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질방과 부황치료에 얽힌 추억

사진은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한 찜질방.
사진은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한 찜질방.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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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가족들과 함께 찜질방을 찾았습니다. 가운(찜질복)을 입은 가족들과 함께 고열의 뜨거운 찜질방에 들어가 시원하게 땀을 내고, 미리 준비해 가지고 간 과일과 음료수를 먹으며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는데 이 할미를 애타게 부르는 손자녀석들의 목소리에 무슨 큰일이 벌어 졌는가, 하는 놀란 심정으로 달려갔습니다. 몸을 식히는 방인 냉방에 들어가 보니 이제 6살 된 제일 작은 손녀가 다름 아닌 냉동철관에 낀 흰 성에를 눈으로 착각하고 입에 넣으려고 하네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손녀의 손을 탁 쳤습니다. 눈이 아니라 암모니아가 들어 있는 성에 이고 건강에 안 좋은 것이라 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는 제일 큰 손녀 딸애가 먹는 것이 아니라고 다시 한 번 동생들에게 제법 어른스럽게 꾸지람 하는 모습이 대견스럽기만 하네요.

때밀이를 하고 나온 딸들과 사위에게는 서비스로 스포츠 마사지를 하게 했습니다. 그동안 아이들을 키우느라 언제 한번 마사지를 해본 경험이 없다고들 하기에 엄마인 제가 큰마음을 먹고 한턱을 쏘게 됐네요. 작은 사위는 비록 이곳에서 태어났지만 마사지를 받아 본 경험이 없다고 하면서 몇 년 동안 쌓였던 피로와 스트레스가 확 날아갔다고 하면서 장모님 덕분에 새로운 경험을 해 본다고 고맙고 감사하다고 몇 번이나 얘기 합니다.

저는 등에 부황을 부쳤습니다. 부황단지의 전부 무게는 10kg은 된다고 하네요. 부황단지를 부칠 때 처음에는 피부를 끌어당기는 힘 때문에 아픔을 느끼게 되지만 조금 지나면 인차 시원하거든요. 부황단지에 불을 부치려는 순간, 할머니 등에 불을 붙이지 말라고 어린 손녀애가 마사지사에게서 부황단지를 빼앗으려해 순간 당황했습니다. 예기치 않은 돌발상황으로 웃음꽃이 피기도 했습니다. 큰 딸의 등과 가슴에는 부황단지로 인한 불에 덴 자국이 있거든요. 이를 본 손녀애가 할머니의 등에도 불에 덴 자국이 생길까봐 부황 붙이는 일을 말린 것입니다.

사실 북한에서는 우리 엄마들이 아이 셋을 키우면 반의사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심한 감기로 인해 생각지 않았던 폐렴과 기관지염으로 합병이 되거든요. 8시간 간격으로 주사를 맞히기 위해 병원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캄캄한 밤에 자다 말고 아이를 등에 업고 병원을 찾아야 했고 또 새벽 5시에 주사 시간을 맞추어 병원을 찾는 것이 엄마들에게는 큰 부담이거든요.

아기 등에 귀를 대고 조용히 들어보면 가랑가랑 하는 가래 끓는 소리가 들리거든요. 그러면 그 자리에 단지 안에 이불솜을 뜯어 침으로 붙게 하고는 성냥불로 붙여 부황을 하루 세 번 또는 다섯 번까지 자체로 민간 치료를 했습니다. 연속 일주일만 이런 치료를 하면 완치가 되거든요. 하기에 아이들은 부황단지만 보아도 두려움을 호소하며 울었습니다.

때로는 무섭고 아프다고 날 살려라 달아나는 아이를 잡아 부황단지를 붙여주다 보니 가슴과 등에 불에 데여 물집이 생겼던 것이 성인이 된 우리아이들에게 상처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독감에 걸린 이제 겨우 3살 된 큰 딸애가 입원 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시간간격으로 며칠 동안 주사와 링거를 맞아도 병의 차도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퇴근길에 병원을 찾은 남편에게 부탁해 부황단지를 가져 왔습니다. 간호사에게 약솜을 얻어 링거를 꽂은 아이에게 부황을 부쳤거든요. 그때 담당 의사 선생님이 달려와 병원에서는 그러면 당장 강제 퇴원이라고 호된 꾸지람을 했습니다. 그 때 가슴에 난 상처 허물이거든요.

의사 자격도, 한의 자격도, 아무런 자격증도 없는 제가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들이 있는 병원에서 감히 이런 짓을 하니 당연한 꾸지람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은 쑥스럽지만 그 습관이 있어 이곳 한국에서도 손자들이 감기나 비염에 걸리면 무조건 부황 붙여 주면 금방 낳는다는 말을 나 자신도 모르게 하곤 합니다.

이곳 남한의 현대 의학을 잘 알고 있는 딸들로부터 엄마 혼자만의 뒤떨어진 후진국의 치료법이라고 많은 꾸지람을 받고 있습니다만 서른이 넘은 아들은 지금도 이 엄마에게 등과 어깨에 부황을 붙여 달라고 합니다. 천식으로 앓고 있었던 70이 된 친정아버지에게도 부황치료를 많이 해 주었고 감기로 기침을 많이 하는 어머니에게도 부황치료를 자주 해 드렸거든요.

지금도 저는 부황치료는 좋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 주일에 한 번씩은 꼭 찜질방을 찾아 부황치료를 하곤 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찜질방에서 즐거움과 함께 지나간 추억을 해 보았습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