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국제방송센터에서 체험한 ‘북한없는 올림픽’ 이야기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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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전세계 청춘의 북한과 관련한 생각과 이야기를 전해 드리는 '장마당세대' 84화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코로나 19라는 전염병의 기세가 여전한데요. 2020년 1월에 국경 문을 닫은 북한은 1년 8개월째 은둔과 고립의 길을 선택하며 코로나 19위협을 버텨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급기야 코로나 19로 1년 연기된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에서도 북한 선수들 모습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올림픽을 경험한 일본에 사는 한인 장마당세대들을 통해서 '북한이 빠진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축제, 올림픽'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최은영/도쿄 올림픽 방송코디) 안녕하세요. 일본 도쿄에 살고 있는 최은영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올림픽을 취재하러 오신 분들을 위해 경기장 안팎에서 통역과 안내 등의 현지 코디 역할을 했습니다.

(진행자) 지난 7월에 열린 일본 도쿄 하계 올림픽에 북한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원국 중 유일하게 불참을 선택했고 IOC는 내년 말까지 북한에 올림픽 출전 정지의 징계를 결정했습니다. 북한에게 지난 여름의 도쿄 올림픽은 가고 싶지 않아서 빠진 행사라고 한다면 내년 2월의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가고 싶어도 갈 길이 막혀서 이웃국에서 열리는 큰 잔치를 담너머에서 바라만 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최은영 씨는 방송국의 생생한 경기 중계를 지원하신 분이라 지난 여름 내내 올림픽 경기를 가장 가까이에서 봤고 참가국들의 많은 선수들을 직접 보셨잖아요. 하지만 북한 선수들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으시겠어요.

(최은영/도쿄 올림픽 방송코디) 네, 굉장히 아쉬웠습니다. 제가 사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봤던 북한 여성 응원단의 모습을 많이 보고싶어 했거든요. 도쿄 올림픽에 북한 선수들이 출전하고 그들을 응원하기 위해서 북한 응원단도 함께 일본을 방문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물론 이번 도쿄 올림픽은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경기장에 일반인들이 들어가지 못하는 '무관중' 원칙으로 경기가 진행됐기 때문에 북한이 출전했더라도 북한 여성 응원단이 경기장에서 힘차게 응원하는 모습을 볼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 선수들만이라도 일본에 와서 그동안 열심히 땀흘리며 준비했던 기량을 선보였다면 저도 북한 선수들을 북한 여성 응원단 못지않게 열정적으로 응원했을 것 같습니다.

(진행자) 도쿄에는 북한과 가까운 한국계 단체인 조총련도 있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조선 학교도 있어서 그런 곳들과 관련된 분과도 많이 아실 것 같은데, 혹시 북한이 올림픽 불참을 선언하기 전에 "북한 선수단을 환영하거나 응원할 준비를 하고 있다"라는 분들이 있었나요?

(최은영/도쿄 올림픽 방송코디) 조총련과 가까운 한글 교육기관인 조선 학교가 도쿄에도 여러 곳 있습니다. 저도 조선학교에서 종이접기 수업으로 봉사를 했던 경험도 있어서 조선학교의 교사나 학생들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저는 일본 도쿄에 있는 한국정부의 지원을 받는 '동경한국학교'를 방문해서 학생들과 행사를 해본 적이 있는데요. 일본에는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한국학교가 4곳인 반면, 조총련의 영향을 받는 조선학교는 68곳으로 한국학교보다 17배나 많다면서요? 학생수는 6천여명으로 추정된다고 들었습니다.

(최은영/도쿄 올림픽 방송코디) 네 맞습니다. 그래서 한국국적을 가진 학생도 이념에 상관없이 가까운 조선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일이고 저 또한 그런 면에서 조선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종이접기 수업을 했습니다. 조선학교 학생들 중 고등학생들은 3학년 수학여행을 북한으로 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북한 선수들이 도쿄 올림픽에 오면 응원하거나 경기장에 가서 선수들을 직접 보고싶다고 말하는 것을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올림픽 불참을 선언했고, 저도 올림픽 끝나고 난 다음에 조선학교의 교사나 학생들과 연락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다음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는데요, 굉장히 아쉬워 했을 것 같아요. 북한이 불참한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그래도 올림픽인데 참가하면 좋겠다"는 말도 들었거든요.

(진행자) 북한은 올림픽에 선수단을 보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도쿄 올림픽 소식도 북한 주민에게 많이 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올림픽을 직접 체험하신 분이 현지에서 직접 전해 주는 소식을 반갑게 들으실 것 같아요. 주최국인 일본 사람들이 가장 주목했던 올림픽 종목은 무엇이었습니까?

(최은영/도쿄 올림픽 방송코디) 방송에도 가장 많이 중계된 종목 중 하나가 수영이었습니다. 그리고 주최국이 선택을 할 수 있는 종목이 있는데, 일본 무술인 가라테가 올림픽 종목으로 진행됐습니다. 가라테의 품세 종목이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선보였고 아마도 마지막으로 올림픽 무대에 선 보일 것이다라고 해서 일본인들이 주목했었던 것 같구요. 또다른 일본 스포츠인 유도도 인기였습니다. 오빠와 여동생이 출전하고 자매가 각각 금메달을 따기도 해서 유도 종목이 연일 언론에 크게 보도됐고 일본인들도 관심을 집중했었습니다.

(진행자) 올림픽은 7월 초부터 말까지 진행됐지만 최은영 씨는 그 보다 한 달 전인 6월초부터 올림픽을 직접 체험하셨는데, 현장에서 여러가지 활동하시면서 본 장면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무엇이었습니까?

(최은영/도쿄 올림픽 방송코디) 저는 세계 최강인 한국 양궁 대표선수 중 막내인 김제덕 선수가 기억납니다. . 17 살 예 김재네네 결국은 김 됐다. 김 선수의 화이팅 넘치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관중이 없는 큰 경기장에서 "화이팅"을 외치면서 경기를 했는데, 선수단 뿐만 아니라 그 경기를 관람하는 많은 사람에게 힘을 주는 장면이었습니다. 힘내자는 "화이팅" 소리 한마디 한마디가, 어떻게 보면 소름이 돋을 정도로 박력도 넘쳤고, 본인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한테 힘을 주려고 하는 그런 느낌이 저에게 전해졌거든요. 커다란 경기장의 텅빈 관중석에서 열린 올림픽 결승전. 그 속의 어린 한국대표선수가 외친 응원의 목소리가 제일 인상에 남은 장면이었습니다.

(진행자) 그럼 그 반대로 가장 어렵고 힘들었을 땐 언제였습니까?

(최은영/도쿄 올림픽 방송코디) 후쿠시마 경기장에 가야 될 일이 있었어요. 제가 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인데 담당했던 20대의 남자 코디가 원자력 사고가 난 지역이라 그런지 후쿠시마는 가지 않겠다고 하는거예요. 그래서 제가 후쿠시마 경기장까지 새벽 4시에 출발해가지고 당일치기로 다녀왔는데 거의 한 300 킬로미터 되는 거리거든요. 왕복으로 600 킬로미터 되는 길이에요. 그렇게 하루만에 후쿠시마 경기장까지 갔다온 것이 제일 힘들었구요. 올림픽 경기 내내 일본이 굉장히 더워서 그게 조금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주차장에서 조금만 걸어 가더라도 막 땀이 많이 나고 했었으니까요? 그 외에는 즐겁게 일을 했습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방송국의 통역과 코디로 활동한 최은영 씨를 통해서 도쿄올림픽 소식을 알아봤습니다

(진행자) 세대와 지역의 인식 차이를 넘어서 한반도 미래의 길을 찾는 나침반이 되려는 '통일의 주축 장마당세대' 지금까지 진행에 김진국이었습니다. 청취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기자 김진국,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