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정상을 다녀왔습니다. 한라산은 해발 1,950m이고 면적은 1,820km입방의 휴화산입니다. 제주도 대부분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하는 한라산은 백두산 금강산과 함께 3대 명산으로 꼽힌다고 합니다. 여러 번 제주도를 다녀오면서 성산과 송악산에도 그리고 올레길도 걸어 보았고 제주도 360도를 다녀보았지만 시간 관계로 한라산에는 가보지 못했거든요.
하여 언제 한번 시간을 만들어 한라산 정상에 있는 백록담에 올라 가보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이번 제주도 여행계획에 한라산 정상에 있는 백록담에 올라가는 것을 기본 목표로 정했습니다. 호텔에서 아침 6시에 일어나 등산복 차림으로 호텔 식당으로 갔습니다.
그야말로 호텔에서의 첫 식사이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뷔페로 갔지만 저는 한식점으로 갔습니다. 감탄이 저절로 나왔지만 한라산 정상에 오르려면 시간이 제정되어 있다는 얘기가 생각나 조금 서둘러 식사를 마쳤습니다. 한라산 정상으로 가는 코스는 모두 5곳이라 하지만 제일 쉬운 코스를 골라 약 한 시간 정도 달려 한라산으로 오르는 입구인 성판악에 도착했습니다. 성판악에서 백록담까지의 거리는 9.6km이고 시간은 4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고 하는데 12시 30분까지 진달래밭대피소를 통과해야 백록담에 오를 수 있다고 합니다.
한라산의 사슴 두 마리가 반겨 주기도 합니다. 그냥 스쳐 보낼 수가 없어 찰칵 사진을 남겼습니다. 햇빛을 받으면 광택이 나는 넓고 두꺼운 가죽 같은 잎을 가지고 겨울 눈 속에서도 푸르름을 자랑하는 굴거리나무와 서어나무, 때죽나무, 졸참나무 등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신기한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 있었습니다. 식물의 종류는 1,800가지가 된다고 하네요.
올라가다 보니 흰 눈이 쌓여 있었고 길은 미끄러워 걸을 수가 없네요. 잠시 쉬면서 준비해 가지고 간 아이젠을 신발에 끼웠습니다. 미끄러움이 한결 덜했고 넘어지는 일도 없었습니다. 해발 1,000m를 올라갔는데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겨울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의 경관이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나뭇가지 마다 흰 눈 꽃이 활짝 피어 있었는데 그 기묘함은 말과 행동으로 표현 할 수 없는 절경 중의 절경이었습니다. 늦은 가을 단풍잎이 낙엽이 되어 떨어지듯이 추웠던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는 흰 눈 꽃 낙엽이 바람소리와 함께 머리 위에 떨어지는 모습이 너무도 황홀하여 아픔도 잊게 해 주네요.
시간이 지날수록 다리의 아픔도 슬슬 오고 미끄러져 넘어지고 주저앉기도 했지만 마음은 마냥 즐겁고 행복하고 뿌듯하고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르면서도 촬영하는 것은 잊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해발 1,700m 높이인 진달래밭대피소에 도착했습니다. 진달래꽃은 아직 눈 속에 파 묻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말이 대피소이지 휴게소이거든요. 사람들이 쉬면서 라면도 먹을 수 있게 매점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 중에는 중국에서 온 남녀 커플도 있었고 어린 초등학생과 중학생도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서울과 경기도 사람들도 많았던듯 합니다. 한 아줌마가 다가와 어디서 오셨는가고 말을 걸었습니다. 파주에서 왔다고 주저없이 답을 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 아줌마는 양주에서 오셨다고 하는데 그 부부와 우리 부부가 제일 나이가 많았습니다.
아쉽게도 우리가 늦은 탓에 매점도 문을 닫았고 백록담에도 갈 수가 없게 됐습니다. 중간중간 너무도 많은 시간을 낭비한 탓으로 너무도 아쉬웠습니다. 서운함과 아쉬움을 뒤로 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하산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내려오는데 갑자기 어디선지 안개가 뽀얗게 끼면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은근슬쩍 겁이 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안개도 잠시 잠깐 햇빛으로 환해졌습니다. 백두산 기온이 개벽 한다더니 이곳 한라산 기온도 시간 따라 변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하산하여 한 시간 정도를 달려 늦은 점심 겸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음식점을 찾았습니다. 직접 낚시를 한 제주도 은갈치조림을 먹었습니다. 제주 하면 하얀 은처럼 빛나는 은갈치조림을 꼭 먹어야 하죠. 서울에서 김춘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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