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당세대의 ‘올림픽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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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통일의 주축, 장마당세대' 77화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진행자) 지난 8월 8일 '2020 도쿄 하계올림픽'이 폐막됐습니다. 장마당 세대는 도쿄 올림픽을 어떻게 봤고 북한에 있을 때 올림픽에 대한 기억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북한이 불참한 북한의 올림픽 이야기' 가 오늘의 주제입니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장마당세대를 초청했는데요, 인사해 주실까요?

(김지원 단장) 새한번도 야구협회 이사 김지원입니다. 사상 첫 북한 출신 청소년 야구단이던 어울림야구단의 단장을 했습니다.

(박 단장) 새한반도 야구단 단장인 박00입니다.

(진행자) 박 단장이 본명을 방송에서 밝히기 어렵다고 했기 때문에 두 분을 김 단장, 박 단장으로 부르겠습니다. 첫 질문 바로 드릴께요. 여러분들이 북한에 있었을 때 직접 경험했던 올림픽에 대한 기억을 나누어 주실까요? 먼저 김 단장님?

(김 단장) 제가 북한에 있었을 때 기억나는 올림픽은 2008년 중국 베이징 올림픽입니다. 하지만 올림픽이라는 선전을 많이 하지는 않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생방송은 없었고 북한 선수들이 순위권에 들거나 메달을 획득한 경기들을 편집해서 방송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개막식 같은 행사도 거의 못봤습니다.

(박 단장) 기본적으로 올림픽에 대한 상식은 다 가지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도 올림픽은 4년에 한 번씩 열린다는 걸 알고 있었구요 그리고 올림픽 준비를 하는 선수들이 대해서도 조금 소개되는 것도 같고 그리고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기 위한 노력을 한다 이런 내용도 '길거리 속보'라고 할 수 있는 전단지나 플랜카드 같은 거로 본 적이 있습니다.

(김 단장) 북한 선수가 출전한 체조나 역도 같은 경기를 녹화 방송으로 봤었고 북한 선수의 성적도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함께 봤던 북한 친구들은 '우와 우리 조국이 이겼다' 이런 감동과 흥분 보다는 '금메달을 받은 선수에게 어떤 배려가 있을까? 어떤 칭호나 이런 것들을 줄까?' 이런 얘기들을 나눴습니다.

(박 단장) 올림픽에 출전한 자기 국가 선수가 승리하기를 바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저도 올림픽 경기를 보며 북한 선수들 응원을 많이 했습니다. 승리했던 경기에 대해서 기억되는 것은 역도, 사격 이런 종목들이었습니다. 올림픽은 아니었지만 북한 여자 축구도 국제대회에서 자주 좋은 성적을 냈었는데, 국가적으로 많이 배려도 해주고 환영도 해주고 그러니 그런 선수들이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죠. 스포츠는 그나마 출신 성분을 따지지 않고 진입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유명한 선수가 되는 꿈을 꿔보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진행자) 제가 올림픽 취재를 하면서 만났던 북한 선수들 생각이 나네요. 특히 2012년 영국의 런던 올림픽을 취재하면서 외국 기자들이 지적한 북한 선수들의 인터뷰 내용이 생각납니다. 메달을 딴 선수들은 시상식 이후 공식 인터뷰를 하거든요. 다른 나라 선수들은 "고생 많이 했다. 힘들었다. 너무 기쁘다. 상대 선수도 함께 격려한다." 이런식의 개인 소감을 자유롭게 나누는데, 유독 북한 선수들은 대답이 딱 정해진 거예요. 당시 런던에서 북한 선수들을 만난 후 작성했던 보도를 잠시 들어 보시죠.

(2012년 8월 2일 보도: 외신, 김정은 칭송 북 선수에 거부감 — RFA 자유아시아방송)

자유아시아방송과 만난 중국 신화통신 기자는 남은 올림픽 기간 동안 금메달을 목에 거는 북한 선수가 더 나와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면서 진짜 놀랄 소식은 북한의 메달 수상자의 소감에 최고 지도자가 언급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기자는 북한 금메달 수상자의 발언은 목소리만 다르지 한 사람이 얘기하는 듯했다고 웃었습니다.

Xin Jianqiang (Xinhua): 모두 최고 지도자의 따스한 보살핌 때문이라는 말만 합니다. (웃음) 실제 첫 금메달의 안금애 선수나 역도에서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엄윤철 선수, 그리고 세계신기록을 세운 김은국 선수의 발언들은 거의 같습니다.

안금애: 존경하는 김정은 동지께 금메달로써 기쁨 드렸다고 생각하니까,, 엄윤철: 존경하는 김정은 동지의 따뜻한 사랑과 배려가 있었기에 이렇게 금메달을 쟁취하게 된 것입니다.

김은국: 경애하는 최고 사령관 김정은 동기께서 우리 체육 전사들을 고무도 해 주시고 경기 결과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게 바로 (신기록 작성의) 비밀입니다.

4번 연속 같은 답이 나오니, 북한 선수의 발언이 한국어로 통역되기도 전에 '김정은'이라는 말을 알아 듣고 실소를 금치 못하는 외국 기자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똑같은 대답이 반복되자 기자들의 질문도 줄었습니다.

(진행자)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낸 북한 선수들이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같은 대답하는 것은 어떤 배경일까요?

(김 단장) 제가 먼저 말씀드리자면 일단은 그 자체는 그 선수 개인의 어떤 지혜라고 보면 되거든요. 북한은 지구상의 유래없는 독재 국가이고 본인들의 어떤 성과나 성취가 모두 수령인 최고 지도자의 덕분이라고 교육 받습니다. 반복하고 반복하고 반복해서 교육 받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런 대답을 하게 됩니다. 저도 그런 교육을 받았고요. 북한 선수 중에 금메달, 은메달을 목에 걸고 "내가 잘해서 그랬다" 라고 말할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고 봅니다. 그 자체를 배려로 돌려서 자기의 충성심을 그렇게라도 표현을 하는 것이 북한에서 사는 사람들이 할 수 밖에 없는 생존 본능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단장) 일단 북한 사람의 특성에서 나오는 거라고 일단 봐져요. 전체주의고 집단주의고 하니까 그 승리 요인을 지도자한테 돌리는 건 어찌 보면 그런 특수한 사회에서 아주 자연스러운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되고, 두번째는 그 선수가 좋은 성적을 올린 것의 여러 요인 중에 동기부여가 있었다라고 하면 남한이나 다른 나라는 "팬들의 응원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 이렇게 말하잖아요. 북한 선수는 최고 지도자 덕분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을 더 높이는 것으로 될 수 있고, 북한으로 돌아가서 나중에 칭찬 받고 안전을 보장 받기 위해서 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한국에 정착한 북한 출신 청소년 야구단의 단장들과 함께 나누는 '북한이 빠진 북한 올림픽' 이야기는 다음 주에 계속 이어집니다.

세대와 지역의 인식 차이를 넘어서 한반도 미래의 길을 찾는 나침반이 되려는 '통일의 주축 장마당세대' 지금까지 진행에 김진국이었습니다. 청취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기자 김진국,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