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민 영화감독) ‘기생충’에서 표현하는 한국의 가난한 사람과 북한의 빈민층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는데요. ‘기생충’의 하층민들은 ‘희망을 버린’ 사람들이잖아요. 뭘 해보다가 안되니까 포기하는 그런 사람들이잖아요, 하지만 북한은 일을 하고 싶어도 기회가 아예 없어서 못하거든요.
(전효진. 한동대 학생) 사회 심리와 사람 심리를 영화로 구현해 낸다는 그 소름 끼치는 자유, 불편함을 표현해 내는 것이 최고의 자유잖아요. (북한 주민이 이 영화를 본다면) 그런 것에서 소름 돋을 것 같긴 해요.
(채경주, 헐리우드 배우) ‘기생충’은 정말 영화사에 큰 획을 그었어요.
(진행자) ‘통일의 주축, 장마당세대’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9일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 LA시에서는 지구촌 최대 영화제인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진행자)한국 영화 ‘기생충’이 영화제 최고상인 작품상과 국제영화상, 감독상, 각본상을 받으면서 이날 행사의 주인공이 되었고 세계적인 화제가 됐습니다. ‘장마당세대’와 함께 아카데미 최고상을 받은 한국영화 ‘기생충’을 살펴봅니다.
(진행자) 미국 영화 산업의 중심지인 할리우드의 한국계 배우인 에스터 채 또는 한국명 채경주 씨는 미국 영화 최고 권위인 아카데미 시상식에 한국영화가 주인공이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고 말했습니다.
(채경주): 사실은 ‘기생충’이라는 영화는 예술성과 흥행성에서 당연히 최고상을 받아야 하는 수준이어서 상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문제는 외국인과 외국언어에 대한 진입벽이 두터웠던 미국 아카데미 회원들이 그 가치를 인정해 줄 것인가를 걱정했는데 상을 받더라구요. 영화 ‘기생충’은 정말 (세계) 영화사에 큰 획을 그었어요,
(진행자) 할리우드의 한국계 배우라서 시상식 후에 축하인사 많이 받았을 것 같아요.
(채경주) 나는 그 영화에 직접 관련되지 않았는데도, 제가 (한국계라서) 어떻게 든 ‘기생충’과 연결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축하한다는 인사를 많이 받았습니다. 영화예술계에 있는 (한국계) 사람들은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아니까 서로들 기뻐하며 소식을 나눴고, 인터넷 사회연결망(SNS)에서도 ‘기생충’ 이야기로 며칠동안 들썩들썩 했어요.
(진행자) 세계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이 영화에 환호하고 인정하는 것은 언어와 배경을 넘은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일 텐데요, 한국과는 문화도 다르고 환경도 어색한 북한 주민이 이 영화를 본다면 어떤 반응을 할까요?
(채경주) 북한에 계신 분들이 ‘기생충’을 본다면 ‘남한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는구나’라면서 한국에 정착한 사람들의 생활을 상상할 것 같아요. (기생충) 영화에 등장하는 가족 이야기는 빈손으로 와서 어렵게 한국 생활을 시작해야하는 북한 출신분들의 상황도 담겨 있지 않을까요?
(진행자) 한국에 정착한 장마당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 지 들어봤습니다.
(진행자) 20대 후반으로 한국 온 지 6년된 방송인 김가영 씨는 영화 ‘기생충’을 두 번이나 봤다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한 영화라고 말했습니다.
(김가영) 처음에는 ‘뭐지?’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한번 더 그 영화를 봤거든요. 그때 든 생각은 처음에 제가 (한국으로) 나왔을 때 생각이 들었어요. 북한에서는 토대나 기반이 있었지만 한국에 와서는 저희가 아무 것도 없이 빈손으로 시작했어야 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영화 속) 그 사람들과 저희들이 삶의 형태는 다르지만 비슷한 면이 많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지금 많이 안정된 편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아직까지 안정이 안되고 여전히 어렵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어찌보면 우리도 포함되어 있는 삶을 영화에서 그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참 좋았어요.
(진행자) 최근에는 북한 사람들도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본다고 하니까, ‘기생충’도 북한으로 들어가겠죠?
(김가영) 네, 하지만 북한사람들은 안 믿을 것 같아요. 왜냐면 북한 사람들이 지금까지 봤던 한국영화와 한국 드라마는 뭔가 화려하고… 제가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를 봤을 때 ‘와 한국은 어쩌면 그렇게 옥탑방도 깨끗하고 좋아 보이냐, 우리는 나름대로 북한에서 잘 산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북한의 우리집보다 훨씬 더 깨끗하고 좋아 보이는구나. 옥상에 있는 작은 방인 옥탑방에서도 물이 나오네’ 이렇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기생충’에서 나오는 반지하는 그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북한 사람들이 영화를 보면, 이건 꾸민 것이거나 한국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뭔가 다르게 생각할 것 같아요.
(진행자) 19살까지 북한에서 살다 한국에 정착한 20대 중반 여대생인 전효진 학생은 북한 주민들이 이 영화를 통해 한국의 밝은 면 외의 다른 면도 보면서 한국을 더 배우는 계기가 될 거라고 말했습니다.
(전효진) 제가 북한에 있었던 때만해도 ‘한국은 누워서 돈이 떨어지는 천국’ 같은 곳으로 생각했어요. 북한 주민이 이 영화를 본다면 천국이라고 하던 한국에서도 누군가는 잘살고 또 다른 쪽에서는 삶이 박한 사람들이 공존한다는 것을 알 수 있겠지만, 한국에 대해서 많이 배우지 않을까요? 사회의 치부와 관련된 사회 심리와 사람 심리를 영화로 구현해 낸다는 그 소름 끼치는 자유, 어찌되었건 그것이 최대의 자유잖아요.
(진행자) 한국에 정착한 영화감독 1호 황해북도 봉산 출신 김규민 감독에게 연락했습니다.
(진행자) 감독님도 장마당세대라고 할 수 있잖아요, (김규민) 네 그렇죠.
(진행자) 감독님이 북한에서 영화를 찍는다고 상상했을 때 ‘기생충’ 같은 계급과 빈부격차 문제를 주제로 한다면 어떻게 표현하실 건가요?
(김규민) ‘북한에서 빈부격차를 영화로 표현한다’고 하면 ‘기생충’ 같이 할 수는 없습니다. ‘기생충’은 가난한 자와 부자라는 대치와 갈등을 보여주는 건데 북한의 빈부격차를 보여준다면 개인 이기주의만을 생각하는 잘사는 자와 오직 당과 수령을 위해서 충성 다해서 자기 자신과 자기 가족을 돌보지 않는 가난한 자를 보여주고, 결과적으로는 김일성과 당에 의해서 그걸 보상받는다는 식으로 영화가 끝나겠죠.
(김규민) 지금 현재 북한 상황에서 ‘기생충’과 비슷한 빈부격차를 주제로 하는 영화를 찍는다면 그렇게 만들 수 밖에 없는거예요. 북한의 영화는 김 부자 가족 개인 우상을 위해서 존재하잖아요.
(진행자) 세대와 지역의 인식 차이를 넘어서 한반도 미래의 길을 찾는 나침반이 되려는 ‘통일의 주축 장마당세대’ 제 3화를 마칩니다. 세계 최고 권위의 아카데미 영화상을 받은 한국 영화를 본 장마당세대의 이야기는 다음 주에 계속 이어집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청취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