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적된 마일리지로 가는 가족 제주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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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저는 비행기표를 구입하면서 마일리지가 많이 쌓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깜짝 놀랐습니다. 김포공항 안내원 아가씨는 저에게 친절한 모습으로 마일리지가 많이 쌓여 있다며 마일리지카드를 새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호기심이 많은 저는 안내원에게 그 마일리지가 어떤 것에 사용할 수 있는 가고 물었습니다.

나 홀로 제주도에 두세 번은 다녀 올 수 있다고 하네요. 참 신기했습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이곳 남한에서는 같은 주유소를 사용하거나 마트나 백화점들에서 물건을 구입하면 쌓이는 포인트를 현금으로 사용할 수 있거든요. 뿐만 아니라 요즘에는 더러 음식점에서도 포인트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긴 하지만, 공항에서 까지 마일리지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저 자신도 몰랐습니다. 놀랐고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는데 강산도 한번쯤은 변할 듯 한 지나간 10여 년 전, 저는 미국을 3번 다녀왔고 일본을 다녀 온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인천공항에서 대한항공사 마일리지카드를 받은 적이 있었던 것이 기억났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은 수줍은 일이지만 아무것도 몰랐던 저는 그 카드를 가위로 베어버렸을 뿐 가마득히 잊고 있었거든요.

너무도 반갑고 기쁜 마음으로 큰딸에게 제주도를 공짜로 몇 번 갔다 올 수 있다고 자랑을 했습니다. 서슴없이 큰딸은 7월말 여름휴가 겸 엄마 생일 겸 제주도를 가자고 하네요. 선뜻 답변과 함께 안내원이 친절하게 설명해준대로 가족 관계증명서를 떼 가지고 다시 공항으로 갔습니다. 아쉽게도 7월과 8월은 성수기라 이미 마일리지를 사용해 갈 수 있는 비행기표는 예약이 꽉 차 있다고 했고 다행히 가정의 달인 5월이 가능해 그때로 예약을 했습니다.

큰딸과 손자가 대한항공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회원가입 하는 절차는 조금 어려워, 아들 며느리의 도움은 받았지만 예약을 잘 마쳤습니다. 나도 물론 기쁘지만 이 할미와 함께 제주도에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하는 것이 너무도 좋아 손자는 매일 달력을 들여다보며 연필로 표시를 해가며 비행기 탈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제도 엄마가 제주도 코업시티호텔을 예약했다며 환한 모습으로 전화를 해왔네요.

손자는 3살 때 아빠, 엄마와 함께 제주도에 가서 바다 속 수족관을 다녀 온 기억이 있다면서 다시 한 번 가보는 것이 소원이고 또 비행기에서 마시는 음료수도 기대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제주도 바닷가에서 모래집 만들어 놓고 뛰어 놀고 싶기도 하고 말도 타고 맛있는 것도 먹겠다고 하네요.

저는 이번 마일리지로 제주도 비행기표를 구입하면서 이곳 남한이 정말 천국 같은 세상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알게 됐습니다. 비행기를 한번 타 보는 것이 희망이고 꿈이었던 어린 시절,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며 너무도 높은 거리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전투기를 보면서 여성비행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건만 꿈도 희망도 피어 볼 수가 없었거든요.

성인이 되어서도 순안공항비행장에서 날아오르는 비행기를 자주 보면서도 한 번쯤은 타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건만 그 곳에서는 이룰 수 없었던 꿈을 이곳 남한으로 오는 과정 중에 캄보디아에서 이곳 인천공항까지 비행기를 타면서 ‘드디어 꿈을 이루었구나’ 하는 소원도 잠깐, 갑자기 흔들리는 비행기 안에서 조금은 두려웠습니다.

잠시 바닷바람으로 인해 비행기가 조금 흔들리고 있으나 괜찮으니 안전하다는 비행사의 방송 소리에 안정이 되었지요. 그 이후 이곳 한국에 와서 탈북 여성인권 문제와 관련해 미국 국회 초청으로 미국을 2번 다녀왔었고 또 방송국의 초청으로 미국과 워싱턴을 다녀왔습니다. 내 고향에서는 꿈도 꿀 수 없고 생각도 상상도 할 수 없는 비행기를 여러 번 타고 미국과 일본을 다녀왔습니다.

국내에서도 비행기를 타고 포항도 다녀 온 적이 있었습니다만 비행기도 기차 타듯이 쉽게 편안하고 자유롭게 타고 다닐 수 있는 이곳 남한, 자유민주주의 나라가 얼마나 좋은 가를 실제 몸으로 체험하고 있는 우리 탈북자들의 입에서는 천국 같은 세상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거든요.

이렇게 나도 모르게 쌓여 있는 마일리지를 이용해 비행기표를 구입해 제주도를 갈 수 있다는 것은 아마 북한 주민들은 무슨 말인지도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나도 그랬거든요. 한 번도 미국이나 다른 나라는 가 본적이 없는 우리 자녀들은 물론 손자도 함께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자체도 말입니다.

열차도 자유스럽게 타고 다닐 수 없는 북한 주민들, 아니 출퇴근길 버스도 편안하게 탈수 없는 내 고향 평양시 주민들을 생각 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