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광복절 행사에 참여

새조위(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가 지난 2013년  서울 중구 청소년수련관에서 개최한 68주년 광복절 기념 남북화합의 장.
새조위(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가 지난 2013년 서울 중구 청소년수련관에서 개최한 68주년 광복절 기념 남북화합의 장.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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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5일은 광복절 73주년이자 대한민국 건국 70주년이었습니다. 이날 서울 날씨는 최고 기온 38도까지 치솟는 폭염을 기록했지만, 우리 탈북자들이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죠. 남북통일운동단체 ‘새조위’가 주최로 하는 ‘통일열차 51번째 이야기, 8·15 남북화합의 장’이라는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한 마음 한 뜻으로 통일한국을 기원하면서 유쾌하게 통일맞이 행사를 신나게 진행하는 자리입니다. 맛있는 음식도 먹고 게임도 하고 말이죠. 서울과 경기도를 비롯해 울산, 부산, 대구, 대전, 강원도와 충청도 등등 남한 곳곳에서 탈북자들 1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모인 사람들 가운데는 남한에 온지 2개월 된 친구도 있었고 저처럼 10여년이 지난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이날만은 이곳 남한에 온 년도와 ‘하나원’ 기수 선후배 차이 또 나이 차이도 별로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하루빨리 통일이 이뤄지길 열렬히 소망하는 친구들이었죠. 또 북한 사람들만 모인 자리는 아닙니다. 남한의 교수, 박사 등 통일을 소망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남과 북 화합의 장이라고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서울 중구 청소년수련관에 11시에 모여 누군가가 밤새 만든, 고향 장마당에서 먹던 두부 밥과 고사리와 김치 그리고 오이냉국과 떡을 먹으며 고향에 대한 향수와 더불어 오랜 시간 함께 활동을 했던 친구들과 수다도 떨었습니다.

지나간 세월 회포도 풀면서 고향 음식도 함께 나누어 먹으니 정말 즐거웠습니다. 맛있는 고향 음식을 마음껏 먹고 3층 강당으로 올라가 1시부터 재미있는 퀴즈 맞추기로 시작해 몸 풀기로 음악에 맞추어 댄스도 추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그날만은 고향에 두고 온 무거운 짐들을 내려놓고 신나게 오랜만에 허리가 끊어지도록 웃고 떠들었습니다.

즐거움을 만끽하는 친구들의 밝은 모습을 보다가도 순간 이 무더위 속에서도 가족의 생계를 위해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까맣게 탄 모습으로 장마당에 앉아 있을, 고향에 있는 그들의 가족들과 내 가족을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했던 순서는 장기자랑이었습니다. 이제 겨우 이곳에 온지 2개월이 된 친구가 가수 박상철의 노래 ‘무조건’을 불렀는데요. 비록 음도 조금 틀렸고 가사도 조금 틀렸지만 많은 사람들을 웃기기도 했습니다. 고향이 청진인 친구가 노래를 불렀는데 청진 역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했는데 만나지 못했다는 내용의 노래였습니다. 그야말로 무대 연극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넓은 강당 바닥이 좁다 할 정도로 뒹굴며 웃었고 어떤 친구들은 허리를 부여 잡고 웃었습니다. 웃음은 건강에도 좋다고 하는데 저는 너무 많이 웃어 한 100년은 살 것 같네요.

다음으로 한 팀에서 20명씩 나와 손에 쥔 것을 가지고 이어서 길게 줄을 만들기를 했습니다. 우선 줄을 더 길게 만드는 팀이 이기는 경기이거든요. 처음에는 그냥 목에 걸었던 손수건을 빼어 잇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어느덧 경기가 치열해 지자 안경을 벗어 줄을 연결하는 사람도 있었고 신발과 허리띠 심지어는 웃통을 벗어 줄을 연결하네요. 다음으로 각 팀장들이 나와 치약통을 가지고 높이 쌓기를 했습니다.

행사 첫 시작에 사회자는 남한과 북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 알아 가는 시간으로 그냥 마음껏 웃고 떠들고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지자고 했거든요. 생각보다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비록 문화가 다른 체제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모여 어색함이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또 많은 선물도 받아 안고 집으로 오는 내내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유가 없는 고향, 북한에서는 성분으로 인해 희망이 뭔지 꿈이 뭔지도 잘 모르고 살아온 그들, 이곳 남한에 와서 인간의 새 삶을 알게 되었고 그 삶과 희망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는 탈북자들의 열정적인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노력하면 하는 것만큼 내 것이 되는 자유민주주의를 실제 삶과 몸으로 체험하고 있네요.

한반도에 평화가 오고 북한이 개혁 개방이 되면 통일의 선봉대로서 각자 고향에 가서 국회의원이 되고 장관이 되고 또는 도지사가 되어야 할 분들이라고 믿고 싶네요. 통일로 인해 남과 북 칠천만이 함께 하는 환희의 그날은 얼마 머지않아 펼쳐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 봅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