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모성애 앞엔 강제북송도 소용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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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친구들과 함께 맛있는 점심을 먹고 주인공으로 배우 이병헌이 나오는 '그것만이 내 세상'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사실 배우 이병헌의 팬이기에 이 영화를 선택하기도 했거든요. 격투기 선수인 그에게는 장애를 가진 동생과 홀어머니가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아빠와 어머니의 이혼으로 마음고생이 많았고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는 날까지 부모님에 대한 안 좋은 감정으로 가족을 잃고 홀로 살았거든요.

우연히 17년 만에 헤어졌던 어머니를 만났고 단지 숙식을 위해 어머니를 따라간 집에서 장애인 동생을 알게 됩니다. 영화의 첫 시작에는 물음과 질문에 답 대신 그냥 "네.네" 하는 동생의 모습에 많은 관객들의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주인공 조하는 어머니와 동생과의 생활에서 많은 불평불만이 있었지만 시간이 감에 따라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그에게 어머님과 함께 나이 어린 동생과 함께 살면서 가족에 대한 사랑과 소중함을 알아가는 장면이었습니다.

병으로 앓고 있는 어머님에게 왜 자기를 버리고 떠났으며 찾지 않았느냐고 묻는 장면에서 제 눈에서는 눈물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어찌 보면 제 인생을 보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12살 어린 아들을 남편과 함께 고향에 두고 떠나오던 지나간 가슴 아팠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7년 만에 아들을 찾아 이곳 한국으로 왔을 때 처음에는 왜 자기를 버리고 찾지 않았나? 하는 반복 되는 질문에 가슴이 찢어지는듯 했거든요.

여러 번 반복해 물어 오는 아들의 질문에 대해 시간이 갈수록 그냥 스쳐 지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음 아픈 상처이지만 얘기를 해주어야 한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조용한 장소와 시간을 내여 아들을 앉혀놓고 엄마는 절대 너를 버리지 않았다는 말과 함께 두만강을 넘어 중국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되었던 상황과 더불어 두 번의 강제 북송으로 다시는 평양으로 갈 수 없었다는 것과 너를 찾기 위해 많은 어려움과 고생을 했다는 현실을 그대로 얘기했습니다.

두만강 얼음을 건너 몇 년 만에 찾아온 19세 성인이 된 아들에게는 웃음이란 찾아 볼 수 없었고 얼굴에는 말 못할 그늘과 불안이 가득 했고 굳게 닫힌 마음속에는 두만강 얼음보다도 더 꽁꽁 얼어붙은 상처와 병뿐이었습니다. 벙어리처럼 말없는 아들의 치료를 위해 말도 통하지 않은 중국병원을 제일 먼저 찾아만 했습니다.

아들의 모습을 말없이 바라만 보는 엄마인 제 마음은 더 불안하고 아팠거든요. 그런 얘기를 들은 아들이 다음날 손전화기를 구입하고 돌아오는 길거리에서 저와 함께 사진을 찍으며 활짝 웃어 주었습니다. 아들은 웃고 있는데 왠지 제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 나왔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곳 한국에 와서 기쁨의 눈물의 참 맛을 두 번째 알게 되는 순간이었거든요. 첫 번째는 인천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이었고요.

이런 생각을 하며 양 옆을 보니 친구들 역시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화면에서는 비록 장애를 가진 동생이 화려한 무대 위에서 피아노를 치는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주인공이 앓는 어머니가 앉은 휠체어를 밀고 극장 안으로 들어서는 모습이 나왔습니다. 어머니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불가능,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하나의 의견일 뿐이다."라는 말은 주인공의 명언입니다. 불가능이란 있을 수 없으며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저는 현실로 체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이제 금방 고등 중학교를 졸업한 큰 딸의 행방을 찾아 한 번도 생각 해 보지 못한 두만강을 넘으려 할 때도, 이름 석 자만을 가지고 딸을 찾으려 할 때에도 그리고 죽을 만큼 어렵고 힘들었던 2번의 강제 북송에도, 심지어 흑룡강 잡지에 딸애를 찾는 광고를 냈을 때에도 설마 평양에 두고 온 아들을 찾으려 할 때에는 많은 이들이 죽은 아들을 그만 찾으라고 까지 했고 13억의 인구가 살고 있는 그 넓은 중국에서 어떻게 찾을 수 있냐고, 주변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거든요.

비록 영화는 많은 사람들을 웃고 울게 하는 장면들이었지만 그 주인공들처럼 간절한 소망과 희망을 잃지 않고 꾸준한 노력이 있었기에 소중한 내 가족 우리 아이들을 찾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에도 비교할 수 없는 강한 엄마의 힘과 끊을 수 없는 엄마의 모성애가 강철처럼 강했기에 저는 이곳 한국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것을 '그것만이 내 세상이다'라는 영화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생각 해 보았습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