쓰고 있더라고요. 우리는 냉면 1인분, 아파트 몇 평 등 이런 식으로 대략단위로 쓰고 있는데, 옥류관이라는 냉면집에 가서 냉면을 먹을 때도 200그람씩이니, 300그람씩이니 하는 정확한 단위를 쓰고 있다는 게 좀 특징적입디다.
또 대동강하고 양각도 호텔에서 보니까 호텔 바로 옆에 9홀 골프장도 있고, 그 다음에 수중 드라이브 레인지라는 게 있더라고요. 이게 뭐냐면 강에다가 드라이브 레인지를 만들었는데 골프공의 무게를 약간 줄이면 물위에 뜹니다. 이게. 그래서 골프공의 무게를 줄이고 강 위에서 골프를 치면, 골프공이 떨어져서 강물과 함께 흘러가서 끌어들이는 거죠.
그런 수중 드라이브 레인지도 지금 북한에 만들어져 있단 말입니다. 그 다음에 마지막에 보니까, 올 때 내가 선물상에 들렀는데요, 거기서 상당히 놀랐던 게 뭔가 하면 미국 같은 데서 팔고 있는 비아그라를 북한에서 ‘네오 비아그라’라고 따로 만들어서 팔드라구요. 북한산이라면서. 종이에다가 미국에서 만든 비아그라보다 훨씬 성능이 좋다고 선전도 하더라구요. 그런 것들을 보면, 생각이 놀라운 게 그쪽에서 의약품개발도 많이 하고 있다는 거죠. 그래서 북한은 체제가 군사적인 나라지만,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분야는 과학기술도 상당히 뛰어나 있다는 짐작도 좀 했습니다.
워싱턴-장명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