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신의 오늘의 미국] 설레는 미주 실향민들 “올 추석엔 북쪽 가족 만날수 있을까”

매주 한 차례 미국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얘기들을 알기 쉽고 재미있게 전해 드리는 오늘의 미국, 담당에 미국에 사는 한인 언론인이자 ‘미국은 지금’의 저자인 강혜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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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여러분께 미국 소식을 전해 드릴 강혜신입니다. 미국 소식뿐만이 아니라 미국에 이민 와서 사는 한국계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또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전해 드리겠습니다.

저는 1995년에 평양과 원산, 금강산에서 열흘 동안 취재했습니다. 그때는 제가 미국에서 산 지 몇 년이 지났을 때인데 중국에서 북한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부터 평양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호텔로 들어가던 길, 또 바다와 산 모두에서 저는 깜짝깜짝 놀랐습니다. 사람과 자연 때문이었습니다. 분명히 처음 보는 북한 주민들인데 늘 보던 사람들로 느껴졌고, 평양의 어느 길은 남한 여의도의 길과 같아 보였습니다.
나무에서도 꽃에서도 남한, 북한을 떠나서 하나의 한국이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 말도 영어가 아닌 한국말을 쓰니 그렇게 편하고 자연스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방송을 듣고 계실 여러분이 친하게 느껴지고 또 여러분께 제가 지금 사는 미국 소식을 전해 드릴 수 있어 기쁩니다.

북한-현대 합의에 기대감 높아

미국은 땅도 넓고 사람도 많아서 날마다 참 많은 일이 일어납니다. 제가 지금 말씀드리는 로스앤젤레스가 속한 캘리포니아주만 하더라도 남북한 합친 것보다 크고 굉장히 넓은 땅이라서 시간도 로스앤젤레스와 동부에 있는 뉴욕이나 워싱턴 디씨가 세 시간이나 차이가 납니다. 그 넓은 땅에서 2009년 현재 약 3억 7백만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 많은 사람 가운데는 한국,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계 사람들과 영국, 프랑스, 독일을 비롯한 유럽계, 멕시코를 비롯한 남미계, 아프리카에서 온 사람 등 수백 인종이 포함됩니다.

자신이 미국에 이민을 왔거나 부모나 조부모, 증조부모가 이민을 와서 사는 사람들입니다. 말하자면, 미국은 이민자들의 나라입니다.

미국에 이민 온 사람들이나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이나 모두 자신의 피에 흐르는 민족성, 문화를 가진 게 당연합니다. 게다가 북한에 비교하자면 함경북도, 함경남도, 이런 식으로 캘리포니아 주를 포함해 뉴욕주 등 50개 주가 있어서 50개 주마다 각기 다른 법과 문화가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 20여 년을 살고 또 날마다 이렇게 뉴스를 전하는 저도 처음 알게 되는 일들이 자주 일어납니다. 그런 미국의 모습을 앞으로 여러분께 전해 드리겠습니다.

오늘은 먼저 미국 소식을 전해 드리기 전에 미국에 사는 한인사회 소식부터 전해 드립니다. 많은 분께서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남한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북한 날짜로 8월 18일 낮에 서거하고 지금까지 미국에 사는 많은 한인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습니다. 미국에 사는 한인 모두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 철학이나 정책에 100% 박수를 보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상회담을 한 것을 중요한 역사로 생각합니다.

정상회담을 한 결과 남한과 북한의 이산가족들이 서로 만났고 남한 사람들이 정든 고향까지는 가보지 못해도 고향 땅에 가까운 금강산의 흙을 만지고 또 밟을 수가 있었고, 그런 감격은 미국에 사는 한인들도 똑같이 절감했습니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어려웠던 시절 미국에서 몇 년을 지냈고 그 때문에 나라 밖에 사는 한인들과 관련한 정책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랬기에 지금 제가 사는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한 뉴욕이나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많은 지역에서 분향소가 마련돼서 많은 한인이 조문하고 있습니다. 한인뿐만이 아니라 미국의 정치인들도 대사관 등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고 있습니다. 고향이 북한이신 분들은 분향소에서도 북한의 가족과 친척들을 생각하시리라 짐작합니다. 분향소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빈 많은 미국에 사는 한인들이 요즘에 또 설레는 부분이 있습니다.

올 추석 때쯤 해서 이산가족이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바로 그 기댑니다. 얼마 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현정은 현대 회장이 면담하고 난 뒤에 듣게 된 이산가족 상봉 소식에 달력을 보면서 하루에 몇 번씩 날짜를 세어보고 또 세어보고 하는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이곳 미국에도 고향이 북한이신 분들이 아직도 많이 살아계시기 때문에 그런 분들께서는 고향을 잃어 버렸다 해서 자신을 스스로 ‘실향민’이라고 부르시는 어르신들인데 이제 몸이 점점 더 약해지시니까 고향에 대한 마음은 점점 더 절실해 지시는 것, 저도 옆에서 자주 뵙게 됩니다.

또 하나 요즘 미국에 사는 한인들이 가장 관심을 두는 부분은 여러분께서도 많이, 여러분도 많이 알고 계신 내용입니다. 북한에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함께 미국으로 돌아오게 된 한국계와 중국계 미국 기자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하시는 분 계시죠?

이 두 명의 기자는 모두, 제가 지금 여러분께 말씀드리는 로스앤젤레스 지역에 살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계 유나 리 기자는 4살짜리 딸이 있어서 요즈음 딸과 잠시도 떨어지지 않고 행복하게 삽니다. 네 살짜리 딸이 엄마 없이 백 사십 일일을 지내고 엄마를 보고 나서는 엄마를 놓치지 않으려고 방마다 엄마의 발걸음을 쫓아다닙니다. 유나리 기자가 미국에 도착한 그날 공항에서 이 유나리 기자와 네 살짜리 딸이 꼭 껴안는 모습, 그 사진은 아마 올해 미국 뉴스 사진 가운데 으뜸이 될 것 같습니다. 지금 유나리, 중국계 로라링 기자,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흡연 사망, 담배 회사도 책임

네, 이제는 미국에 사는 한인들뿐만이 아니라 미국사람 모두를 포함한 미국 소식 전해 드리겠습니다. 북한에는 줄담배를 피우시는 분이 많은 것 알고 있습니다. 제가 북한에 갔을 때도 줄담배 피우시는 안내원 여러분 많이 봤거든요. 근데, 요즘 미국에서는 약 십 년 전부터 국민이 담배를 조금 덜 피우게 하는 여러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국가 기관에서도 하고, 민간단체에서도 합니다. 국민의 건강도 생각해야 하고 또 담배 때문에 병에 걸린 사람들을 치료하느라 비용이 너무 들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에는 담배를 마약으로까지 규정했겠습니까?

그래서 이제 담배를 마약으로 여기는 사회가 되다 보니까, 담배 때문에 병에 걸려 숨지면 담배회사를 고소하는 일이 참 많이 일어나거든요 이번에도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지금 사는 캘리포니아 주는 미국의 서북부인데, 미국 동남부에 플로리다라는 바다와 접한 주가 있습니다 이 주에 사는 한 남성이 부인이 16살 때부터 하루에 두 갑씩 담배를 피우다가 폐암에 걸려 숨졌는데, 그는 부인의 죽음이 담배회사 책임이다 이렇게 주장을 하면서 그 담배회사를 고소했습니다. 그 결과 법원은 담배회사에 미국 돈으로 ‘190만 달러를 배상하라’ 이런 판결을 내렸습니다.

190만 달러는 이 남편이 요구했던 돈의 3분의 1입니다. 그러니까 법원에서는 담배를 피워서 그녀의 폐가 나빠져서 숨졌으면 삼분의 일은 책임이 담배회사에 있고, 숨진 책임의 3분의 2는 담배를 피운 본인, 이미 사망하신 분이죠, 부인에게 있다고 판결을 한 겁니다. 그런데요, 소송을 한 남성은 92세, 부인이 숨졌을 때가 70대였습니다.

미국에서는 담배회사가 담배가 해롭다는 것을 충분히 얘기하지 않았다는 이런 이유로, 담배를 피워서 몸이 상한 사람들이 개인으로 소송하기도 하고, 여러 명이 한꺼번에 집단 소송을 하기도 합니다.

캘리포니아주도 여러 주 정부와 함께 담배회사를 고소한 일이 있었습니다. 담배 피워서 병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의 치료비를 댔어야 했기 때문이죠. 담배회사들이 그때 아주 많은 돈을 내고 합의를 했고, 그 돈은 각 주 정부의 의료 비용으로 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미국에서는 개인의 권리를 지켜주는 법도 많고, 담배 소송 처럼요. 또 권리를 지키려고 소송을 하는 일도 많습니다. 사실 이런 권리주장, 또 그에 따른 소송이 많아서 어느 나라보다도 이런 소송을 맡는 변호사가 많은 나라가 미국이기도 합니다.

네, 또 다른 소식 전해 드립니다. 나라마다 다르지만, 미국은 9월에 가을이 되면은 새로운 학기가 시작됩니다.

자녀 대학 보낸 부모들 ‘빈둥지’ 현상

여름방학이 몇 개월로 길고 겨울방학이 몇 주일로 짧은 나라가 미국입니다. 특히 이제 가을학기가 시작할 때가 되면은, 많은 학생이 18살이 되면은, 대학교에 가면서 부모 곁을 떠나서 생활하기 시작합니다.

다른 주에 가서 공부한다든지, 아니면 같은 지역이라도 땅이 워낙 넓으니까 학교가 집에서 멀어서 학교 안에 있는 기숙사에서 생활하거나 학교에서 가까운 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지내기도 합니다.

물론, 학생들은 집을 떠나도, 대학교 일 학년이 되면은, 공부할 것도 많고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또 그, 여자 친구도 사귀고 해서 바쁘지만, 부모는 18년 동안 키웠던 자녀가 떠나면서 보고 싶고 허탈하고, 그 마음은 모든, 전 세계 부모님들이 똑같습니다. 그런데 핵가족으로 사는 미국 부모들은 그 정도가 너무나 심해서 상담을 받는 그런 부모들도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남편과 부인 두 사람이, 자녀가 빠진 텅 빈 공간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너무나 어려워하고 있습니다.

많은 부모가 자녀가 떠난 공간, 어떤 경우엔 12주일이나 계속되는 긴 시간을 미국에서는 마치 새가 둥지를 떠났다 해서 ‘빈 둥지’ 현상이다, 이런 표현을 합니다. 그런 어려움을 겪는 부모님들을 도우려고 부부관계에 관해 여러 가지 상담도 해주는 결혼상담가가 무척 바빠지는 때가 9월입니다.

두 사람이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으면서 무슨 말을 해야 할 지부터 난감하다고 말씀하시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또, 그동안 자녀가 맡았던 집안일들, 뭐 예를 들면 청소, 자동차 닦는 일, 이런 일을 남편이 할 것인가, 부인이 할 것인가, 누가 해야 할지도 정해야 하지 아무튼 굉장히 어려움을 많이 겪게 되는데, 요즘에는 많은 전문가 얘기를 들어보면 그렇습니다.

미국이 전처럼 경제가 좋지 않은 것은 여러분도 많이 알고 계실 겁니다. 그래서 이제 ‘빈 둥지’ 상태를 부모가 완전히 이겨도 곤란하다는 얘기들을 합니다.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잡을 때 쫌이 되면 아니면 그전에라도 집에 와서 살 수 있기 때문에 부모가 자녀 없는 생활에 너무나 익숙해지면 나중에 또 난감하다는 이런 미국의 새로운 문화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강혜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